주간동아 232

2000.05.04

‘악마 쫓는 의식’도 변해야 먹힌다

  • 입력2005-10-17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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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마 쫓는 의식’도 변해야 먹힌다
    가톨릭 신부가 10대 소녀의 이마 위에 손바닥을 얹고는 악마를 쫓는 의식을 행한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면서 소녀는 피를 토하며 실신하고 “의식을 그만두지 않으면 내가 이 소녀를 죽이겠다’는 흉측한 목소리가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아직도 일부 가톨릭 사제들이 시행하고 있는 이같은 악마 쫓는 의식을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로마 바티칸 전례위원회가 1614년 이후 시행해 온 이 의식을 현시대에 맞게 대폭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새 지침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교구의 주교들에게 보급될 이 지침은 신부들이 사탄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것을 금지하고, ‘저주받은 용’이라든지 ‘타락한 영혼’, ‘신앙의 적’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 정신적인 증상으로 고통받는 신자를 대상으로 악마추방의식을 시행하는 대신 정신분석학자에게 보낼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악마추방의식을 벌여온 일부 신부들은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100여건 이상 악마추방의식을 시행한 이탈리아의 가브리엘레 아모트 신부(75)는 “악마는 실제로 존재하며 사탄은 전세계의 1만명 이상을 동시에 귀신에 사로잡히게 할 수 있을 만큼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1982년 마귀 들린 젊은 여인을 위해 다음날 미사를 집전하겠다고 약속해 악마를 물리친 일화가 있다며, 교황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것을 우려해 가톨릭 교회가 악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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