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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탤런트 응시 열풍

‘스타 등용문’ 바늘구멍을 뚫어라

수백대 일 경쟁률에 3수·4수 예사 … 갈수록 고학력·저연령화 바람

‘스타 등용문’ 바늘구멍을 뚫어라

‘스타 등용문’ 바늘구멍을 뚫어라
스타가 된다는 것. 그것은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꿈이고 환상이다. 스타는 철저히 ‘만들어지는 존재’다. 한 명의 스타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인원과 돈이 필요하다. 이러한 스타 탄생의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각 방송사에서 때만 되면 한바탕 요란스런 축제처럼 펼쳐 보이는 ‘공채탤런트 선발대회’일 것이다.

최근 방송사들은 IMF 사태를 거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예전과 같은 공개적인 이벤트 형식의 대회를 삼가고 내부적으로 연기자를 모집하거나 약식으로 행사를 치러왔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새 천년을 맞아 다시 대규모 대회 형식의 공채탤런트 모집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는 그 시작이었다.

방송국 공채시험은 탤런트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SBS 톱탤런트 선발대회 응시자는 4000여명이었다. 최종 선발인원이 18명이었으므로 경쟁률은 200대 1이 넘는다. 97년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 때는 1만여명, 같은 해 MBC 신인탤런트 선발대회에는 6000여명이 지원해 갈수록 뜨거워지는 탤런트 열풍을 입증해준 바 있다.

탤런트시험은 그야말로 ‘좁은 문’이다. 합격자 가운데는 재수는 기본이고 3수나 4수 도전자들도 많다. 또 세 방송사를 모두 섭렵한 끝에 합격의 영광을 안은 이들도 있다.

이번 SBS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한 황금희씨(여)는 말하자면 ‘사수생’이다. “음대를 다니면서 탤런트 공채시험을 봤는데 떨어지고 나자 오기가 생겨 아예 대학시험을 다시 봐서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다. 그 뒤에도 방송사를 오가며 시험을 봤고 사수 끝에 합격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금상 수상자 도기석씨는 “예전에 매니저도 있었는데, 인간적인 배신감도 느끼고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공채시험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방송국 공채는 연기자에겐 자격증 같은 것으로 일단 한 번 검증받은 셈이기 때문에 이젠 사람들 앞에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백대 일에 이르는 방송사의 공채 경쟁률은 탤런트가 우리 시대 최고의 인기 직종임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로비설, 금품수수설 등 추문도 끊이지 않고 연예가 주변에 기생하는 각종 브로커들의 사기 행각도 벌어진다. 이들 브로커는 선발대회에 원서를 내러 온 지망생들에게 연예인 매니저를 사칭하며 접근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계약을 하자고 유혹하기도 한다.

요즘 탤런트 지원자를 보면 고학력화, 연소화 경향이 두드러진다. SBS프로덕션 심상묵PD는 “공채시험 자격요건이 고등학교 재학 이상인데, 원서접수 기간 중에 중학생들과 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해서 업무를 못볼 정도다. 예전에는 부모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몰래 원서를 내거나 합격하고도 맘놓고 활동하지 못했으나 요즘은 일찍부터 연기학원에 보내거나 원서를 사다주며 격려하는 분위기다. 이번에 당선된 18명 중에는 해외유학파도 2명이 끼여 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명문대 출신자들의 지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탤런트가 되는 길은 방송사 공채뿐만이 아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연예계 입문 방법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연기학원과 대학 연극영화과 등록 또는 입학이나 미인-모델 선발대회 등이 바로 그것. 이런 통로를 통해 매년 수백 명의 예비스타가 연예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CF모델이나 뮤직비디오를 통한 데뷔는 스타 입문의 지름길처럼 인식되고 있다.

현재 활동중인 연예인 중 심은하 한석규 장동건 안재욱(이상 MBC), 송윤아 박상아 이병헌(이상 KBS), 김남주 이태란(이상 SBS) 등이 방송사 공채시험을 통해 스타가 된 경우라면 이승연 고현정 엄정화 등은 미인대회 출신의 연예인이다. 잡지나 카탈로그 모델을 하다 눈에 띄어 연예계에 진출한 경우로는 송승헌 박지윤 전지현 김현주 등이 있다.

요즘은 연예인이 되기 위해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에 소속되어 관리를 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들 회사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스타를 만들어낸다. 될성부른 ‘꿈나무’들을 발굴해 독특한 노하우로 키워내는 것. 그런 만큼 유명 매니지먼트사에는 연예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김현주를 캐스팅해 체계적인 작업을 통해 톱스타로 키워낸 백기획은 이영애 추상미 이나영 김효진 등이 소속되어 있는 대형기획사. 이곳에는 1주일에 100여통에 이르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프로필이 접수된다. “프로필을 보내온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뽑기도 하고 잡지, CF를 보고 가능성 있는 신인을 발굴해 3개월에서 1년 정도 집중적인 교육을 시킵니다. 그런 뒤 계약을 맺고 방송에 투입하지요. 요즘은 초등학생 자녀들을 데려와 키워달라는 부모들도 부지기수예요. 그러나 대부분은 돌려보냅니다. 너무 어려서 데뷔하면 본인에게도 별로 좋지 않거든요.” 백기획 홍보팀장 김우진씨의 말이다.

연기전문학원을 찾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진실 전도연 김희선 등의 스타를 발굴해내고 방송사 공채시험마다 합격자를 대거 배출해내는 것으로 유명한 연기전문학원 MTM을 찾았을 때는 마침 유아반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었는데, 강의실 앞은 아이를 기다리는 주부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현재 MTM에 등록된 수강생은 400명 정도. 이 중 만4세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유아반 수강생만도 100명에 이른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를 1년3개월째 연기학원에 보내고 있는 주부 김은숙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스타로 키우겠다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지만 이젠 그런 욕심을 버렸다. 피아노나 미술을 배우듯이 연기도 아이의 감성개발과 올바른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내성적이던 아이가 연기를 배우면서 학교에서 발표도 잘하는 활발한 아이가 되었다. 아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면 적극 밀어줄 생각이지만 연기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인 것 같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의 물결은 연예계에도 어김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인을 지망하는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를 홍보하는가 하면 참신한 신인을 찾는 연출자들 역시 인터넷상에서 연기자를 발굴하기도 한다. 연예계 지망생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인터넷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이버 캐스팅 매니저(CCM)라는 간판을 내건 인터넷 사이트 아이스타(www.ist ar.co.kr)는 연예계 지망생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면 영화사, 모델센터 등에 활동을 주선하고 지원한다. 스타가 되고 싶은 끼있는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스타 콘테스트’ ‘사이버 가요제’도 열린다.

솔직하고 발랄한 N세대들에게 연예인은 동경의 대상이다. 자신의 끼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는 N세대들은 스타를 꿈꾸며 쉼없이 문을 두드린다.



주간동아 230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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