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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점검|봄의 불청객 황사

150만t ‘모래 비’ 숨막히는 한반도

중국·몽골서 발원 미국까지 이동… 호흡기·안질환 등 유발 ‘중금속 범벅’

150만t ‘모래 비’ 숨막히는 한반도

150만t ‘모래 비’ 숨막히는 한반도
3월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세광중학교 운동장. 2학년 윤모군(15)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2시간 동안 축구를 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윤군의 코와 목은 쉬지 않고 따끔거렸다. 계속 가래가 올라왔다. 윤군은 병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슴의 답답증과 기침이 가시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천식을 앓고 있던 이모씨(48)가 청주시내로 1시간 동안 외출했다. 그의 천식증세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으나 귀가한 뒤 갑자기 상태가 나빠졌다. 다음날 그는 충북대의대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3월23일은 황사가 심하게 발생한 날이었다. 윤군과 이씨의 담당의사들은 이들이 황사에 노출된 게 질환의 진행과 관련이 있다고 진단했다.

알루미늄 철 등 평상시의 95배 검출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 이젠 무시할 상황이 아니다. ‘자연재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근거는 두 가지다. 황사의 규모가 해가 바뀔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 황사로 인해 인체에 미치는 해악이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4월7일 정오 충북 한국교원대 내 ‘한-중 대기과학연구센터’를 찾았다. 한국과 중국을 연계한 황사연구에 정통하다는 이 기관의 도움으로 황사에 관한 여러 궁금증들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마침 이때도 하늘은 뿌연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이렇게 근사할 수가…, 월척이 잡혔는 걸.” 정용승소장(대기환경학 교수)은 인공위성으로 잡은 한국 상공의 실시간 황사구름을 가리키며 흥분했다. 노란색 띠가 한반도의 허리에 가로놓여 있는 모습이 선명했다. 황사가 인공위성사진으로도 뚜렷이 형체를 드러낸 것이다. 그만큼 농도가 진해졌다는 의미였다. 청원군의 이날 공기 중 부유분진량 TSP(㎍/㎥)는 1219, 서울의 시정은 평소의 10분의 1인 1.8km. 올 들어 다섯 번째인 이날 황사는 3월23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부유분진량은 대기오염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난해 충북 청원군의 부유분진량 최고치는 989였다. 올해 3월23일의 이 지역 분진량은 1382까지 올랐다. 93년 황사측정을 시작한 이래 이 지역에선 최고치였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연구소가 측정한 이날 황사 발생시 평균 부유분진량은 1100으로 연평균의 15배에 이른 것으로 측정됐다. 또 황사먼지 내 알루미늄, 철, 마그네슘 성분은 평상시보다 95배나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연구소 관계자는 “황사는 해가 갈수록 점점 많은 먼지를 한반도에 뿌리고 있다. 오염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사는 고비사막, 톈산산맥-알타이산맥의 동편 등 중국 북서부와 몽골 건조지역의 푸석푸석한 먼지가 세찬 바람(편서풍)에 들어올려져 2∼4일의 시차를 두고 한반도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이때 발생하는 먼지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 하와이와 알래스카 서편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사하라사막에서 유럽으로, 칠레의 사막에서 안데스산맥을 넘어 브라질로, 멕시코 사막에서 미국 시카고로 비슷한 유형의 황사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황사가 강력해지는 원인은 내륙의 사막화에 있다. 대기과학연구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내륙은 지난 25년 동안 평균기온이 1도 정도 상승했다. 이는 세계평균인 0.5∼0.6도를 훨씬 웃도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내몽골 지역의 최근 한달간 강수량이 5mm도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건조화-사막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입증이다. 실제로 중국에선 매년 2500㎢의 면적이 황무지로 변하고 있다.

황사가 갖고 오는 먼지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발원지에선 매년 200만∼300만톤의 먼지가 일어나 바람에 실려나간다고 보고 있다. 94년 대기과학연구센터의 측정 결과 황사발생 때 한반도 상공엔 약 150만톤의 먼지가 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실제 땅으로 떨어지는 양은 약 20만톤. 10톤 트럭 2만대가 한나절 동안 하늘에서 모래를 쏟아붓는 것과 똑같은 효과다. 황사를 ‘인공적’으로 막을 수단은 현재로선 전혀 없다. 서해안에 높이 2000m의 만리장성을 쌓는다 해도 바람은 이를 넘거나 돌아가 국내에 영향을 주게 된다.

요즘 황사현상이 눈으로도 확연히 감지될 정도가 되자 ‘황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대기과학연구센터에서 한국상공에 떠있는 황사성분을 분석했다. 모래성분인 규소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다 납, 카드늄, 구리, 마그네슘, 철, 알루미늄, 망간을 합치면 99.9%를 차지한다. 이 외에 나트륨, 황산염, 질산염 등이 미량 검출됐다고 한다. 황사는 모래와 중금속의 범벅인 것이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신동천교수는 “황사의 성분은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위험하며 눈을 자극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할 또다른 척도는 입자의 크기다. 대기과학연구센터는 베이징 상공의 황사성분을 분석한 자료를 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거의 모든 먼지입자의 직경이 2.0㎛ 이하였다. 한국상공의 입자크기에 대한 분석자료는 아직 없다. 다만 정소장은 “황사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자연히 무거운 입자가 먼저 땅에 떨어지고 가벼운 것만 남게 된다. 즉, 한국상공의 황사입자는 베이징 상공보다 크기가 훨씬 작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과학연구센터는 적어도 한국상공 황사입자의 70%는 상시 2.5㎛ 이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무슨 의미인가. 황사와 호흡기질환과의 연관관계를 연구하는 충북대의대 김미경교수(내과 전문의)로부터 설명을 들어봤다. “2.5㎛는 일종의 ‘커트라인’입니다. 크기가 그 이하인 먼지알갱이는 코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로 기도와 허파의 기관지로 들어가게 됩니다. 모래와 같은 성분인 황사먼지는 기관지로 들어가서 기관지 점막을 뜯어냅니다. 피부에 모래를 부비면 피부가 벗겨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관지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점막이 파괴되면 호흡기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기침이 자주 날 수 있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감기, 후두염에 훨씬 잘 걸리고 천식이나 폐기종 환자는 증세가 갑자기 악화되기도 하는 거죠. 황사 가루에 의해 한 번 파괴된 점막이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8∼13주. 상당히 오랜 기간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겁니다.

한 번 폐 속에 들어간 모래나 중금속입자는 가래를 통해 다시 밖으로 빠져 나오지만 일정 비율만큼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폐 속엔 ‘배식세포’라는 것이 있어 이런 먼지들을 잡아먹기는 합니다. 그러나 배식세포가 먼지를 말끔히 잡아먹는지, 그렇게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확정된 연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기과학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먼지 발생량은 평소에도 선진국에 비해 2, 3배 높다. 황사가 오면 10∼14배로 올라간다. 정소장은 “‘황사 무감각증’은 이제 버려야 한다. ‘공기도 가꾸어야 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30호 (p6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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