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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형업계 지각변동

마흔살 ‘바비’ 인형 “변해야 산다”

신생사 도전에 매출 내리막길…“대통령 후보 직업 가진 바비 인형 만들어 승부”

마흔살 ‘바비’ 인형 “변해야 산다”

마흔살 ‘바비’ 인형 “변해야 산다”
탄생연도 1959년. 교육 수준은 대졸 이상. 긴 금발머리에 글래머형 몸매. 항상 하이힐을 신고 다님. 지금까지 패션모델, 우주비행사, 의사, 교사, 비즈니스우먼 등의 직업을 거침. 앞으로는 대통령에 출마할 예정.

미국의 여자아이들 누구나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는 인형 ‘바비’의 신상명세서다. 바비 인형의 제조사인 매틀사는 처음 바비를 만든 1959년 이래 40년 동안 미국의 글래머형 인형 시장을 석권해 왔다. 여성이라면 다들 선망할 법한 금발머리와 멋진 몸매. 거기에 더해 바비는 매년 첨단 직종으로 자신의 ‘직업’을 바꾼다. 1959년 등장한 최초의 바비는 패션모델이었다. 미국이 한창 소련과 우주개발 경쟁을 벌이던 1964년 바비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여객기 조종사 바비가 등장했다. 부모를 졸라 이 인형을 사는 여자아이들에게 바비는 단순한 인형 이상의 존재, 자신의 장래희망이 형상화된 ‘역할 모델’(Role Model)이나 다름없다.

‘전문직 여성’기대 심리 반영

그러나 바비의 40년 독주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바비 인형의 시장 점유율은 96%에서 79%까지 떨어졌다. 매출 역시 1조8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바비의 강력한 라이벌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비의 라이벌 인형들은 어떤 직업으로 전직하든 새로운 옷과 몇 가지 액세서리를 갖추는 데에 그치는 바비에 비해 한층 구체적인 ‘직업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스마티스사가 만든 인형 ‘의사 데스티니’의 경우를 한번 보자. 데스티니는 검은머리를 질끈 묶고 흰 운동화를 신고 있다. 의상은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입는 푸른색 가운과 바지다. 이 인형을 사면 데스티니가 의사가 되기 위해 거친 이력과 일상생활을 상세히 기록한 책이 한 권 따라온다. 이 책은 “데스티니는 스티마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3년간의 레지던트 생활을 거쳐 현재 가정의학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해 준다. 데스티니 외에 스마티스사의 인형 시리즈인 변호사 애슐리, 사업가 에밀리, 화가 알렉스 등도 자신들만의 ‘커리어 북’과 이력서를 가지고 있다.



스마티스사는 특정한 직업을 가진 여성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인형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차피 인형을 사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이며,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예쁜 여성보다는 전문적 직업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인형 ‘마야’를 내놓은 ‘겟 리얼 걸’사의 전략도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과 가깝다는 점에서 스마티스와 유사하다. 고등학생인 마야는 여자 축구선수로 활약하는 만능 스포츠맨이며 작곡 레슨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는 해양생물학을 전공할 예정이다. 스마티스사의 전문직 여성들에 비해 아직 여고생인 마야는 ‘내 인생의 역할 모델은 바로 나’라는 모토를 내세운다. ‘겟 리얼 걸’사는 바비 인형이 항상 금발머리의 백인이라는 점에 착안, 곧 흑인 인형과 아시아인 인형도 만들 계획이다.

바비 역시 신생 인형회사들의 도전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매틀사가 5월중에 출시하는 새로운 바비는 대통령 후보라는 파격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스마티스사는 전문직 인형 시리즈로 ‘저널리스트 제시카’를 내놓는다. 비록 “전문직 여성들 중 인형처럼 몸매를 가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비판이 따르고는 있지만 바비 인형을 둘러싼 인형 회사들의 경쟁은 여성이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만큼 부쩍 신장된 미국의 여권(女權)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싶다.棟



주간동아 230호 (p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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