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2000.04.20

한통·LG “018을 잡아라”

IMT-2000 사업 따내기 위해 선점경쟁… 한솔은 ‘몸값 올리기’ 느긋

  • 입력2006-05-16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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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통·LG “018을 잡아라”
    한솔엠닷컴(018)을 둘러싼 한통프리텔(016)과 LG텔레콤(019)의 ‘총성없는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011)이 신세기통신(017)에 대한 전격적인 인수-합병(M&A)을 발표한 이후 양사는 올해 말로 예정된 차세대 이동통신 IMT-2000 사업자 선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삼키지 못하면 죽는다’는 식의 비장함으로 M&A 경쟁에 임하고 있다.

    양사의 비장함은 초거대 사업자로 등장한 SK텔레콤에 대한 위기감에 따른 것. SK텔레콤-신세기통신 연합군은 3월말 기준으로만 보아도 148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시장점유율이 57%에 달한다. 우리 이동통신 시장이 그동안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단말기 보조금 경쟁과 요금인하 경쟁 등 이전투구(泥田鬪狗)로만 점철되어온 것을 생각하면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은 한통과 LG에는 ‘위협’ 이상의 의미가 있다. 모든 업종이 비슷하지만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면 정부에 의한 인위적인 통제는 불가능해지고 결국 지배적 사업자의 마음에 따라 보조금과 요금 인하폭을 조절하면서 시장 환경을 만들어간다. 결국 군소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뒤떨어져 설 땅을 잃게 되는 것이 시장의 생리다.

    한솔엠닷컴의 교묘한 줄타기

    이같은 양측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한솔엠닷컴은 올초부터 양측과 극비리에 접촉을 시작했다. 5위 사업자로서 독자적으로 IMT-2000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희박하고 결국 누군가와는 손을 잡아야 했던 한솔로서는 양사를 적절히 자극하면서 교묘한 줄타기로 ‘몸값을 올리자’는 속셈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

    한솔엠닷컴은 지난 98년 벨캐나다(BCI)와 미국의 투자전문기업인 AIG사로부터 전환사채 형식으로 거액의 자본을 유치하면서 이면계약으로 BCI와 AIG가 한솔엠닷컴의 지분을 매각하면 한솔그룹에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바뀐 지난해 9월 이후 한솔엠닷컴의 최대주주는 지분의 20.97%를 보유한 BCI가 되었으며, 한솔그룹은 지분 14.93%의 2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한솔그룹 오너인 한솔엠닷컴 조동만부회장은 처음부터 한솔엠닷컴을 매각할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한솔그룹 전체의 비전을 생각할 때 이동통신 사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웠고 어떻게든 IMT-2000 컨소시엄에 합류해 이동통신 사업을 계속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었다. 한솔엠닷컴에 대한 한통과 LG의 ‘입질’이 시작됐다는 첫 보도가 나간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한솔엠닷컴 정의진사장과 BCI측 윌킨슨 부사장이 직접 정보통신부 기자실을 찾아 이를 부인하는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을 정도로 한솔측은 인수설에 지나치리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K-신세기의 ‘거대 공룡’이 탄생하고 가입자수가 급속도로 떨어져나가면서 독자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판세가 기울자 조회장은 이왕이면 ‘몸이 달아 있는’ 양측을 적당히 자극하면서 좋은 값에 회사를 넘기기로 방향을 전환했고, 이때부터 한솔엠닷컴을 둘러싼 M&A 경쟁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인수설이 나올 때마다 가입자는 줄었지만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는 오히려 상한가를 쳤다.

    한솔 인수에 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은 한통프리텔이었다. 이상철사장은 지난 97년 10월 PCS 사업을 시작한 뒤 2년여만에 가입자수 400만명이라는 경이적 기록을 달성하면서 단숨에 2위 사업자로 뛰어올랐을 만큼 ‘공격적’이었고 한솔을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30%까지만 끌어올린다면 SK측과 대등한 관계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미국의 증권딜러를 통해 BCI와 AIG를 측면에서 공략하기 시작했다. 한통측은 한솔에 한국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식(17.86%)의 일부와 BCI와 AIG가 보유한 한솔엠닷컴 주식을 맞교환하고 나머지 대금은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솔의 입장에서는 IMT-2000 사업권 획득이 유력한 SK텔레콤의 주식을 보유한다는 점과 당장 현찰이 굴러들어온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반면 LG텔레콤은 한통만큼 드러나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분의 24.31%를 갖고 있는 2대주주인 브리티시텔레콤(BT)을 통해 끊임없이 BCI 및 AIG와 물밑 접촉을 벌였다. 시장에서는 LG가 한솔측에, 알짜기업인 LG홈쇼핑과 채널아이를 내놓고 엠닷컴을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시가로 2조원에 달하는 한솔엠닷컴을 현찰로 인수할 여력이 없던 LG가 내놓은 궁여지책. 지난달 30일에는 피터 본필드 BT회장이 극비리에 방한해 당초 이틀로 예정됐던 방한 기간을 이틀이나 늘려가면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구자경회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청와대 면담까지 요청했지만 김대중대통령의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한통 LG 한솔 등 3개사 모두 이같은 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현재까지 한솔엠닷컴 인수와 관련돼 드러난 사실은 없다.

    IMT-2000은 황금알 낳는 거위

    한솔엠닷컴이 LG와 한통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IMT-2000 사업자가 3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2002년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는 IMT-2000은 전세계에서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하면서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셀룰러(011, 017)나 PCS(016, 018, 019)보다 고대역의 GHz 주파수를 사용하고 물리적으로 3개, 많아야 4개 사업자밖에 선정될 수 없는 상황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되는 IMT-2000 사업자 선정에 공식적으로 뛰어든 컨소시엄은 현재 한국통신과 한통프리텔,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그룹, LG텔레콤-데이콤-LG정보통신의 LG 가문에다가 하나로통신-온세통신과 호출기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한국IMT-2000컨소시엄이 있다. LG그룹의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현대에 넘겨주고 받은 데이콤 때문에 현재의 세(勢)를 불리지 않고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또다른 특혜 시비의 우려가 있다. 또 한통프리텔 역시 세를 늘리지 않고 사업권을 불하받는다면 공기업 특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가입자수 300만명의 한솔엠닷컴은 이들에게는 정치판에서의 자민련과 같은 ‘캐스팅 보트’인 셈. 특히 한국IMT-2000 컨소시엄의 경우 퇴출 위기에 있는 호출기 사업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하나로-온세통신이 후원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만만히 볼 수 없는 존재. 결국 사업권 획득이 유력한 SK-신세기그룹과 최다 사업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하나로-온세-호출기 사업자 그룹을 빼면 남은 티켓은 한 장. 한솔엠닷컴을 인수하지 못하는 측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한통프리텔이 이미 한솔엠닷컴에 대한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발표 시점을 총선 이후로 잡고 있다는 소문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LG그룹의 태도가 ‘터무니없는 가격은 안된다’는 입장으로 바뀐 것도 이같은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 법.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철저하게 내용을 숨기고 있는 한통프리텔, LG텔레콤, 한솔엠닷컴 3사의 공식 기자회견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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