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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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돈” 1초와의 전쟁

5백여 인터넷 사이트 24시간 ‘특종’ 경쟁… “4분 안에 사이트 못올리면 죽은 정보”

  • 입력2006-05-16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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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뉴스를 오늘 알 수 있다면….”

    4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시장에서 만난 개인투자자 이준기씨(40·서울 신림동)의 말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일까지 갈 것도 없다. 특정 회사의 가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뉴스를 한 시간만 먼저 알아도 그 투자자는 그날 주식시장의 ‘황금손’이 될 수 있다.

    ‘경제뉴스=돈’인 세상이 됐다. 주식열기 가 ‘경제뉴스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우며 언론의 성격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2월15일 기준으로 증권사에 개설된 주식위탁계좌수는 1449만개(증권업협회). 단순계산으로 국민 3명당 1명 꼴로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뉴스생산자도 폭증하고 있다. 더 이상 일간신문, 잡지, 방송 등 전통적 매체와 여기에 속한 기자들이 뉴스생산을 독점하지 못한다. 500여개에 이르는 포털, 경제전문, 개별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따끈따끈한’ 경제뉴스를 주겠다며 취재현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언론들도 인터넷사이트의 경제정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터넷환경 아래서 ‘경쟁의 룰’도 달라졌다. 경제뉴스의 키워드(keyword)는 ‘스피드’가 됐다. ‘분’과 ‘초‘를 다투는 ‘24시간 속보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연합뉴스보다 20분 빨리”

    3월30일 오전 2시 인터넷 경제뉴스사이트 ‘머니투데이’의 김재영기자가 ‘특종’을 잡았다. “하나로통신이 이 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는데 시초가가 15.51달러였다”는 게 취재요지였다. 국내기업의 나스닥 상장 당시 가격은 7시간 후 한국 거래소시장이 개소하면 당장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소재. 김기자는 사이트운영을 맡는 웹마스터에게 전화를 걸어 깨웠다. “이 기사 무조건 지금 올려줘.” 다른 언론에선 오전 8시40분에 같은 기사가 떴다. “투자자에게 먹히는 기사라면 낮과 밤을 안가린다”는 게 보도방침이다. 경제뉴스는 철저한 상업성을 지향한다. 1월11일 12시33분에도 머니투데이는 삼성이 새롬기술에 투자한다는 사실을 1시간25분의 시차를 두고 가장 먼저 보도했다. 새롬의 주가가 발표 후 며칠간 상한가를 친 ‘빅뉴스’였다. “특종이란 바로 뉴스 소비자에게 돈 벌 기회를 주는 기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머니투데이 정재흥부장)



    ‘연합뉴스보다 20분 빨리!’ 요즘 인터넷경제사이트들의 모토다. 다음은 한 경제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는 경력 5년차 기자의 말. “4분입니다. 정부와 기업, 투자기관에서 각종 정보들을 쏟아내는데 이를 4분 안에 사이트에 올리지 못하면 이미 증권가에선 뉴스로서의 가치가 없어져 버리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경제뉴스사이트들 사이에선 이미 우열이 보이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팍스넷, 싱크풀, 코스닥터, 제이스톡 등은 하루 평균 수백만 페이지뷰(pageview) 이상을 기록하며 기반을 잡은 상태. 한 경제뉴스사이트 대표(45)는 “1, 2년 내 소수 사이트가 국내 인터넷 경제뉴스시장을 독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의 특징인 ‘맞춤형 서비스’는 경제뉴스의 또다른 경쟁력이다. 경제뉴스사이트 이데일리는 네티즌들이 증권가에 떠도는 루머를 사이트에 올려놓으면 기자들이 이를 취재해 사실여부를 확인해 준다. 이 회사 김종국대표는 “신문이나 방송은 특종기사를 취재해도 신문배달이나 뉴스시간 때까지 외부에 기사내용을 감출 수밖에 없다. 인터넷뉴스에선 뉴스생성시점과 소비자전달시점간의 지체가 없다”고 말했다.

    하루 평균 2000만회의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는 팍스넷. 컴퓨터가 네티즌들에게 주식을 사거나 팔 시점을 알려주는 ‘시스템 트레이딩’ 시스템을 실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잡는 것은 ‘컨센서스 서비스’. 모든 상장 종목에 대해 애널리스트 20명이 매수-매도 추천을 해주고 있다. 이 회사 박창기대표이사는 “증권사는 거래만 많이 일으키면 돈을 버는 ‘브로커시스템’이다. 증권사에서 나오는 뉴스의 태반이 투자자에겐 도움이 안된다. 우리는 이 점에 착안했다. ‘언제 어떤 기업주식을 사야 하느냐, 팔아야 하느냐’ 우리 사이트엔 바로 이런 정보가 있다.”

    경제뉴스의 홍수는 시장정보에 상대적으로 소외돼온 주주-소비자들이 왕성한 정보욕구를 표출하면서 나타난 정보민주주의의 한 단면이다(‘inews24’의 관계자). 그러나 그 이면엔 개미투자자의 한풀이, 주가조작 기도, 정보 도용이 혼재한다. 한 유명 경제사이트 대표(45)는 “우리 사이트엔 매일 네티즌들이 직접 1500여개의 기업뉴스를 올린다. 그러나 그 중 3분의 1은 쓰레기”라고 말했다. 자신들이 산 주식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주주동호회가 과장된 기업정보를 올리거나 다른 사이트 기사를 통째로 베껴오다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경제뉴스는 인터넷의 자유-공짜정신과 증권가의 숨가쁜 정보유통이 만나는 ‘초고속 매스커뮤니케이션’이다. 박창기대표는 “이 새로운 개념의 언로에 대한 개념정립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마감시간요? 그런 거 없어요”

    6시 기상… 시황 챙기고 기사 쓰랴 외국 증시 분석하랴 “하루가 짧아요”


    서울 여의도 경제뉴스사이트 이데일리(www.edaily.co.kr)의 기자 23명은 모두 유력 중앙 일간지나 통신사 경제부에서 스카우트된 경력 5∼10년차 기자들이다. 이들은 왜 전직장의 ‘네임밸류’를 포기하고 신종직업 ‘인터넷 경제기자’를 택했을까. 지면제약 없이 무조건 게재되는 매체의 무한성, ‘상관’이 없는 자유분방함, 새로운 언론 분야에 대한 도전, 훨씬 많아진 보수와 스톡옵션이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속보경쟁은 거의 ‘전쟁’수준이다. 기사출고량도 훨씬 많아졌다.

    다음은 경제지 5년차 기자로 있다가 이곳으로 옮긴 정명수기자(29·증권담당)가 말하는 4월6일의 하루일과다. “마포 집에서 매일 오전 6시 일어난다. 바로 회사에 와서 20개 증권사가 보낸 시장전망자료를 정리해 오전 8시까지 시황기사를 마감했다. 국제팀에서 만든 국제뉴스를 읽으며 미국증권시장 동향을 검토했다. 오전 8시15분부터 주요 증권사 투자분석팀과 접촉해 이들의 오전 팀회의 주요 논의내용들을 취합했다. 외국인동향도 체크해 증시상황을 예측하는 칼럼을 사이트에 올렸다.

    9시30분부터 채권시장시황을 챙기며 기삿거리를 찾았다. 3월30일 제일제당이 삼구쇼핑을 인수했다는 기사를 다른 언론사보다 10분 빨리 사이트에 올려 투자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재경원 관리나 기업 취재원에게 질문했을 때 ‘어, 그거 쫛쫛쫛사이트에 올라와 있던데’라는 대답을 듣기도 하는데 이러면 맥이 탁 풀린다. 다른 언론보다 1분이라도 늦으면 ‘물’먹은 거다.

    마감시간이 따로 없고 쉴새 없이 기사를 올려야 하므로 하루 50∼100통 정도 전화취재를 한다. 3시쯤 주식시장이 끝나면 마감시황을 4시쯤 작성하고 각 기관의 취재원들을 상대로 저녁취재에 나선다. 다른 인터넷경제사이트들과 저녁 가판신문, 금융감독원 등 주요기관의 전자공시도 매일 챙긴다. 대략 귀가시간은 오후 10시쯤. 항상 내가 ‘수천억원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됐다’는 긴장상태에서 취재한다. 그래야 ‘팩트’를 다른 기자보다 빨리 얻고 예측기사도 정확해진다. 기자의 연봉은 기사의 질과 양에 따라 책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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