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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현주소

“전자상거래 통계다운 통계가 없다”

기준 들쭉날쭉 기관마다 최고 7배 차이…‘2001년 전자정부’ 앞두고 통계후진국 오명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전자상거래 통계다운 통계가 없다”

“전자상거래 통계다운 통계가 없다”
“전자상거래 통계요? 우리는 전자거래진흥원에서 낸 것을 쓰는데요.”(정부 관계자)

“전자상거래 통계요? 우리는 △△경제연구원이나 쭛쭛경제연구소에서 낸 것을 쓰는데요.”(한국전자거래진흥원 관계자)

“전자상거래 통계요? 우리도 1년 전쯤 추정치 낸 것밖에는….”(△△경제연구원 관계자)

2001년까지 전자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기반 구축을 완료한다고 하는 정부의 태도가 이 정도라면 통계 후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산업자원부는 2003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를 11조5200억원 규모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조사한 수치는 아니고 와튼 계량경제연구소(WEFA)가 분석한 추정치다. 이러한 추정치는 청와대 보고를 비롯해 각종 자료에 단골 인용되는 수치다. 그러나 어떤 근거로 2003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11조5000억원이나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근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수조원 단위의 매출을 갖고 있는 포항제철 등이 구매 시스템을 모두 웹기반으로 바꾸게 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각종 정부 통계를 정기적으로 조사, 발표하고 있는 통계청이 펴낸 자료를 보자. 엄밀하게 말하면 통계청이 갖고 있는 전자상거래 관련 통계는 전무하다. 이제 막 시험 조사에 들어가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각종 협회나 민간 단체에서 추정한 통계 수치를 간접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통계청은 전자상거래 규모가 올해 급성장해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의 경우 올해 약 1500억원 규모,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는 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B2C는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인 민간기업 인터파크 자료에 의존하고 있고, B2B는 정보통신협회가 추산한 통계에 근거하고 있다. B2C 규모를 민간기업 통계에 의존하지 않고 정보통신협회의 추정치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61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한 순간에 800억원 이상 차이가 나고 마는 것이다. 부실한 전자상거래 통계를 보완할 만한 연구센터를 수십개 새로 짓고도 남을 만한 액수다.

게다가 산업자원부가 추정치로 제시한 2003년 11조5000억원 규모 성장이라는 대목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통계청의 기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국내 시장 규모를 밝힌 곳은 없고 2002년 시장 규모를 예측해 놓은 곳은 앤더슨컨설팅과 LG경제연구원뿐이다. 그것도 앤더슨컨설팅은 1조4000억원 규모, LG경제연구원은 9200억원 규모로 추산했을 뿐이다. 50%가 넘게 차이가 난다.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기초 통계가 부실하기는 인터넷 강국과 정부조달의 전자거래화를 외치는 정부쪽뿐만이 아니다. 정부 산하기관도 부처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각종 민간 단체나 연구소들도 제각각의 추정치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앤더슨컨설팅은 올해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가 지난해 약 8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2700억원 정도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B2B가 1800억원, B2C가 9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과학기술부 등록단체인 전자상거래연구조합은 B2C 2900억원, B2B 3000억원으로 모두 59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고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은 1조8760억원(B2B 1조6000억원, B2C 2700억원), 정보통신진흥협회는 1조6674억원(B2B 1조6000억원, B2C 614억원)으로 추정했다. 예측 기관에 따라 최고 7배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그래프 참조).

이처럼 국내외 일부 시장조사기관, 연구소 등이 전자상거래의 현황을 산발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조사의 범위와 내용이 기관마다 차이가 많고 일회성에 그치고 있다.

실물 시장에서의 소비나 매출, 물가 통계 등과 달리 전자상거래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거래 내용을 포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사이버 쇼핑몰은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등 부침이 심해 통계 수치도 자주 변동될 수밖에 없다. LG경제연구원 박병수 책임연구원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정보 서비스나 금융 서비스 등을 포함시킬 것인지, 전자문서교환체계(EDI)를 통한 B2B를 어디까지 전자상거래로 볼 것인지 등에 따라 통계치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 단체들간의 통계치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보다도 정작 정부가 제대로 된 공식 통계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 관계자도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 통계가 없어 홈페이지를 통해 자체 통계를 올려놓고 있는 6∼7개 단체의 통계를 참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사이버 공간에 대한 전수조사의 한계 때문에 기업들에 대한 앙케트 조사를 통해 통계 수치를 작성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함정도 있다. 전자상거래 관련 업체들 입장에서는 각종 세제 혜택이 기대되는 전자상거래 매출을 최대한 부풀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방문조사와 이메일을 통한 조사를 병행하되 조사가 정착되면 이메일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자상거래 전문업체인 인터파크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특정 업체를 전자상거래 업체로 규정하고 이 회사의 매출 자체를 전자상거래 규모로 추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 박병수책임연구원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정부가 자체 조사를 벌이기 위한 방안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외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알려고 하는 노력 자체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정의 등에 관해서도 민간 연구 단체들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는 것. 박책임연구원은 “한마디로 인력이나 전문성에서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산자부 “연내 통계 기준 일원화”

외국의 경우 아더앤더슨, 가트너, 포레스터 리서치 등 권위있는 민간 컨설팅 회사들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홈페이지를 통해 유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용 실적은 그리 높지 않은 편. 한국전자거래진흥원 관계자는 “유료 사이트의 경우 아직 예산 부족 때문에 관련 기관에서도 자유롭게 열람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계는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나 예산 배정 등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초 자료다. 그러나 유통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전자상거래와 관련해 정부가 공식 통계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유통 혁명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얼마나 안이한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산업자원부 정재훈 전자상거래과장은 “올해 안으로 전자상거래 관련 통계 기준을 일원화하는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30호 (p44~45)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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