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0

2000.04.20

평생직장은 옛말 언제라도 옮긴다

“좋은 일자리면 이직” 67%

  • 입력2006-05-16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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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유행했었다. 1993년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국민성 조사에서는 ‘지금보다 더 나은 근로조건이 있다면 이직하는 것이 좋다’에 대해 응답자의 41%만이 찬성하고 ‘보다 나은 근로조건이 있더라도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낫다’에 52%가 찬성하고 있어 평생직장 개념이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보다는 덜했겠지만 한때 우리나라 직장인들도 평생직장의 개념을 가졌었다. 1985년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에서 실시한 근로청소년 2136명 대상 조사에 의하면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고 싶다’에 대해 46%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1997년 이후 우리나라가 IMF관리체제에 들어가고 기업이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장인들의 평생직장 개념도 많이 퇴색된 것 같다. 실제로 IMF관리체제 시절인 1998년 2월 한국직업개발능력원이 근로자 17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신을 위해 더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언제라도 다른 회사로 이동해야 한다’에 대해 응답자의 67%가 찬성하고 있다. IMF관리체제를 지나면서 우리 직장인들은 오랫동안 충실히 일해오던 선배와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쫓겨나는 상황을 목도했고 자신도 언젠가는 직장에서 버림받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으리라.

    최근 직장인 34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직장을 옮길 계획이 있는가’하고 물어보았더니 44%가 있다고 응답해 직장인의 절반 가까이가 전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40대 이상에서는 24%만이 전직계획이 있다고 한 반면 20대에서는 61%나 계획이 있다고 하여 젊을수록 전직 의향이 높았다. 또 ‘지금 직장이 몇 번째 직장인지’ 물어보았더니 현 직장이 두 번째 이상이라는 응답이 40, 50대에서는 56%인 반면 20, 30대에서는 65%를 차지했다.

    조사결과와 같이 지금 우리나라 기업 현장에서는 젊은 경력자와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대규모의 인력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환경이 급속히 변하고 있는 지금은 평생직장이 아닌 새로운 직장개념이 필요한 때이며 노동당국도 이에 맞는 제도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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