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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이직도 좋지만…

“자신의 전문성부터 점검을”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이직 요령과 지혜…”목표설정 분명히 해야”

“자신의 전문성부터 점검을”

“자신의 전문성부터 점검을”
재벌 계열사인 H물산에서 전산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고 있던 P차장(38)이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한 것은 평소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어왔던 헤드헌터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부터였다. ‘벤처 열풍’에 휩쓸려 하나 둘씩 떠나는 부하 직원들을 보면서 축하하지도 못하고 말리지도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만 하다가 자신도 비슷한 제의를 받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P차장의 고민은 과연 10년 넘게 몸담았던 직장을 떠나 옮겨야 할 것인지, 옮기면 어떠한 조건들을 보고 선택해야 하는지로 모아졌다. 이직에 대한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옮겨? 말아. 그런데 어디로 옮기지?”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비단 P차장뿐만이 아니다. 최근 벤처 열풍이 불어닥친 이후 한 번이라도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고민 앞에 머리를 쥐어뜯기만 했지 이직이나 전직이 갖는 ‘보안 특성상’ 누구로부터도 속시원한 해답을 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헤드헌팅 업체인 KK컨설팅 김국길사장은 “이직에 앞서서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적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를 확실하게 설정한 뒤 이에 부합하는 이직이라면 과감하게 뛰어들되, 단순히 벤처 열풍에 휩쓸리는 정도라면 한 박자 쉬어가는 것이 오히려 낳을 것이라는 말이다. 김사장의 조언은 조바심을 내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이같은 조바심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이르는 중간 관리자급에서 많이 나타난다. 최근의 이직 열풍이 정보통신과 벤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각 업체에서 40대 이상을 꺼리는 풍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인202의 심향희실장은 “전직이 자신이 갖고 있는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방향일 경우에 한해 결단하라”고 충고한다. 심실장은 “직업적 비전이 뚜렷하기 때문에 옮기는 것이라면 ‘OK’지만 단순한 물질적 보상 때문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너도나도 이직 열풍이라고는 하지만 정작 최근 각광받는 분야는 두세 가지로 압축된다. 피앤이컨설팅 홍승녀사장은 “정보기술산업, 그 중에서도 전자상거래나 시스템 통합(SI) 분야 정도가 가장 각광받는 분야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그에 따르는 목표를 분명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못옮기면 영영 끝장이다’라는 위기감만으로 이직을 결정하면 결국 후회할 것이라는 경고다.

만약 옮기기로 결정한 경우라면 가장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새로운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의 규모. KK컨설팅 김국길사장은 “어차피 연봉이 8000만원이 넘어가면 보수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환수당하게 되므로 그쯤 되면 연봉보다는 스톡옵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최근 스톡옵션에 대한 이직 예정자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거래소 시장을 역전시켜버린 코스닥 시장의 활황으로 인해 ‘한번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이직자들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직자들이 너도나도 스톡옵션 보장을 요구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스톡옵션의 본래 취지는 직원들, 특히 임원급에서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회사를 구성하는 일정한 지분을 나눠준 뒤 기업을 공개할 때 상장 차익을 지급하는 것. 그러나 스톡옵션이 자기 몸값의 전부인 것으로 인식되면서 일부 이직자들 중에는 회사를 옮긴 뒤 업무에 열중해 자신의 실적을 높이기보다는 자신이 챙길 수 있는 주식값을 계산하는 데만 한눈을 파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톡옵션도 똑같은 스톡옵션이 아니라거나 스톡옵션 제도의 함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브레인202 심향희실장의 지적.

“스톡옵션은 이직자들을 기업에 묶어두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스톡옵션 지급을 제의받았을 때는 △주식 수로 지급하는 것인지 지분 비율로 지급하는 것인지 △발행 주식 총수에서 내가 받는 주식이 몇 퍼센트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비율에 근거해 받는다면 일회성으로 지급하고 마는 것인지, 아니면 증자 때마다 추가 지급받는 것인지 등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스톡옵션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로 외국계 기업의 인재 채용을 중개하는 서울 서어치 김진희사장은 “최근 유행하는 스톡옵션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 채용하는 임원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는데 연봉과 스톡옵션을 어떻게 나누어 지급할 것이냐’와 같은 ‘조삼모사식’ 지급방식으로 변질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경험이 많은 헤드헌터들일수록 오히려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1, 2년간은 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의 노동시장 상황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문성과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벤처로 직장을 옮기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지만 지금 자신의 전문분야를 구축하고 개발해 놓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이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피앤이컨설팅 홍승녀사장은 “일부 구직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등 노동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여 있다. 최근에는 연봉과 스톡옵션 이외에 고액의 이적료를 요구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고 우려했다.

서울서어치 김진희사장도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벤처나 외국계 기업으로 스카우트된 사람들 중 10% 정도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40대에서 두드러진다. 고액 연봉을 제공받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나이쯤에 필요한 자녀 교육 등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데 대한 염증이 이들 40대의 벤처행을 주춤거리게 만든다는 것. 김사장은 “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급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의 경우 코스닥이든 나스닥이든 뭔가 하나라도 이뤄놓아야 한다는 심리적 중압감은 대단하다”고 전한다.

결국 벤처 진출을 꿈꾸는 샐러리맨들이라면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한 적성과 흥미를 갖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진희사장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충고한다. ‘맨땅에 헤딩이라도 할 수 있는’ 적극성, 즉 벤처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예 단념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남들이 차려놓은 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 덤비는 일은 벤처와는 애초부터 거리가 먼 것들이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29호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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