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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앓는 ‘백설 고봉’

“에베레스트 청소” 특공대가 떴다

정상에 산소통-텐트-오물 등 쓰레기만 3t…美 산악인 수거 나서

“에베레스트 청소” 특공대가 떴다

“에베레스트 청소” 특공대가 떴다
빈산소통, 통조림 깡통, 텐트, 폴, 플라스틱 연료통, 쓰고 버린 일회용 주사기, 종이, 건전지, 빈 혈액병…. 도심 뒷골목의 쓰레기하치장이 아니다. 이런 쓰레기들이 수북하게 쌓인 곳은 백설 고봉의 성지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이뿐인가. 수십년간 방치된 인간의 똥 찌꺼기들은 누런 가루가 되어 에베레스트 정상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져 얼음이 녹으면 이 배설물로 오염된 물이 네팔의 산 마을로 흘러내린다. 이것이 자연을 만나고자 했던 인간의 진면목이다.

올해 57세의 한 사나이가 보다 못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의 이 쓰레기장을 청소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미 캘리포니아주 벨몬트에 사는 보브 호프먼(Bob Hoffman·57)이라는 산사나이다. 여덟 명의 ‘청소 특공대’ 동료가 이번 4월에 호프먼을 따라 에베레스트에 오르기로 했다. 이 최고봉 청소 작전에 동원되는 셰르파만 해도 40명 규모.

호프먼은 지난 1992년에 처음 에베레스트를 찾은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원정이다. 물론 첫 번째 원정 때도 사우스 콜 루트의 2만6000피트 정상 캠프에 수북이 쌓여 있던 쓰레기들을 수거해내렸다.

이번 원정 때 수거해 올 것들은 텐트와 폴 전량, 700개에서 1000개 정도의 산소통 등이며 가능한 한 많이 미국으로 가지고 와 재활용하거나 처분해 버릴 계획이다. 지금까지 많은 원정대들이 베이스캠프의 쓰레기를 청소하는데 도움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은 1만7600피트에 있는 베이스캠프 청소가 고작이었다. 호프먼의 이번 목표는 더 높은 캠프의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가 쓰레기장이 된 이유? 굳이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 5년 전인 1995년, 사우스 콜 루트에 도전했던 사람 수는 3개 팀의 25명이었다. 그랬던 것이 불과 1, 2년만인 96년과 97년에는 10배나 늘었다. 뉴질랜드의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이 처음 에베레스트에 발을 디딘 1953년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에베레스트는 속세의 쓰레기로 더럽혀져 온 셈이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등정대의 장비는 점점 더 늘어났다. 최근까지 원정대들이 산 정상에 쌓아놓은 쓰레기는 약 3t에 달하는 각종 찌꺼기에, 수천 개의 빈 연료통과 산소캔, 의료폐기물 등이다.

네팔 정부도 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나름대로 애를 써왔다. 1992년부터는 원정대에게 베이스캠프 청소를 요청하긴 했으나, 보다 높은 곳의 캠프에 쌓여만 가는 수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회수해오라는 요청까지 할 입장은 못되었고, 그런 일을 자청한 원정대도 없었다.

물론 네팔 정부는 원정대의 장비 목록을 기록해두고, 예치금 4000달러를 받아두었다가 사용후 장비를 다시 가지고 하산하면 예치금을 돌려주는 방법을 쓰긴 했다. 하지만 일부 원정대원들은 하산길에 낮은 지역의 캠프에서 빈 산소통을 주워오거나, 아예 예치금 회수를 포기하고 그나마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다. 쓰레기 회수비용이 예치금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라도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회수해야 한다는 고육지책에 호프먼은 절대 반대다. 그렇게 되면 산 꼭대기의 수북한 쓰레기는 결코 청소될 길이 없다는 것이다. 1998년 10명으로 구성된 호프먼 원정대는 2만1300피트의 캠프 II에서 여덟 명의 셰르파와 함께 226개의 빈 산소통과 300개 이상의 연료통, 건전지 500개와 3000파운드의 쓰레기를 수거해 왔다. 원정대원 1명이 평균 4개의 산소통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모두 55명분의 산소통을 회수한 셈이다.

“얼음이 녹은 다음에 보십시오. 묻혀 있던 쓰레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옵니다.” 호프먼의 말이다.



주간동아 229호 (p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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