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2000.04.13

5월에 하는 ‘신년 업무 보고’

  • 입력2006-05-04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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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대통령이 참석하는 각 부처의 올해 업무보고가 한창이다. 외교통상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등 주요 부처가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4강외교 강화 △첨단산업 외자유치 등 올해 역점 사업을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업무보고를 마치지 못한 부처는 교육부 건설교통부 문화관광부 등 무려 9개 부처나 된다. 이들 부처는 결국 올해 업무보고를 4월말이나 5월초로 넘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4월3일로 예정됐던 교육부 업무보고부터 이들 9개 부처의 업무보고가 모조리 총선 이후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도 “청와대에서 ‘대통령 일정’을 내세우면서 업무보고 연기를 통보해오는데 우리가 그 이유를 제대로 물어볼 수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총선이라는 변수도 작용했을 것이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업무보고를 통해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측의 배려, 즉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고에 살고 보고에 죽는’ 공무원들은 업무보고 일정이 계속 연기되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울상이다. 과천 종합청사의 과장급 공무원은 “업무보고에서 어느 부서의 업무가 언론에 크게 부각되는지에 따라 부처 산업의 우선 순위가 바뀌기도 하는 마당에 공무원들이 대통령 업무보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대통령제 하에서 업무보고 과정에서 첨가되거나 강조된 대통령 지시사항은 향후 각 부처 업무 추진 과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공무원 사회는 초긴장 상황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지난해에도 대통령 업무보고는 ‘국정개혁보고회의’라는 이름으로 3, 4월 내내 계속됐다. 하지만 적어도 4월 중순을 넘기지는 않았었고 최소한 대통령이 담당 국장들을 불러세워 질문을 던지면서 개혁 현장을 점검하는 시늉이라도 보여주었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이런 적극적 자세마저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결국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각 부처의 일상적 업무의 연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연히 보고 일정만 4월말, 아니 5월초까지도 계속되면서 공무원들의 진을 빼놓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총선 일정까지를 생각했다면 청와대 업무보고를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공무원들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말이다. 1년 계획을 중간결산해야 할 5월에 가서야 그해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진풍경’을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행정이나 정치는 농사처럼 5월 모내기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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