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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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車 해외매각 왜 반대하나

현대·기아 使측 “국내시장 뺏길라”, 노조 “정리해고 우려”

  • 입력2006-05-04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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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車 해외매각 왜 반대하나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인가. 3월30일 현대-기아-대우-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4개 업체 노조가 대우자동차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전면파업을 선언한 이후 나돌고 있는 얘기다. 자동차 노조의 이런 입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경영진이 그동안 여러 차례 밝혀 왔던 ‘대우차 해외매각 반대’ 주장과 일치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동차회사 노사(勞使)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배경을 둘러싸고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완성차 4사 노조의 파업 선언을 현대-기아자동차측과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보는 사람들은 두 회사가 대우차 해외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자동차회사 노조를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동상이몽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노사가 비록 목표는 일치하지만 노사의 진정한 의도는 다르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사의 한 목소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보다 동상이몽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회사측에서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연맹(위원장 문성현) 관계자도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을 지키려는 의도이고 노조는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차원”이라며 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은 현재까지 국내 자산매각 가운데 최대 규모인 8조원대로 추산된다. 당연히 국내 자동차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시장에 안주해 안이한 경영을 해오던 현대-기아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현재와 같은 품질과 서비스 수준으로는 생존 자체도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그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차에 있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방화 추세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었던 만큼 현대차가 국내시장 개방에 대비해 기술개발을 착실히 해왔다면 적어도 오늘과 같은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의 한 전직 임원은 “현대차가 그동안 정부의 국내시장 보호에만 안주한 반면 비슷한 시기에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었던 일본 혼다는 독자생존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추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현대차 경영진은 냉정히 반성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결국 현대차는 대우차 해외매각을 공개적으로 반대함으로써 국내시장에서도 외국 업체와 경쟁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절박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국가적인 입장에서 내(국내업체)가 내 집(대우차)을 수리하는 것과 남(해외업체)이 내 집을 수리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기아자동차 김수중사장)는 그럴 듯한 논리를 바탕으로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대우차 해외매각은 또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대우차 인수 업체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상당수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내시장을 잃게 되는 현대-기아차에도 정리해고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4사 노조가 생존권 차원에서 대우차 해외매각을 반대하고 공기업화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차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대우차 인수 시도나 노조의 공기업화 주장에 대해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대우차 인수 능력도 없으면서 ‘못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대우차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우차 사무직 노동자 직장발전협의회(이하 사무노협) 최종승위원장은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 입장에서나 소비자 입장에서나, 또 현대차를 위해서도 현대차의 대우차 인수는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현대는 대우차 인수보다는 내부 경영 혁신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라고 고언했다. 대우차 사무노협 관계자들은 단순히 고언에 그치지 않고 3월27일 현대차 실사단의 부평공장 방문을 한 시간 동안 저지하기도 했다.

    또 대우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대우차 국외매각 반대 논리나 노조의 공기업화 주장은 대우차 실상을 전혀 모르고 하는 얘기”라면서 “대우차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해외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차를 국내업체가 인수하거나 공기업화하는 경우 어차피 독자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실만 커지고 이를 메우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이 반복되는 등 국민 부담만 가중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현대는 대우차 인수 능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이계안 현대차사장은 3월10일 주총에서 “대우차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전략상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정순원 기획조정실장이 나서 극비리에 대우차 핵심 임원 스카우트를 시도하는 등 대우차 인수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완성차 4사 노조도 대우차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선 상태. 노조는 작년 12월22일 금속연맹 주도로 자동차산업 정상화 및 해외매각 반대와 자동차산업 노동자 생존권 사수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한 이후 투쟁 강도를 높여 왔다. 대우차가 이미 3월31일과 4월1일 이틀 동안 전면파업을 벌인 데 이어 4월3, 4일에는 완성차 4사 노조가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공대위는 4월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대우차의 공기업화를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4월6일부터 4사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공대위는 4월10일까지 정부에서 수용 가능한 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날 전국의 자동차 노조원 1만여명이 차량 상경시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들조차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으로 될 일도 안되게 생겼다”며 노조측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 파업 때문에 입찰 작업이 지연된다면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게 뻔한데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가 노조 요구를 들어주겠느냐”고 덧붙였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로 국내 업체만 손해라는 것.

    현대차는 나름대로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에 지원요청을 하는 한편 3월30일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를 앞두고 직급에 관계없이 전 직원에게 100만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이런 노력이 효력을 발휘한 탓인지 3월30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3만4672명 중 예상보다 낮은 54%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

    대우차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이미 노조 집행부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 그러나 정부에서도 4·13총선을 앞둔 탓인지 노조를 자극하는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헐값 매각을 통한 국부 유출 논란이 일면서 노조의 해외매각 반대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우차 해외매각 문제를 두고 97년말 외환위기의 원인(遠因)이 됐던 기아차 처리를 연상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시 언론과 일부 시민단체까지 나서 기아차를 국민기업이라는 미명하에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정부의 기아차 처리를 저지, 결과적으로 대외신인도만 추락시켰다. 대우차 해외매각 문제에서 이런 우를 다시 범한다면 과거 교훈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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