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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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전선 비상 … DJ “울고 싶어라”

민국당 바람 잠잠-수도권 ‘최악’ 상황…“처음부터 다시 시작” 전략 새로짜기 골몰

  • 입력2006-04-04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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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당전선 비상 … DJ “울고 싶어라”
    삼남지방(영-호남과 충청) 선거는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끝났다. 영남지역에 돌풍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했던 민국당이 가라앉고 있어서 현재 조사대로라면 1석을 얻을까 말까 할 정도다. 경북 구미의 김윤환의원조차 당선이 불투명하다. 호남-민주당, 영남-한나라당, 충청-자민련 구도가 안정돼 가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의 말이다.

    지방이 지역감정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고 있다면 수도권은 ‘개혁바람’이 형성되지 않는 것.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제1당 확보를 꿈꾸는 김대중대통령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있다.

    민주당 조직국은 최근 당 386 후보들에 대한 점검상황을 총선기획단(단장 김한길)에 보고했다. 내용은 “애초 바람몰이 주역이 되리라던 기대와 달리 당선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위험상황”이라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당내에서는 이들 후보들에 대한 특단의 지원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조차 나올 정도다.

    최근 민주당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을 볼 수가 없다. 지난 2월18일 한나라당 공천 파문 이후 당내에 떠돌았던 “표정관리 하라”는 말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것. 한 관계자는 “이제 제1당 확보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론이 퍼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꼽은 첫 번째 원인은 민국당의 부진. 민주당 정세분석국의 한 관계자는 “민국당 바람이 불지 않고 수도권 흐름은 양당구도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의 민주당행과 검찰의 병무비리 수사도 민주당에 역풍이 되고 있다. 국가빚문제 등 한나라당이 제기한 잇따른 경제이슈도 사실 여부를 떠나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월18일 한나라당 공천 이후 여론 흐름을 살펴보면 최근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각 당 및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를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 공천 직후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27%, 한나라당 20.4% 정도로 7% 안팎의 차이가 났다. 정당지지도는 민주당 35.7%, 한나라당 23.1% 정도로 10% 이상 벌어졌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후보 지지율이 서울 지역의 경우 민주당 37.6%, 한나라당 33.7%로 좁혀졌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 27.8%, 한나라당 21.1%로 차이가 줄었다.



    “민국당의 창당으로 수도권 영남표가 분산돼 민주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도 큰 효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수도권 민국당 출마자가 가져가는 표는 한나라당 6, 민주당 4 정도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수도권에서 경합지역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은 여전히 민주당이 다소 유리하지만 인천과 경기는 혼전지역이 늘고 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5~7%차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아쉬워했다. “전략에서 실패했다. 민국당 창당이 가시화 했을 때 당 일각에서 ‘민국당을 공격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래야 민국당과 민주당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져 민국당이 영남표를 응집시킬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은 팔짱을 낀 채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이전투구를 보며 떡이나 먹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 마디로 무임승차 전략이었다.”

    김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돼야만 총선후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단 1석이라도 한나라당보다 많아야 정국주도권을 갖고 안정의석을 향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됐을 경우 정국 주도권이 한나라당으로 쏠리고, 결국 집권후반기가 크게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전략가들은 지금 위기의식 속에서 기획안을 새로 쓰고 있다. 하지만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민이다. 한 인사는 “호남(29석)과 영남(65석)의 의석차가 36석이다. 영남지역에서 민국당과 자민련 무소속 등이 다 합쳐 10석을 얻는다 해도 26석이 모자란다. 수도권에서 보충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어떻게 하든 영남이 분열돼야 일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 한 소식통은 “정치권 일각에서 이와 관련한 움직임이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자민련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민국당에 합류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었다는 것. 그러나 이 방안은 실행 마지막 단계에서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민국당에 집단 합류한 사람들이 이른바 ‘영남후보론’ 을 내세우고 바람을 일으키면 김영삼전대통령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현실화한다 해도 김전대통령이 움직일지는 미지수다. 상도동의 한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의 침묵은 더 길어질 것 같다. 총선 전에 입장 표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애가 탄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방법이든 소리나지 않게 민국당을 도와줘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작정치’ ‘2중대론’ 등에 부닥쳐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별 도리가 없지 않은가. 민국당이 생기기 전보다는 상황이 좋은 만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세분석국의 한 관계자는 “민국당의 현재를 인정해야 한다. 무리수를 두려고 해서는 안된다. 승부처는 수도권인 만큼 정밀분석을 통해 경합지역을 집중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핵심부에서는 지금 수도권과 강원-제주지역을 대상으로 경합지역 조사작업이 한창이다. 조금만 자금 인력지원을 하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이런 전략은 신한국당의 15대 총선 전략을 벤치마킹한 측면이 있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5000표 이하로 승부가 갈린 수도권 선거구는 47곳, 3000표 이하로 승부가 갈린 곳이 27곳, 1000표 이하로 승부가 갈린 곳이 7곳이었다. 여권 핵심부는 또 김대통령의 비교적 높은 업무수행지지도를 선거전략과 연계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아직도 여권이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대 총선을 벤치마킹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당시 김전대통령은 ‘깜짝 놀랄 후보’ 등을 언급하며 신진세력을 통한 바람몰이로 새 정치세력의 등장을 예고했다. 일반인들은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리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돈싸움 선거, DJ-반DJ 선거가 됐다. 구정치인이 유리한 선거다. 수도권에서 민주당 386후보들이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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