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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올 봄에는 꽃 좀 보며 살자

올 봄에는 꽃 좀 보며 살자

올 봄에는 꽃 좀 보며 살자
올해는 봄꽃이 좀 늦게 필 것이라고 한다. 꽃 피는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2월의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낮았고 그동안 비가 적게 온 탓이다.

기상청의 예상대로라면 3월17일쯤에는 제주도에서부터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개나리가 피면 며칠 뒤에 덩달아 진달래가 피고, 꽃소식은 차츰차츰 북상하리라. 그리하여 4월 중순이면 이 나라 산천은 온통 꽃들의 아우성으로 들끓게 되리라. 꽃 피는 것 생각만 해도 옆구리가 근질근질해진다.

한 며칠 더디게 꽃이 핀다고 조바심 낼 일도 없다. 전남 광양에서 매화가 핀다는 소식이 들리면 뒤이어 구례 산동에서 산수유꽃 소식이 올라올 것이다.

꽃은 그 유명한 마을에서만 피는 게 아니다. 논둑에 제비꽃이 고개를 들면 밭둑에는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산그늘 아래 얼레지꽃이 돋아나면 볕 좋은 산등성이엔 산벚꽃이 화들짝 화답하며 필 것이다. 그 만화방창 호시절에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그런데 세상은 꽃으로 뒤덮여도 꽃을 보지 못하는 인간들이 있다.



화투장을 펴들고 앉아서 거기 그려진 꽃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쳐 다니면서도 봄꽃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르는 자들이 있다. 주가의 상승 하강 곡선은 눈이 빠져라 쳐다보면서도 단 몇 분이라도 꽃잎 속을 그윽하게 들여다 볼 줄 모르는 자들이 있다. 도대체 측은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생활도 바쁜데 무슨 꽃타령이냐고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비웃어도 좋다. 나는 올 봄에 기필코 화전놀이를 갈 것이다. 마음 궁합이 맞는 동무들을 불러모아 우리 고향에서 참꽃이라고 부르는 진달래를 보러 갈 것이다. 도시락에다 밥과 김치를 담고, 막걸리도 한 통 둘러메고 산을 올라갈 것이다. 찹쌀가루를 이겨 화전을 부쳐먹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노릇노릇하고 동그랗고 고소롬하고 달짝지근한 화전을.

산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하지 않으면서부터 참꽃은 내 키보다 훨씬 큰 놈들도 많을 것이다. 그 참꽃의 숲을 나는 찾아갈 것이다.

황지우는 어떤 시에서 참꽃을 일러 눈물의 폭탄이요, 참다못해 터뜨린 대성통곡이라 했다. 나는 술에 취했는지 꽃에 취했는지도 모르고 노래를 부르리라. 노래방의 음습한 조명이 아니라 참꽃의 연분홍 밝은 조명을 사방에서 받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참꽃 그늘 아래 누우리라. 아내의 눈치를 보지 않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단잠을 자리라.

화투판 같은 선거 … 사람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나는 꽃잎도 따서 먹으리라. 동무들의 입에도 한 움큼씩 넣어 주리라. 입술이며 혓바닥이 발그레하게 물들겠지. 또 동무들의 얼굴에다 꽃잎을 뿌리기도 하리라. 해가 지기 전까지 하루종일 참꽃하고 어울려 철이 덜 든 아이들같이 놀아야지.

참꽃이 피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얼음 속에서 꽃을 내미는 복수초와 길가의 노란 양지꽃, 보랏빛 별꽃을 들여다보면서 화전놀이할 그날을 손꼽아 봐야겠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 불길한 생각이 꿈틀거리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달력을 보니 참꽃이 곳곳에서 만개하는 시기와 국회의원 선거철이 정확하게 겹쳐 있다. ‘오사리 잡놈’의 선거판에 혼을 뺏기고 꽃놀이할 시간을 놓쳐 버리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이 된다. 그건 큰일이다.

제 잘난 인사들이 아무리 멋진 연설과 공약으로 나를 유혹한다고 해도 올 봄에는 흔들리지 않아야겠다. 희망의 세월은 정치꾼들이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만들어 준다는 믿음을 버리지 말아야겠다. 사람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저 화들짝 피는 꽃들만이 희망이다.

화투판 같은 선거여! 나의 꽃놀이 계획을 방해하지 말고, 나의 눈을 멀게 하지 말고, 어서 빨리 지나가라.



주간동아 225호 (p10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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