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1

2000.02.10

사랑받지 못할 때 “아내는 튄다”

정신과 전문의가 본 여자의 외도… 자존심 상할 때, 적개심 가질 때 애인 찾아

  • 입력2006-07-12 13: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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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받지 못할 때 “아내는 튄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두 남녀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 다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처지였다. 그렇게 6개월쯤 흘렀을 때 파국이 찾아왔다. 여자의 남편이 그같은 사실을 알고 사무실을 찾아와 남자를 만났고 둘 사이에 폭력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회사를 그만두었고 여자는 남편과 이혼했다. 남자와도 헤어졌다. 남자가 이혼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혼자 남아 황폐해진 여자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결국 그것 때문에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사실 그 여자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그러던 차에 다른 부서에 남자사원 한 명이 새로 부임해 왔고, 그의 결혼생활은 마냥 행복해 보였다. 늘 자기것이 되기를 소망했으나 결코 가질 수 없었던 행복을 그 남자가 가진 것을 보면서 여자는 고통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과감히 남자를 유혹했고 망설이던 남자도 여자에게 얽혀들고 만 것이다.

    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남자와 여자의 일탈과 외도심리를 아주 적절하게 보여주는 예다. 불행한 결혼생활에 지친 여자에게 이해와 배려, 너그러움을 두루 갖춘 것처럼 보이는 남자가 무의식적인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다. 하지만 남자에게 여자는 단지 잠깐 일탈의 대상이 될 뿐이다. 남자가 결코 이혼하지 않은 것도 그럴 만큼 여자에게 열렬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외도심리에 차이가 있는 것은 왜일까.



    사람의 욕구에도 위계가 있다. 먹고 자고 하는 등의 생리적 욕구가 일차적인 것이라면 영성을 추구하는 초월적 욕구는 마지막 단계다. 그 직전의 욕구가 자기실현 욕구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전시키고 자아실현에 성공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남녀 사이에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욕구를 충족하는 방법에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 남자들은 대부분 자기의 일을 통해서, 여자들은 사랑을 통해서-물론 이것은 교육과 성장환경, 사회적 분위기 등과도 무관하지 않다-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외도심리가 다른 것도 그 때문이다.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고 적개심으로 괴로울 때 외도를 꿈꾼다. 실제로 상담을 통해 만나는 많은 여성들이 남편이 자기를 더 이상 여자로 보아주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아무런 배려도 해주지 않을 때 외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고 말한다. 우리 속담에 ‘홧김에 서방질’이라는 말이 있다. 그 비속함 때문에 천박한 비유로 쓰이지만 사실 대단히 절실한 데가 있다. 여자가 바람을 피우는 심리의 기저에는 일종의 분노와 적개심이 깔린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앞의 예에서 보았듯이 아내에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도 외도를 한다.

    물론 남녀의 외도심리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호기심이다. 이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 일탈을 꿈꿀 때 가장 도발적인 대상이 되는 것이 외도다. 기질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정서적으로 부침이 심하고 약간의 외로움이나 불안감도 견디지 못하고 무언가로 그것을 채워 넣어야 하는 사람에게 바람기는 하나의 천형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부부 사이가 원만하고 건강한 사랑으로 맺어 있을 때는 옆길로 새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문제를 방치한 채 서로를 억압하고 거부하면서 상대에게 외도의 빌미를 주는 것을 본다. 결국 외도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언제나 대화의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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