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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반중 감정

“중국이 싫다” 커가는 ‘혐중증’

일본인 48% “중국인에 친근감 못느껴”… 20년 전보다 3배이상 늘어

  • 권순활/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shkwon@donga.com

“중국이 싫다” 커가는 ‘혐중증’

최근 일본 서점을 둘러보면 중국이나 중국인을 비판하는 서적이나 잡지가 부쩍 늘어났다. 기자가 알고 있는 꽤 양심적인 일본지식인 중에도 “중국이 싫다”고 내놓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중국주재 경험이 있는 일본회사원들 중 상당수가 “회사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중국에 다시 가고 싶지 않다”며 혐중(嫌中)감정을 드러낸다.

일본총리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80년의 경우 중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일본인은 78.6%로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다”(14.7%)의 5배를 넘었다. 그러나 89년 톈안문(天安門)사건을 계기로 변화조짐이 뚜렷해지면서 지난해에는 “친근감을 느낀다”가 불과 1%포인트 정도 높았다. 한 일본 언론인은 “지금 조사해 보면 아마 비율이 역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을 싫어하는 일본인들은 왜 늘어나고 있을까.

“거짓말 잘하고 공사 구별 없다”

그동안 일본 언론에 소개된, 혐중감정을 갖게 된 일본인의 경험담을 몇가지만 들어보자.

한 일본 회사원은 상하이(上海)에서 현지법인 지점장으로 있을 때 중국 여직원을 해고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여직원은 손님이 와도 수다를 떨거나, 창고에서 가격표를 붙이라고 하면 잠을 자는 등 근무태도가 불성실해 해고됐다. 그러나 여직원을 내보낸 직후 지점장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달려든 차량에 치일 뻔했다. 차량의 뒷자석에는 얼마 전 해고된 중국 여직원이 앉아 있었다. 학생시절부터 중국 역사와 유적을 좋아했던 지점장은 중국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한 일본 부동산회사 간부는 “공산주의 국가라서 국민은 정직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반대였다. 공사 구별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중국의 중-일 합작기업회사에서 일할 때 승진을 노린 중국인 간부가 중국 직원을 통해 일본 직원의 비행을 고자질하게 하거나, 팔려고 내놓은 맨션에 들어와 살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여성 청소원이 맨션 안에서 목욕과 세탁을 하거나, 위성방송 조작실 직원이 입주자에게는 방송을 보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바꿔 포르노영화를 보기도 했다는 것. 비즈니스를 둘러싼 마찰도 많다. 일본기업인들은 개혁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에는 아직 자본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돈벌이가 되면 합작상대였던 일본을 쫓아내거나 국가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곤욕을 치른 일본기업도 있다.

일본에서 혐중감정이 확산되는 데는 중-일 양국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일본 지식인들은 말한다. 우선 중국인의 기질 중 일본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 가령 중국사회는 ‘생활의 지혜’로서 생겨난 거짓말과 과장 아첨이 많다고 일본인들은 지적한다. 또 연줄이나 파벌을 중시하는 풍토, 중화사상에서 오는 오만, 회사보다는 본인과 가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도 거부감을 준다.

한 일본 기업인은 “세계의 상식은 중국의 비상식이고 중국의 상식은 세계의 비상식”이라고까지 비꼬았다. 일본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원조한 사업인데도 중국은 원조받았다는 사실을 숨기고 단독으로 완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한 중국인의 복잡한 감정도 트러블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다. 중국으로서는 과거 상대도 되지 않았던 일본이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국력이 커지면서 중국을 침략한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중국을 접하는 일본인으로서는 중국이 현실적으로 일본의 경제력을 인정하면서도 속마음으로는 싫어한다는 점을 느끼고 이에 반발한다.

새로운 중국지도자들에 대한 반감도 있다. 과거 중국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鄧小平) 등에 대해 일본은 일종의 경외와 동경, 콤플렉스를 느꼈다. 그러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 등 현재 중국지도층은 일본인들에게 “그릇이 작다”고 비친다. 특히 지난해 11월 방일한 장주석이 과거사문제 등을 들어 일본을 격렬히 비판한 뒤 일본내의 혐중감정은 한층 깊어졌다(상자기사 참조).

그러나 일본쪽에도 결코 책임이 적지 않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몇달 전 특집기사에서 “중국에 친근감을 느끼지 않는 일본인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중국측 문제뿐만 아니라 일본의 편협성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다. 일본은 바다를 통해 외국과 차단된 섬나라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이민족과의 접촉기회가 적었다. 이 때문에 일본과 다른 이질적인 것은 조건반사적으로 배척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중국의 중화사상을 비난하면서도 일본의 룰을 따르지 않는 외국인에게는 눈살을 찌푸린다.

게다가 분명히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미국이나 유럽인 양 착각하는 일본의 사회풍토도 문제다. 메이지유신 후 일본에 뿌리내려진 ‘탈아입구’(脫亞入歐·아시아를 벗어나 유럽을 지향한다) 관념은 지금도 일본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서양인들에게는 친절하거나 비굴하면서 중국이나 한국, 동남아 등 아시아인들을 무시하거나 경멸하는 일본인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중국인 중 가장 반일감정이 심한 사람들은 일본에 유학하거나 일본에서 근무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중국이 일본과 달리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사회주의체제라는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조만간 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일본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일본에 확산되는 혐중감정을 우려하면서 상호이해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다케미 게이조(武見敬三) 일본외무성 정무차관은 “중-일 관계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상호신뢰와 우호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인간과 인간의 신뢰가 중요하며 ‘중국인이 어떻다’ ‘일본인이 어떻다’라는 획일적 견해는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한 중국전문가는 “중-일 평화공존이 중요하며 중국이 혼란에 빠지면 곤란해지는 것은 일본”이라고 강조했다.

反中감정 키운 장쩌민

작년 정상회담 때 ‘과거사’ 들먹이며 비판 … 일본인엔 ‘미운털’


지난해 11월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의 방일은 일본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장주석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에 일본의 중국침략에 대한 사죄문구가 명기되지 않은데 반발, 서명을 거부했다. 외교관례상 정상회담 후의 관행인 공동기자회견도 열리지 않았다.

장주석은 아키히토(明仁)천황 주최 만찬에서 답사를 통해 “일본 군국주의는 대외침략전쟁이라는 잘못된 길을 걸어 중국과 다른 아시아 인민에 큰 재난을 입혔다”며 ‘일본의 과거’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중산복(中山服) 차림으로 참석한 장주석은 ‘과거를 잊지 말고 후세의 교훈이 되게 하라’는 중국 격언을 소개한 뒤 “우리는 이 아픈 역사의 교훈을 영원히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장 분위기는 물을 끼얹은 듯했다. 천황을 바로 옆자리에 앉혀놓고 이토록 직설적인 표현으로 일본에 과거사를 추궁한 외국지도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중산복 차림으로 천황 주최 만찬에 참석한 것도 일본인에게 거부감을 주었다. 실은 중국에서 중산복은 ‘예복’(禮服)이었다. 중-일 외교당국도 ‘중산복차림 참석’을 사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알지 못한 많은 일본인은 ‘천황 및 일본에 대한 모욕과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장주석은 일본에서의 강연과 면담에서도 “왜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계속 거론하느냐고 하지만 일본내에는 잘못된 과거를 잊는 사람이 너무 많다” “중국은 일본의 침략으로 3500만명이 죽거나 부상했으며 60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냈다”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는 귀국길에 아키히토 천황에게 보낸 전문에서도 ‘일본의 과거’를 추궁하고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간동아 210호 (p72~73)

권순활/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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