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47

2016.07.20

커버스토리 | ‘사드’, 그 정치적 도박

韓中 밀월 파국… 中 대북제재 이탈할 듯

美, 北 선전포고 발언 당일 배치 발표…남중국해 판결로 반미 감정 최고조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6-07-19 11: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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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초순 미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2월 중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조치였다. 미 국무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담은 인권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미 재무부가 이를 근거로 김정은을 포함한 개인 15명,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것. 최고존엄이 모욕당한 북한은 즉각 반발했다. 북측은 7월 8일 “이제부터 미국과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우리 공화국의 전시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을 향해 전쟁을 들먹인 이날 오전 11시 한국과 미국 양국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초 오후 3시 발표 예정이었으나 한 석간 언론사의 엠바고(보도 시점 유예) 문제 제기로 발표가 앞당겨졌다. 한미 양국 당국자의 사드 배치 발표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 모습이 퍼뜩 떠올랐다. 첫째 중국이 보일 강력한 분노, 그리고 대북제재 정책을 접고 북한과 긴밀히 손잡는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의 분노를 확인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평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외교부 정례 브리핑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을 내놨다. 한미 양국의 발표 직후 중국 외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강렬한 불만’ ‘단호한 반대’라는 단어를 쓰며 강도 높은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김장수 주중한국대사 등 한미 양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7월 11일 “중국의 전략적 안전을 엄중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분명한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안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교류협력사업 곳곳 태클 가능성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한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관영 ‘런민일보’는 ‘덕에 기대면 성하고, 힘에 기대면 망한다’는 역사의 법칙을 언급하며 미국을 집중 비난했다. 한편으론 “위험이 이어지는 한반도 정세에 사드가 새로운 위험을 더하고, 이 일대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균형에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추시보’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해 5가지 대응 조치를 건의한다”며 자극적이고 노골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대응 조치 가운데는 사드 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한국 인사들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그들 가족의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펑황왕’ 등 일부 매체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충돌이 생긴다면 한국의 사드 기지를 먼저 타격해야 한다”며 군사적 타격까지 거론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언론매체가 이처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무력시위로 자신들의 분노를 표출했다. 사드 배치 결정 발표 하루 뒤인 7월 9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것. 김정은을 겨냥한 미국 측 제재에 뒤이어 사드 배치 결정까지 발표되자 ‘해볼 테면 해보자’ 식의 무력도발이었다. 그리고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사흘 만인 11일 북한은 사드에 대해 물리적 대응을 실행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세계 제패를 위한 미국의 침략 수단인 사드 체계가 남조선에 틀고 앉을 위치와 장소가 확정되는 그 시각부터 그를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북한이 억지 주장을 지속하면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과 중국 모두를 크게 자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앞으로 여러 방식으로 우리에게 ‘태클’을 걸 가능성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시대를 맞아 양국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고 밀월기로 인식됐고 이로 인해 양국 정부 간, 기업 간 다양한 교류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추진되는 양국 간 교류협력사업에 대해 중국이 앞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을 걸 개연성이 크다. 중국은 남한에 대한 압박정책과 반대로 대북제재를 풀어주면서 북한과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국 언론에서도 그러한 중국 측 속내를 읽을 수 있다.  

    필자는 환추시보가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당국에 주문한 5가지 대응조치 가운데 특히 4번째 조치에 주목한다. 환추시보는 “대북제재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평가하자”면서 “대북제재와 사드 배치 이후 이 지역의 균형이 상실되는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참해왔다. 이른바 북한의 혈맹국, 후견국으로 불리는 중국이지만 국제사회 리더로서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을 옥죄는 현 상황에서 사드까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동북아지역의 패권을 미국이 거머쥐면서 자신들의 위상이 현저히 약화될 것을 중국 측은 우려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는 현실에서 동북아지역의 세력 균형 상실 상황을 막으려면 대북제재는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환추시보는 펼치고 있는 것이다.   



    中 언론 ‘대북제재 재평가’ 주장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전에도 중국의 대북제재는 많은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달리 별로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나선경제특구와 청진, 그리고 북·중 접경지역인 투먼과 훈춘 일대에서는 임가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 기업이 은밀하게 북한 인력을 광범위하게 고용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와중에도 중국이 동북아지역 정세를 봐가며 대북제재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중국 세관당국이 대북 사업가들을 불러모아 대북투자를 금지한다는 취지로 말한 뒤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고 대북투자를 눈감아주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주간동아’ 1045호 기사 참조).  

    중국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이들은 이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 대북사업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형국 속에서 중국 당국은 미국이 자국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지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 강도를 달리해왔다”고 말한다. 미국이 동북아지역에서 패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어지면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고, 그렇지 않으면 강도를 낮추는 등의 방식으로 탄력적으로 ‘대북제재 카드’를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월 12일 오후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내린 “중국에게는 남중국해 영유권이 없다”는 판결도 중국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지만, 필리핀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 양국이 이번 판결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한반도의 사드 배치 결정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까지 완패하면서 중국의 반미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은 고스란히 한반도로 튀고 있다.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다. 세계 빅2 간 거대한 충돌로 한반도는 다시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제사회 제재로 북한이 코너에 몰렸다면, 하반기는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로 분노한 중국 측의 압박으로 남한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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