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33

2016.04.13

커버스토리 | 현대家 잔혹사

그룹 경영난 원인, 현대상선의 초조함

선박 빌리는 데 하루 3500만 원…다급한 현대상선 “깎아주세요”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6-04-12 08:09:4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현대상선이 채권단을 달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 바로 현재 운임 원가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용선료 인하다. 현대상선이 현재 빌려 쓰고 있는 대형 컨테이너선의 경우 용선료로 하루 3만 달러(약 3500만 원)를 지출하는 상황인데, 최근 시세로는 같은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절반도 안 되는 하루 1만4000달러(약 1600만 원)에 빌릴 수 있다. 현대상선이 과거 너무 비싸게 선박을 대여받는 계약을 맺은 셈.

    이미 유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져 다른 부문에서는 원가를 절감할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용선료 인하는 현대상선이 효과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현대상선 측은 “채권단에서는 (현대증권 매각 등을 비롯한 자구책에) 추가적으로 용선료 인하와 채무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추가 요구사항 이행 여부에 따라 출자전환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자전환이란 자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기업의 주식을 대신 받아가는 것으로 채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출을 해줬는데 결과적으로는 출자가 되는 이 방식은 그만큼 해당 기업의 영업실적 개선 전망이 뚜렷해야 가능하다. 용선료 인하로 가시적인 실적 개선 전망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용선료 인하를 위해서는 임차한 선박의 선주들과 협상해야 한다. 현대상선 측은 2월부터 영국 런던, 싱가포르, 일본, 미국 뉴욕을 방문해 선주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4월 중순이나 말쯤 돼야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스라엘 컨테이너선사인 ZIM이 2014년 용선료 인하와 채무 재조정 협상에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을 보인 사례를 인용하면서 가능성을 제시하기는 했으나 협상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용선료 협상 외 기타 비협약채권의 처리 문제와 채권단의 채무 재조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주사에 대한 보상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더라도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원가 절감이 필요하다. 한국기업평가는 “해외 선사들 대비 비용이 높게 나타나는 하역비, 운송비 등 기타 원가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비용 축소가 필요”하며 “판관비 부분의 비용 절감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