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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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엄마가 뿔났다

보육대란 부른 여야 샅바싸움

겉으론 정부-시·도교육청간 공방…알고 보면 4월 총선 겨냥 정치적 노림수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6-01-18 1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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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1일. 교육부는 ‘즉시 보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을 곁들여 A4용지 13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은 ‘교육부, 2016년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 결과 발표’.
    교육부는 “이번 예산 분석 결과 2015년에는 2013년도 세수결손에 따른 교부금 감액 정산으로 지방교육재정에 단기적인 어려움이 있었으나, 금년에는 교부금 및 지방세 증가 등으로 재정 여건이 호전될 것으로 분석했으며, 국회에서 지원이 확정된 국고 목적예비비, 지방세 추가 전입금, 순세계잉여금 등 재원을 활용하고 과다계상된 인건비, 시설비 등 세출항목을 조정하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요리조리 따져보면 누리과정에 쓸 돈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기재부 차관, “지자체 결정 있으면 바로 집행”

    교육부가 예산 분석을 한 시·도교육청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교육청과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세종, 강원, 전북교육청 등 7개 시·도교육청에 국한됐다. 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모두가 야권 성향의 진보적 교육감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교육부의 이번 예산 분석에 ‘누리과정에 쓸 돈이 없다’는 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돈이 있지 않느냐’고 압박하려는 의도 외에 정치적 숨은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외에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기재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1월 12일자 ‘중앙일보’ 기고를 통해 “올해 국가가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은 지난해보다 1조8000억 원이 늘어나고, 시도 전입금도 1조 원 이상 는다. 반면 학교 신설 등 지출 소요는 준다”며 “유치원 예산이 미편성된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의 유치원 재원은 교육청의 올해 예산 중 예비비에 담겨 있어 지자체 결정만 있으면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어린이집 예산도 과소하게 잡혀 있는 순세계잉여금, 전입금을 제대로 반영하고 과도하게 반영된 인건비, 시설비를 조정한 뒤 정부가 마련한 3000억 원의 예비비를 쓰면 편성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크게 반발했다.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 결과 발표에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장휘국 광주시교육청교육감)는 1월 12일 “정부는 사실을 왜곡해 보육대란 사태를 악화하는 일련의 행위를 중단하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근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7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13쪽에 달하는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본예산 분석 결과보다 더 많은 21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반박 자료를 내놨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의 추가 지원이 있어야만 현실적으로 편성이 가능하다”고 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안정적인 교육재정의 확보보다 2016년도 누리과정 부족분 해결만을 위해 근거도 없는 엉터리 재정 추계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원도교육청은 “타당성이 없고 교육청 실정을 전혀 모르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으며, 세종시교육청은 “순세계잉여금 산정 시 이월액 과다계상 등 상당 부분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남교육청은 “교육부가 가용재원 전액을 누리과정에 편성토록 촉구하고 있으나, 이는 시·도교육청의 특수성으로 인해 소요되는 누리과정 외 투자사업의 필요성을 철저히 무시해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시도세 전입금 등의 판단 착오로 전입 여부가 불투명한 재원을 과다편성토록 유도해 향후 세입결손 등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으로 쓸 예산’이라고 분석한 항목에 대해 “누리과정에 쓸 돈이 아니다”라고 그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한 것. 시·도교육청의 반박 자료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다시 세부 항목 등에 대한 제 나름의 근거를 들어 재반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사이 유치원비 납부 시한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 등으로 실제 학부모가 부담하는 시점은 2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 공방 속에서 보육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엉터리 재정 추계로 국민 호도”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거세게 일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논란의 원인이 진보성향 교육감 출현과 무관치 않다는 처지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중앙일보 기고에서 “벌써 2년째 똑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도입돼 2014년까지 아무 문제없이 편성돼왔는데, 2014년 교육감들이 바뀌면서 사달이 생겼다. 지켜보는 학부모들로선 안타깝고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약속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 남은 것은 교육감의 의지”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한 관계자도 “정치적 이유가 없다면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시·도교육청을 압박하는 것 역시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국회를 통과한 예비비 3000억 원의 경우 찜통교실과 노후화장실 등 학교시설 개선을 위한 경비와 지방채의 이자를 지원하기 위한 경비 외에는 지출할 수 없는데도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만 편성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려면 관리 책임이 이원화돼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부터 일원화하고, 그에 걸맞게 재정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법령부터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월 6일 기자회견에서 “누리과정 예산 충당으로 시·도교육청의 부채는 2012년 9조 원에서 2015년 17조 원으로 급증했다”며 지방교육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한 바 있다.
    교육부와 7개 시·도교육청 간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4월 총선 이전 극적인 타결을 이룰 수 있을까. 만약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해결되지 못해 보육대란이 현실화한다면 4월 총선에는 ‘누리과정 예산 책임’에 대한 또 하나의 심판적 성격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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