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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고수 홍수시대, ‘족집게 전문가’ 선별 방법

[조영광의 빅데이터 부동산] 불확실한 변수도 짚어주는 여우형 전문가에 주목해야

  •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부동산 고수 홍수시대, ‘족집게 전문가’ 선별 방법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실적 좋은 부동산 전문가를 찾는 것이 먼저다. [GETTYIMAGES]

정확한 부동산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실적 좋은 부동산 전문가를 찾는 것이 먼저다. [GETTYIMAGES]

행동경제학의 석학 대니얼 카너먼이 세계적인 예측 전문가로 꼽는 필립 테틀록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예측 실력을 원숭이가 다트를 명중시키는 확률과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경제, 주식, 선거, 전쟁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년 동안 실시된 이 실험의 결론은 전문가와 원숭이의 실력은 별반 차이가 없으며 3~5년을 전망하는 장기 예측에서는 오히려 원숭이가 낫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세계에서 다수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예측할 때 전문가 의견에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이 실험은 2005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골딜록스 존’ 마지노선, 2025년

그런데 17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여전히 확신에 찬 전문가의 미래 전망을 갈망하며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꺼리는 인간의 심리 본성 때문이다. 심리학에 따르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는 생리적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것만큼이나 강렬하다고 한다. 전문가에 의지하고픈 인간 본능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만, 적어도 테틀록 교수의 실험에서 언급된 ‘원숭이보다 못한’ 전문가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유튜브, 블로그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로 수많은 부동산 전문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행동경제학이 알려주는 ‘올바른 전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부동산 전문가를 선별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테틀록 교수는 저서 ‘슈퍼 예측’에서 슈퍼 예측가가 되기 위한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으로 예측 불가능한 신의 영역과 이와 정반대로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골딜록스 존’ 난이도의 질문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12년 뒤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인가”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질문은 아예 쳐다볼 생각도 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확실성이 큰 사안일수록 본능적으로 강렬한 해소 욕구가 치솟아 10년 혹은 20년 뒤 부동산 전망을 자신 있게 말하는 전문가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대선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건설사에서 부동산 전망을 하고 있는 필자 역시 불황의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던 2010년 당시 10년 후 한국 각 도시의 집값이 이 정도로 상승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의 합리적 예측을 위한 골딜록스 존의 마지노선은 어디일까. 합리적 미래 전망을 위한 마지노선은 ‘확정된’ 미래 통계에 달렸는데, 부동산의 확정된 미래 통계로는 입주량 통계를 꼽을 수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착공된 아파트는 2~3년 후 준공되기에 현재 기준으로 최소 2024년, 길게는 2025년 입주량은 확정된 미래 통계라고 할 수 있다(그래프 참조). 또한 지역 주택시장의 평균 사이클이 3년 안팎임을 감안할 때 부동산 예측의 골딜록스 존은 2025년까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2025년 이후 부동산 전망을 마치 미래에 직접 다녀온 것처럼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경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우형 전문가 의견 경청해야

마이클 모부신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스포츠, 사업, 투자 분야 성과에서 ‘운’과 ‘실력’을 구분해야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정확한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키보드 타자 실력’처럼 주로 신체를 반복해 사용하는 활동성과 예측은 ‘운’보다 ‘실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인 반면, 투자와 같이 복잡다단한 변수가 작용하는 영역의 성과 예측은 ‘실력’보다 ‘운’이 강하게 작용한다. 부동산시장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거시경제, 심리, 정부 정책 등 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모부신 교수는 운의 영향이 큰 영역일수록 예측 결과보다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운의 영향력이 큰 영역이라면 말 그대로 ‘운 좋게’ 예측이 맞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예측 결과가 틀릴지라도 올바른 사고 과정을 거쳐 시장의 장기적 인과관계를 찾아낸 전문가라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전망치가 들어맞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뢰할 만한 부동산 전문가는 어떤 사고 과정을 거칠까. 테틀록 교수는 20년에 걸친 전문가 실험을 통해 ‘고슴도치형 사고’보다 ‘여우형 사고’를 가진 전문가가 예측 정확도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음을 증명했다. 세상을 본인 신념에 부합하는 ‘한 가지 관점’으로 고집스럽게 연결시켜 단정 짓는 ‘고슴도치형’과는 반대로, ‘여우형’은 현실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관계가 없거나 심지어 모순되기도 하는 관점들을 통합해 확률적으로 결론을 내린다(표 참조). 하지만 우리는 ‘더욱이’ ‘게다가’ 같은 부사를 사용해가며 ‘이곳은 100% 상승한다’ 혹은 ‘하락한다’고 콕 짚어주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생각하기에 발생 가능성이 ‘70% 수준’이라고 말하는 나약해 보이는 여우형 전문가는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다.

불확실한 부동산시장에 일단 발을 디뎠다면 부동산 불패론자(극단적 낙관) 혹은 부동산 필패론자(극단적 비관)와 같이 한 가지 관점만 줄기차게 주장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를 쫓기보다, “상승 가능성이 70%로 높지만 30% 하락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변수도 함께 짚어주는 여우형 전문가에 주목해야 한다. ‘확률의 저울’로 상승과 하락 가능성을 가늠하는 여우형 전문가는 누구나 검증 가능한 근거로 전망을 내놓기 때문에 부동산 초보자는 스스로 팩트 체크를 하면서 자연스레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탁월한 여우형 전문가는 시장 국면에 따라 중요하게 봐야 할 변수를 유연하게 변경해 짚어주는데, 이는 ‘오디오 이퀄라이저’가 음악장르에 맞춰 특정 주파수를 증폭하거나 감쇄시키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공급 과잉 국면에서는 ‘미분양 통계’를 주목하라고 조언하거나, 긴 하락 국면에서는 ‘거래 회전율 회복’에 주목하라고 조언하는 식이다. 탁월한 여우형 전문가는 테틀록 교수가 주장하듯이 ‘정보 균형감각’이 뛰어나 최신 정보에 너무 민감하게도, 너무 둔감하게도 반응하지 않으며 오래된 정보와 적절히 조율할 줄 안다. 무엇보다 기저율(사건이 발생할 일반적인 확률)을 바탕으로 정보를 분석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시행된다. 이에 맞춰 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재건축 단지들이 많은 뉴스매체를 통해 보도될 것이다. 보통 그런 뉴스는 해당 단지의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데, 실제 서울 재건축 단지가 안전진단 통과 후 관리처분까지 평균 10년이 걸린다는 ‘기저율’을 감안하면 ‘안전진단 통과’ 이슈가 장기적인 호재가 되기엔 무리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전망해야 ‘진짜’ 전문가

행동경제학자들은 “양질의 피드백을 주기적으로 받는 환경에 있나”를 훌륭한 전문가 선별을 위한 1순위 기준으로 꼽는다. 1년에 한 번꼴로 자신의 예측을 두루뭉술한 말로 표현하는 부동산 전문가는 자신의 과거 전망이 현재와 얼마나 들어맞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느릴 수밖에 없다. 또한 맞고 틀림의 기준을 ‘말의 어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에 휘말려 부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월, 분기 단위로 전망을 내놓으며 판단 근거와 결론을 검증 가능한 데이터로 설명하는 전문가는 전망치에 대한 피드백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받기 때문에 자신의 예측 논리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SNS가 고도화됨에 따라 자극적인 콘텐츠와 메시지가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들을 밀어내며 눈을 ‘편향의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골딜록스 존에 집중하면서 여우형 사고를 가지고 주기적으로 전망을 내놓는 부동산 일기예보관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49호 (p30~32)

조영광 하우스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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