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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노후 원한다면 ETF·리츠·채권 포트폴리오 짜라”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이 추천하는 ‘100세 시대 재테크’

  •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편안한 노후 원한다면 ETF·리츠·채권 포트폴리오 짜라”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홍태식]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홍태식]

퇴직연금은 노후 생활의 안전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1년 전보다 40조 원 늘어나 295조6000억 원 규모로 커졌지만, 수익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와 증시 부진 여파로 2018년(1.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2.5%)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문제는 올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가파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투자 환경이 변화한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돈 버는 길을 택해야 하는 것이 연금”이라며 “주식(ETF)과 부동산(리츠), 현금(채권)에 적절히 자산배분을 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고문은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를 지낸 연금 전문가다.

“어려울 땐 잠시 관망하는 자세 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투자 환경이 어려워졌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올해 1~2월 주가가 떨어질 때만 해도 곧 반등할 거라고 봤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에 접어들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오게 됐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물가 충격인데, 당장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비용이 다시 제품 가격에 반영돼 또 한 차례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거다. 또 장기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명목금리가 올라 한국처럼 부채가 많은 나라에는 꽤 큰 부담이 된다. 미국 같은 경우 30년짜리 장기대출금리가 3%에서 몇 달 만에 5%까지 올랐다. 이자만 쳐도 70% 부담이 늘었다는 의미다. 전문가라면 이런 시장에 들어가 뭘 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은 조금 발을 빼고 상황을 지켜보다 시장이 안정되면 다시 들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도 마찬가지일까.

“어느 나라 주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다른데, 한국 주식은 이미 고점 대비 많이 빠졌고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라서 계속 갖고 있어도 될 것 같다. 특히 가치주(기업의 실질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는 수익률도 꽤 괜찮다. 문제는 미국이나 중국 주식에 투자한 사람일 텐데,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였다면 특정 자산 비중을 크게 가져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주식, 부동산, 현금을 3대 자산이라고 하는데 상품으로 말하면 ETF(상장지수펀드), 리츠(REITs: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 채권에 해당한다. 이렇게 세 자산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면 보완이 돼 손해를 좀 덜 본다. 나도 올해 퇴직하면서 받은 돈을 퇴직연금에서 운용 중인데, 리츠 가격이 올라 큰 손실은 없었다. 목돈이 아니고 적립식으로 조금씩 투자하는 거라면 레버리지를 쓰거나 주식 비중을 한껏 높여도 좋겠지만, 연금은 무조건 길게 보고 비록 느려도 확실하게 돈 버는 길을 택해야 한다. 그리고 주식, 부동산, 채권을 골고루 넣어야 한다.”

연금 포트폴리오의 기본은 ETF, 리츠, 채권 3가지인가.

“맞다. 옛날 유대인은 ‘자산의 3분의 1은 자기 사업, 3분의 1은 부동산, 3분의 1은 현금에 배분하라’고 했고, 이것이 요즘으로 치면 주식, 리츠, 채권인 셈이다. 채권의 장점은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유동성이 좋아 필요할 때 팔아서 다른 자산을 살 수 있다는 거다. 한국 채권펀드는 대부분 우량 채권펀드라서 어떤 것을 선택해도 괜찮다. 또 시야를 조금 넓히면 글로벌 채권펀드가 있는데 이머징마켓에 금리가 조금 높은 것들이 있다. 이 경우에는 환에도 신경 써야 하니 채권 매니저에게 맡겨야 하지만 ‘누구에게 맡기기 싫다’ ‘신경 쓰기도 싫다’ 하는 분은 한국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TDF 70%, 리츠 30% 자산배분 추천”

지금 시기에 추천하는 ETF는 무엇인가.

“시기마다 뜨는 ETF가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500개 대형 기업으로 구성된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ETF다. 그리고 미래 유망산업이 될 바이오 ETF를 틈틈이 사놓으면 어떨까 한다. 지금 바이오 기업 주가가 많이 떨어졌는데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많이 떨어질수록 좋은 것 아닌가. 특히 젊은 사람들은 연금이 아직 많이 쌓이지 않았고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머니, 주식 비중이 높은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문제는 연금이 제법 쌓인 50대인데, 이들은 자산배분을 통해 리츠나 고배당주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

리츠가 ETF보다 안전한 투자자산이 될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 해도 하락기에는 몇 년에 걸쳐 뚝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리츠에는 한국에서 작은 상가를 사는 것보다 훨씬 우량한 부동산이 담겨 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져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 가격이 떨어진 동안에는 배당받아 살고 가격이 오르면 팔아 수익을 남기면 된다.”

국내에 상장된 리츠 가운데 고르면 될까.

“국내에 상장됐다 해도 해외 부동산을 담은 리츠가 많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만 해도 미국 플로리다 페덱스 물류센터, 텍사스 아마존 물류센터 등이 대상이고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 등에 투자하고 있다. 그렇게 우량한 부동산을 담은 리츠를 선택하면 된다.”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방법으로 TDF(Target Date Fund)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금 운용을 특정 목표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TDF에 맡기는 것과 직접 관리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나을까.

“자산관리에 깊은 지식이 없다면 TDF가 낫다. 물론 TDF도 손실이 발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기 때문에 좀 잊고 지내도 되는데, 직접 운용에 나서면 그러기가 어렵다. 만약 펀드 20개로 포트폴리오를 짰다면 매일 어떤 펀드는 내리고 어떤 펀드는 오를 텐데, 보통 사람이라면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다만 TDF는 주로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되고 그 안에 부동산 상품이 없다. TD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TDF 70%, 리츠 30%로 구성한다.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TDF 안에서 조정될 테니 이후에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10년 뒤 노동시장에 큰 변화 일어날 것”

퇴직연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개별 종목보다 지수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GettyImages]

퇴직연금 운용이 목적이라면 개별 종목보다 지수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GettyImages]

“100세 시대에는 80세까지 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 직장에서 퇴직한 후 다음 직업을 갖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과거 20년 동안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5세)는 1000만 명 늘었지만 앞으로 20년 동안에는 10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 얼마나 그 공백을 메울지 모르겠지만 은퇴 후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꾸준히 개발하고 새로운 지식을 익힌 사람에게는 다음 기회가 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게 임금피크제로 가는 거다. 젊은 사람들은 가족을 부양하면서 지금부터 자산을 축적해야 하고, 60대 이후 사람들은 이미 자산을 쌓아놓은 상태다. 그러니 두 노동시장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지금은 상상이 안 되겠지만 10년만 지나도 한 해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인력이 50만 명인데 나가는 인력은 80만 명이니 노동시장 변화가 실감될 거다.”

10년 후 인구 변화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인구 면에서는 정말 또 다른 세상이 올 거다. 과거 20년은 대한민국에 무척 좋은 날이었다. 2000년 한국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 달러였는데 현재는 3만4000달러다. 3인 가구로 계산하면 평균 3800만 원을 벌었는데 지금은 1억3000만 원으로 가구소득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성장은 어렵다. 우리보다 앞서 이런 경험을 한 선진국들은 국가가 모든 케어를 책임지기 어려우니,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사적연금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이미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연금저축, 퇴직연금, 주택연금까지 다양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자산 증식과 함께 취업시장에 오래 남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이 유행했지만 코인도, 한때 서학개미들을 열광하게 했던 QQQ(나스닥100 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3배 인버스 ETF)도 박살이 나지 않았나. 제일 믿을 만한 자산은 자기 자신이다. 데이비드 스웬슨이라고 예일대 기금을 운용하던 책임자가 있었는데, 35년 동안 연평균 13%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다. 그런 그도 ‘기금 운용보다 중요한 것은 기부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곧 자산을 축적해 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히 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투자에서 단기 손실은 막을 수 없어”

어느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자산 운용을 해야 할까.

“미국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을 보면 주식 비중이 50~60%에 이른다. 수익률은 평균 7% 정도다. 미국 주식시장이 연 14% 올랐기에 가능한 수익률이었다. 또 과거 20년 동안 중국이 세계경제에 들어오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기는 어렵기에 만약 임금상승률이 5%가 넘으면 무조건 DB(확정급여)형을 하라고 권한다. 14년 후 원금이 2배 되는 수익률이 5%이기 때문이다. DC형도 그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것이 적당한데 리츠 배당 수익률도 5%다. 그래서 리츠를 중심에 놓고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수익은 낮은 채권,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한 주식을 섞어놓고 상황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는 게 이상적이다.”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짜도 손실 구간을 피할 순 없나.

“그렇다. 계속해서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물론 특정 ETF를 왕창 사들여 20%, 30%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도 있는데 진짜 1~2명이다. 간혹 그런 내용이 기사로 보도되면 ‘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분산투자를 한다 해도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한 해 동안에는 5%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 투자는 6개월 동안 0%도, 마이너스도 기록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멀리 보고 주식 위주로 공격적 투자를 하고, 자산을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생활비를 써야 하는 사람들은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금 한국 증시가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는데 저점일 때 우량 종목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항상 말하는 것이 ‘우량 종목을 장기 보유하면 돈 번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하지 마라’다. 말 자체는 맞지만, 그러면 장기로 보유했을 때 돈이 되는 미래 우량 기업은 어디냐는 의문이 남는다.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시가총액을 역전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한때 휴대전화 시장을 휩쓸던 노키아가 한순간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삼성전자 주식을 30년 갖고 있으면 돈이 된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도 한때는 다 망한다고 했던 기업들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놈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고 별 볼일 없는 놈도 언제 어떻게 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종목을 포괄해서 들고 있어야 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아내에게 미리 남긴 유언에 중요한 투자 철학이 다 들어 있다. ‘유산의 90%는 S&P 500에, 10%는 채권에 투자하라’다. 버핏처럼 평생 투자 공부를 해온 전문가도 개별 기업이 아닌 지수에 투자하라고 한다. 나는 주식시장은 신이 만든 곳이라고 생각한다. 교만한 사람은 가차 없이 한 번씩 날아가는 일이 반복된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주간동아 1338호 (p18~21)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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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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