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8

2022.05.06

“부동산시장 신호등 빨간불인데, 무리하게 건너는 건 NO”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가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2-05-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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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데이터를 연구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박해윤 기자]

    부동산 데이터를 연구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박해윤 기자]

    “집 살 거면 올해가 기회인가요.”

    ‘데이터는 답을 알고 있다’는 이름 그대로의 회사를 세우고 부동산 데이터를 연구해온 빅데이터 전문가 김기원 데이터노우즈(Dataknows) 대표는 “지금 부동산시장은 데이터로 봤을 때 가치 대비 너무 고평가돼 있다”며 “집을 살 거라면 좀 기다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짧게는 3~4년, 길게는 6~7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이라도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은 이에게는 별로 듣고 싶은 답이 아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뇌피셜’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망하면서 마냥 낙관론을 펼치지 않기에 팬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다. 김 대표는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2-2023 대전망’(클라우드나인) 공저자인 그에게 데이터가 보여주는 한국 부동산시장에 관해 듣고자 5월 2일 인터뷰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리치고’ 구독자는 인터뷰를 요청했던 일주일 전보다 1만5000명 가까이 늘어난 상태였다. 김 대표는 “최근 촬영한 부동산 투자 전망 영상이 알고리즘을 탔는지 조회수가 높아져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현 부동산 상황 흐름을 어떻게 보나요.

    “하락 변곡점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보면 됩니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고, 가던 방향으로 가려는 관성의 힘이 굉장히 큰 시장입니다. 지난해 10월 9일 블로그에 2021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 사이 변곡점이 올 거고 적극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시기라고 적었는데요. 더 늦으면 아예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죠. 대중은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 어떻게 하든 오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실제로는 시장이 계속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도 상당수는 하락하고, 아주 소수만 상승했죠. 늦어도 2023년 전반기에는 대세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집값이 내려가긴 할까요. 내려간다면 얼마나 내려갈까요.

    “일단 부동산에 대해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른 이유는 데이터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호가 데이터가 있고 실거래가 데이터가 있고 하니, 하락 변곡점에서는 보고 싶은 데이터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시장 데이터를 보면 가격이 꺾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상당히 많은 상황입니다. 지난 10년간 거래량 데이터를 보면 지금은 금융위기 때만큼 거래량이 없어요.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인천 등을 보면 지난해 8월과 비교해 매물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매물은 늘어나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거래량도 없다는 거죠. 단지 서울 강남과 서초구, 1기 신도시 지역이 재건축 기대감 덕에 살짝 올라간 것이지 상당히 안 좋은 상황입니다.”

    지금은 하락 변곡점

    김 대표는 20년간 한국 통화량과 아파트 시가총액(시총) 데이터를 비교해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데이터상으로는 통화량과 아파트 시총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계속 비슷하게 왔습니다. 그러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 때문에 투기 심리가 생겨 부동산, 주식, 코인 할 것 없이 모든 위험자산이 엄청나게 급등했죠. 정부가 그해 7월 말 임대차 3법을 통과시켜 전세가도 올랐습니다. 이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오른 건데, 통화량 총량보다 아파트 시총이 47%나 높게 나옵니다. 통화량에 대비해 부동산이 상당히 고평가돼 있는 상태라 떨어질 때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여러 데이터로 가늠됩니다. 변수가 있다면 측정하기 어려운 대중심리예요. 데이터상으로는 20~40%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대중이 공포에 빠져 투매하는 순간이 나타나면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도 기대 반 우려 반인 가운데 변수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난 정부도 노력하면서 수십 번 규제했으나 잡히지 않았어요. 수도권 시장이 2014~2015년 바닥을 찍은 뒤 계속 집값이 오르자 2017년 8·2 부동산대책을 내놨지만 잡히지 않았죠. 한편으로 집값이 내려가면 정부가 부양정책을 펼친다고 바로 상승으로 돌아서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집값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한국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대세 하락 초입에 있는 하락 변곡점에 들어선 상태라 다들 우려가 클 텐데요.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때 너무 심하게 올라가지 않게, 내려갈 때 너무 심하게 내려가지 않게 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AI(인공지능) 종합자산관리 플랫폼 ‘리치고’ 개발을 시작한 게 “인간 전문가에 대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한계는 무엇이고, 리치고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좀 팔랑귀라서 남들 이야기를 듣고 투자했다 몇 번 잘못된 적이 있어요. 스스로 귀가 얇은 걸 아니까 3~4년은 절대 누가 뭐라 해도 귀 닫고 공부만 하자고 생각했죠. 정말 많은 부동산 강의를 들었는데 하나하나 배울 게 많았지만 아쉬운 부분은 낚시로 치면 지역 선정이나 날씨 같은 변수는 배제하고 ‘어떻게 하면 낚시를 잘할 수 있는지’만 알려준다는 거였어요. 공부를 더 해보니 서울 부동산이 오르면 전국이 다 오르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서울이 떨어졌는데도 오르는 지역이 있더라고요. 이 사이클을 짚어낼 수 있다면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양한 데이터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리치고 서비스는 부동산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의사결정을 잘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만든 부동산 투자 점수를 보여준다. 이 점수에 다양한 데이터와 지표가 함축돼 있다. 김 대표는 “만들어서 테스트해보니 백발백중은 아니어도 백발구십중은 되더라”며 “점수를 만드는 로직과 알고리즘, 데이터양이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리치고를 이용하는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20만 명 정도. 연말까지 MAU를 몇 배 이상 키우는 게 목표다. 올여름에는 어떤 상황이 와도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꾸준히 부동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일관성 있는 논리가 좋다” “집 사라고 부추기는 여느 전문가들과 다르게 현재 상황을 제대로 알려준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같은 반응이 많다. 김 대표는 “데이터가 항상 정답일 수는 없지만, 등대 같은 역할은 가능하다고 본다. 내가 침몰하지 않으면서 자산을 잘 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데이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터는 등대 같은 역할

    지금 부동산시장은 데이터상 하락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게 김기원 대표의 분석이다.[GettyImages]

    지금 부동산시장은 데이터상 하락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게 김기원 대표의 분석이다.[GettyImages]

    최근 쓴 책이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2-2023 대전망’입니다. 지난해 ‘빅데이터 부동산 투자 2021 대전망’을 썼을 때와 비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1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절호의 기회에만 투자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많은 분이 너무 쉽게 투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과거에는 체력, 능력 다 되는 지역에 투자해왔는데 지금은 문제가 투자할 만한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부동산시장이 본질적인 가치 대비 고평가돼 있고 위협 요인도 많아 지난번과 달리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지난해 선정한 유망지역에 1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다뤘습니다. 실제로 살펴보니 어떻던가요. 지난해 꼽은 유망지역은 올해 투자해도 늦지 않을까요. 미분양이 늘어나는 경고지역은 어디인가요.

    “포항 같은 경우에는 2020년보다 2021년 매매·전세가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미분양도 급증하고 있죠. 대구도 미분양이 상당히 많고, 경북 경주시와 전남 광양시도 미분양이 최근에 급증했습니다. 큰 도시가 아닌데 미분양이 많다는 건 아파트 시장에 뭔가 이상징후가 있다는 의미죠. 데이터가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꼽은 유망지역 중에서는 전북 군산시, 충북 청주시, 충남 서산시 등이 내 집 마련을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급매물이나 청약 위주로 살펴보면 괜찮아 보이는 지역입니다. 다만 전체 종합점수가 모두 낮아졌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6월 1일까지 보유세 폭탄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에게는 언제가 집을 팔 기회일까요. 이미 늦었나요.

    “가장 좋았던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였을 겁니다. 지금은 조금 늦은 거 같아요. 다만 집을 팔지 못했을 때 인생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을 정도라면 호가를 낮춰 매도하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쉽지 않을 듯한데, 올가을이나 내년으로 가면 팔릴 가능성이 훨씬 적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요.”

    올해 비교적 종합투자점수가 좋은 지역을 몇 군데 소개해주세요.

    “4월 1일 기준으로 리치고 서비스 지역 랭킹에서 인구수 15만 명 이상인 지역을 보면 경남 거제시(73.1점), 창원시 진해구(62.2점), 충남 당진시(61.7점) 정도가 괜찮게 나옵니다. 다만 가장 높은 점수도 70점대이고, 나머지가 60점대인 걸 보면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종합투자점수 하나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건 위험합니다. 가격 상승 힘, 전세저평가지수, 주택구매력지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살피고 모두 좋은 지역이라면 그 지역 아파트 랭킹을 다시 찾아보는 걸 권합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저도 투자 흥망성쇠를 겪어봤지만, 결론은 ‘투자를 쉽게 하면 안 된다’입니다. 특히 내 집 마련처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의사결정은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모든 투자의 기본은 쌀 때 하는 건데, 지금은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조바심이 나도 인내하고 브레이크를 밟을 시기입니다. 자산을 불리는 게임보다 지켜가는 안전한 게임을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기다리면 절호의 기회가 옵니다. 10년에 한 번만 그 기회를 잡으면 됩니다. 자산시장 신호등이 빨간불인데 무리하게 건너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공부하며 절호의 기회를 노리길 바랍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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