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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설화 유발 李·尹, ‘경박단소 안보관’ 버려야

[이종훈의 政說] “초보 정치인 대통령 돼” “출국금지 사태로 불안” 부적절 발언

  •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우크라이나 설화 유발 李·尹, ‘경박단소 안보관’ 버려야

2월 25일 대선 후보 2차 법정 TV토론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화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 충돌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극한 것이 침공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방점을 둔 것은 ‘초보 정치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면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이 후보 발언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고, 비난 댓글이 줄을 잇는 상황이 벌어졌다. 파장이 커지자 이 후보는 2월 26일 “본의와 다르게 일부라도 우크라이나 국민 여러분에게 오해를 드렸다면 자신의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이라며 사과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바로 해당 사과 내용을 담은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에 공유했다. 분노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李 “표현력이 부족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동아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동아DB]

윤 후보는 2차 법정 TV토론에서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그걸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추진했고 이 후보도 완수를 강조하는 ‘종전선언’으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윤 후보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선거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안보는 역시 보수다’ ‘진보는 안보에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걸기 딱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후보 역시 이 후보 못지않게 논란을 유발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 불안하다. 16세부터 60세까지 남자들은 전부 출국금지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정말 불안할 것”이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하고 성인 남성 동원령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도 자발적으로 항전에 동참하고 있다. 윤 후보는 3월 1일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겠다며 화난 ‘귤 얼굴’을 트위터에 올렸다 논란이 일자 삭제하기도 했다. 두 유력 대선 후보는 도대체 왜 이런 가벼운 언행을 보이는 것일까. 안보관이 ‘경박단소(輕薄短小)’하기 때문이다.

첫째, 국제 정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왜 이 시점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2차 법정 TV토론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침공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더 나아가 한국에 어떤 경제적·군사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 종식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도 쟁점이 돼야 했지만 전혀 언급이 없었다.



두 후보는 ‘한반도 안보’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그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선진국이 됐고, 전 세계 각국에 수출을 해 먹고사는 나라다. 국제사회가 이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국제사회는 한국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길 원할 테고,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랄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여야 했지만, 이 또한 전혀 언급이 없었다. 대선 후보의 TV토론 발언이 국제적 이슈가 될 정도다. 그만큼 기대와 관심의 대상이 됐으나, 이들 후보의 안보관은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평화, 협정과 무기 모두 필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둘째, 해외 각국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다. 우크라이나는 오래전 세계적 관심사가 됐다. 2004년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재선거를 치르게 한 오렌지 혁명으로 알려졌고, 2014년 유럽연합 가입 협정 무산에 반대한 유로마이단(Євромайдан) 시민혁명,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등으로 연이어 국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지난해부터 예고된 상황이었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았다. 신냉전 추세와 관련해 그야말로 가장 뜨거운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한국 대선 후보들은 두 나라 상황에 관해 각별한 관심을 갖지도, 또 깊이 있게 연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온전히 대선 후보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언론도, 시민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선진국 중 한국만큼 해외 사정에 관심 없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의 외신 보도도 대형 사건이 발생해야 간헐적으로 보도하는 수준이다. 한국처럼 경제 대외의존도가 큰 나라라면 외신 보도가 전체의 절반에 버금갈 정도가 돼야 한다. 국가 생존을 위해서라도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정치·경제 사건을 알려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평화는 ‘협정’과 ‘무기’ 중 하나만으로 지킬 수 없다. 남북한은 현재 휴전 상태다. 휴전을 유지하게 하는 변수는 무엇일까. 바로 정전협정과 한미 군사동맹이다. 오른손에는 협정, 왼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을 때 비로소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진실의 일면’만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이 있다. ‘통합정부’와 ‘공동정부’라는 단어가 자주 인용되는 이번 대선에서 왜 안보 문제에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은 없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주간동아 1329호 (p14~15)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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