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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별의 순간’ 붙잡았다

2강(이재명·尹) 1중(이낙연) 구도로 재편…야권發 정계개편 가능성 높아져

  •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윤석열, ‘별의 순간’ 붙잡았다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이날 윤 총장은 검찰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스1]

3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도착한 윤석열 검찰총장. 이날 윤 총장은 검찰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윤 전 총장이 임기 중 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차기 대권 구도까지 요동치고 있다. 2강(이재명, 윤석열) 1중(이낙연) 체제로 대권 구도가 변동하는 한편, 제3지대 신당 창당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검찰총장직을 사직한다.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대권 도전을 암시했다.


“한신보다 더한 굴욕 참았다”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강행이 윤 전 총장 사퇴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사퇴 전날 대구고등검찰청과 대구지방검찰청을 방문해 여권의 중수청 설치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이는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덧붙여 중수청 설치가 이뤄질 경우 검찰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만 갖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 “중수청 설치는 검찰 해체나 다름없다”는 기류가 형성된 이유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임명된 후 사석에서 가까운 검사들에게 “여러분이 일을 열심히 하면 나는 임기를 못 채우고 일찍 떠나게 될 것이고, 일을 열심히 안 하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뿐 아니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에 칼날을 겨눴다. 정권 핵심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을 파헤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권을 중심으로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를 당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윤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동네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간 한신보다 더한 굴욕을 참았다. 조국과 추미애의 갖은 핍박을 견뎠다”고 평가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속도 조절을 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은 ‘속도를 내 청와대 좀 살려달라’는 암묵적 지시였고, ‘윤 총장의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국무총리의 말은 ‘대통령이 자르고 싶어한다’는 속내를 과감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하면서 여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수청 설치 추진을 철회하면 검찰개혁 목적이 정권에 눈엣가시였던 ‘윤석열 찍어내기’였음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중수청 설치를 강행해도 문제다. 향후 ‘법치 수호’를 기치로 내건 윤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4일 “정치적으로 미숙한 여당의 완전한 잘못”이라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 사의 발표 1시간여 만에 이를 수용했다. 문 대통령은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한) 저의 평가를 한마디로 하면,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윤석열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지 45일 만이다.


윤석열 대망론 현실화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오후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꽃다발을 들고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물러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4일 오후 직원들에게 인사한 뒤 꽃다발을 들고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이 대권 가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4·7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차기 대권 적합도 여론조사는 1강 2중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2강 1중 구도로 지지율 추세가 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선 나온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윤 총장의 경우 대권 적합도 여론조사 1위를 한 저력이 있다. 이후 지지율이 감소했는데, 출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가 해소된 만큼 윤 총장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망론’이 현실화하면서 야권에서도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3월 4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기회가 돼 만나자고 하면 한 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동아’ 2월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사람에게 국민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에요. 여론조사를 보면 윤 총장이 누구보다도 경쟁력이 있는 걸로 돼 있는데, ‘별의 순간’을 자기가 포착하면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수도 있고 포착을 못 하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죠.”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3월 4일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별의 순간을 놓친 사람으로 본다. 안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크다”면서 “윤 전 총장이 적절한 시점에 사퇴함으로써 기회를 잡았다. 대권 가도에서 시동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尹, 보궐선거 국면 관망할 것”

윤 전 총장이 사퇴 발표 전날(3월 3일) 대구를 방문한 것을 두고 보수 야권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 유권자 중 일부는 전임 정권 수사와 관련해 윤 전 총장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 대구 방문은 이를 희석하기 위한 의도된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대구에서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이를 두고 “사퇴 전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구를 방문했다. 국민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3월 4일 이렇게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했다. 윤 전 총장의 개인 정체성과도 관련돼 있기에 국민의힘 입당은 어려워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제3지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다. 제3지대에서 활동해야 민주당 지지층의 표도 일부 받을 수 있다. 제3지대가 힘을 받으려면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은 채 서울시장에 당선돼야 한다. 윤 전 총장은 한동안 보궐선거 국면을 관망할 것이다.” 

이종훈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로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야권 정계개편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윤석열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따라서 야권에 회오리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야권에서 국민의힘이 갖는 구심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79호 (p4~6)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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