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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사드의 암살 작전, “바이든 시대 핵합의도 조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모사드의 암살 작전, “바이든 시대 핵합의도 조준”

이란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당한 현장의 자동차. [Tasnim]

이란 핵물리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당한 현장의 자동차. [Tasnim]

2012년 1월 11일 오전 8시30분. 이란 수도 테헤란 한 도심에서 은색 푸조 405 승용차 한 대가 교통 정체로 속도를 내지 못하자 괴한 2명이 탄 오토바이가 접근했다. 뒷좌석에 탄 괴한이 승용차 옆면에 무엇인가를 부착한 후 오토바이는 쏜살 같이 앞으로 빠져나갔다. 정확히 9초가 지나자 승용차가 폭발했다. 탑승자 3명 중 한 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고, 다른 한 명은 병원에서 숨졌으며 나머지 한 명은 중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숨진 사람은 이란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 있는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의 부책임자인 무스타파 아흐마디 로샨 테헤란 공과대학 핵물리학 교수였다. 승용차에 부착된 것은 소형 자석 폭탄이었다. 범인들은 로샨 교수가 테헤란 북부 치자르 구역의 자택에서 출발할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했다. 범인들은 치밀하게 사전 답사를 한 듯 교통이 막히는 시간과 지점까지 미리 알고 있었다. 승용차에 탔던 경호원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이란판 ‘맨해튼 프로젝트’

마수드 알리 모하마디 테헤란대학 입자물리학 교수는 2010년 1월 12일 테헤란 북부 케이타리예 자택에서 출근길에 나섰다가 자택 인근 주차장에 세워진 폭탄 적재 오토바이가 원격 조종에 의해 폭발하면서 숨졌다. 마지드 샤리아리 샤히드 베히시티 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같은 해 11월 29일 자신의 승용차로 출근하던 중 폭탄이 폭발해 즉사했다. 당시 오토바이를 탄 괴한들이 샤리아리 교수의 승용차에 접근해 창문에 폭탄을 부착시켰다. 2011년 7월 23일에는 이란 원자력부 소속 핵과학자인 다리우시 레자에이가 오토바이를 탄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숨진 4명은 모두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깊숙이 참여해왔다. 이란 핵 과학자들에 대한 범행을 주장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소행으로 의심해왔다. 

이란 핵 과학자를 표적으로 한 암살 사건이 8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이란 국방부의 연구·혁신 기구(SPND) 수장이자 핵물리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가 11월 27일 오후 2시께 수도 테헤란 동쪽 아브사르드 인근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암살됐다. 당시 파크리자데는 부인과 함께 아브사르드에 있는 별장에 휴식차 가는 길이었다. 그가 탄 승용차의 앞과 뒤에선 무장 경호원들이 탄 차량 2대가 호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차량 행렬이 회전식 교차로에 진입해 속도를 늦추자 140m 떨어진 곳에 주차했던 픽업트럭에 설치된 원격 조종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승용차는 총탄 세례를 받자 멈추었고, 부상한 그는 차 밖으로 피신했다. 그러자 승용차와 오토바이를 탄 괴한 12명이 그와 경호 차량에서 내린 경호원들에 접근해 기관단총을 난사하고 폭발물까지 투척한 뒤 도주했다. 픽업트럭은 자폭 장치로 폭파됐다. 그는 구조 헬기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경호원들도 모두 숨졌다. 사건 현장 부근의 CCTV와 사건 직후 구조를 신속히 요청하지 못하도록 중계기 등 통신 시설도 미리 끊겨져 있었다. 

이란 국민들과 정부는 사전 각본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밀하게 벌어진 영화 같은 암살 작전에 경악하고 있다. 특히 피살된 파크리자데는 이란판 ‘맨해튼 프로젝트’(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류 최초의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연구)의 총책임자였다. 그는 1999~2003년 이란이 진행한 핵무기 개발 계획인 ‘아마다 프로젝트’를 지휘했었다. 그는 서방의 압력 때문에 이란이 2003년 이 계획을 공식 중단한 이후에도 비밀리에 핵 개발을 계속해왔다. 때문에 그는 이란에서 미국 맨해튼 프로젝트를 지휘한 핵물리학자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2013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참관하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18년 자국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테헤란의 비밀시설을 급습해 확보한 핵개발 관련 기밀 자료를 공개하면서 “아마드 프로젝트를 지휘한 파크리자데는 지금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비밀 조직의 책임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는 이스라엘의 ‘공적(公敵) 1호’로서 모사드의 암살 표적이 돼왔다.


그림자 전쟁’(shadow war)

이스라엘은 그동안 이란의 핵무기 보유·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그림자 전쟁’(shadow war)을 벌여왔다. 그림자 전쟁이란 어떤 국가가 자국의 개입 사실을 숨긴 채 증거를 남기지 않고 특정 국가를 공격하거나 요인들을 암살하는 것을 말한다. 이란 정부와 군부 등은 이번 암살 사건도 이스라엘 모사드의 소행이라고 지목했다. 모사드는 이스라엘 건국 다음 해인 1949년 12월 3일 창설됐다. 총책임자인 국장의 이름만 공개되고 본부의 주소나 전화번호, 직원 수 및 활동 등 모든 것은 비밀이다. 이스라엘 총리실 직속인 모사드는 대외 정보수집과 특수작전을 주 임무로 하고 있다. 



모사드의 대표적인 작전은 1972년 9월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에게 테러를 자행한 팔레스타인 테러조직 ‘검은 9월단’ 조직원 22명을 7년간의 추적 끝에 암살한 것을 들 수 있다. ‘신의 분노 작전’(Operation Wrath of God)이라는 이 암살 작전은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뮌헨’의 소재로 잘 알려진 바 있다. 모사드는 그동안 중동과 유럽 등에서 암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배후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모사드는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모사드에서 이처럼 비밀작전을 전담하는 부서는 메차다(Metsada)이다. 메차다는 암살, 폭파 등 사실상 군사적 활동을 수행해왔다. 특히 메차다 휘하에는 암살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키돈(Kidon)이 있다. 히브리어로 ‘총검’(銃劍)을 뜻하는 키돈은 44명의 소수 정예 요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표적은 지옥까지도 찾아가 반드시 제거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전문 킬러들이다. 이들은 보통 4인 1조로 활동하는데, 두 명은 직접 암살을 실행하고 다른 두 명은 추적과 잠입 탈출 등을 맡는다. 키돈은 모사드 요원들 중에서 선발되며 2년간 특수 훈련을 받는다. 훈련 기지는 네게브 사막에 있다. 키돈에는 여성 요원들도 있다. 

모사드가 이란에서 그림자 전쟁을 수행하는 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어렵다. 모사드가 이란에 잠입하는 것은 물론 활동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모사드는 그동안 이란인들을 포섭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모사드는 이란의 반체제 단체인 인민무자헤딘(MEK)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MEK는 1965년 이란 왕정에 반대해 창설된 좌익 단체로 1979년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지만,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킨 이후 이라크로 추방됐다. MEK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편을 들기도 했다. MEK는 2002년 이란이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나탄즈 핵시설의 존재를 처음 폭로하기도 했다. MEK 조직원들과 모사드 요원들은 지금까지 이란에서 서로 협력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모사드는 이란의 수니파 반군 단체인 준달라를 이용해 비밀작전을 수행했다는 설도 있다. ‘신의 군대’라는 뜻의 준달라는 파키스탄과 이란 남동부 접경지역인 시스탄-발루체스탄주를 근거지로 삼아 테러와 납치 등의 반군 활동을 벌여왔다. 모사드는 또 이란에 살고 있는 쿠르드족들도 적극 포섭해왔다. 이란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주류인 시아파로부터 차별 대우를 받아왔다.


유능한 현장요원

이란군 의장대가 암살된 파크리자데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IRNA]

이란군 의장대가 암살된 파크리자데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IRNA]

이번 암살 작전은 요시 코헨 모사드 국장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건국 전 시오니스트 민병대인 이르군 요원의 아들로 태어난 코헨은 30년간 모사드에 근무하며 주로 해외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 2016년 국장으로 취임한 그는 ‘모델’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옷을 잘 입고 다닌다. 유능한 현장요원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는 모사드의 각종 암살 작전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그는 최근 들어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 연합(UAE), 바레인, 수단 등과 수교에 합의하는데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강경파인 네타냐후 총리의 심복이라는 말을 들어온 그는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는 “이란이 한순간도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100% 확신한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와 강력한 제재조치를 지지해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이란과의 핵 합의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암살 작전은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저지하는 동시에 바이든 차기 미국 정부의 이란 핵 정책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란 핵과학자들을 대거 ‘암살 표적’에 올려놓고 있는 모사드의 그림자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 분명하다.





주간동아 1267호 (p48~51)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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