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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오라고 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문을 연 공부방의 딜레마…좁은 공간 ‘1~2m 거리두기’가 난제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학생 오라고 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

한 초등학생이 공부방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DB]

한 초등학생이 공부방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DB]

8월 30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하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수강생이 많은 학원은 일제히 문을 닫았지만 공부방 등 소규모 교습소는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교습소가 같은 시간 9명 이하의 학습자를 교습하는 시설이라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고 보고 운영을 허용했다. 하지만 2.5단계 시행을 앞둔 8월 27일 경북 구미시 한 공부방 운영자와 그의 조카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비슷한 시기에 경북 칠곡군과 인천 서구 공부방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해 “공부방이 방역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공부방 운영자들은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조기에 막고자 한다면 학원처럼 휴원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 텐데, 공부방 같은 교습소는 예외로 둬 출석하지 않는 학생을 오라고 할 수도, 오겠다는 아이를 막을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학생 출석률이 절반으로 줄었는데 방역은 물론, 학습효과까지 신경 쓰다 보니 일이 2배로 늘었다”며 “문을 닫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목숨 걸고 문 연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시에 등록된 교습소는 현재 1만여 곳에 이른다. 방역 당국은 이들 교습소의 경우 ‘2단계’ 방역수칙을 따르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업주(또는 책임자)는 전자출입명부를 설치하거나 수기명부를 비치해야 한다. 이용자가 수기명부를 작성할 때는 성명, 전화번호,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4주간 보관 후 폐기해야 한다. 발열 체크 등을 통해 출입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유증상자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 이용자는 음식을 섭취할 때 등을 제외하고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좌석을 한 칸씩 띄어 앉게 하는 등 시설 내 이용자가 1~2m 간격을 유지하도록 이용 인원을 관리하는 것도 핵심 수칙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제공]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제공]

이씨 같은 공부방 운영자들은 이 가운데 가장 지키기 힘든 방역수칙으로 ‘1~2m 간격 유지하기’를 꼽았다. 이씨는 “방역을 위해 아이들이 올 때마다 일일이 체온을 채고, 수업 끝나면 알코올로 소독하는 작업에는 익숙해졌는데 거리두기가 정말 난처하다”며 “공간이 협소해 1m도 간격을 두기가 어렵고 한 칸씩 띄워 앉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30대 공부방 운영자 김모 씨는 “거리두기를 지키려면 아이 인당 3.3㎡가량의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학습 공간이 13~16㎡ 정도밖에 안 된다”며 “방학 때는 시간당 4명 정도만 출석할 수 있도록 조를 편성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학하니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칸막이를 한 채 수업하며 하루 종일 문을 열어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부방 운영자 황모 씨는 “학원이 문을 닫다 보니 잘되는 공부방은 인원이 늘었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위주의 교습소 가운데는 ‘당분간 휴업’을 선언한 곳도 적잖다”고 전했다.



공부방도 실시간 온라인 수업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수업으로 바꾸는 공부방도 늘고 있다. 이씨는 “수업에 오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실시간 방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더니 휴대전화 하나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해졌다”며 “아프리카TV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씨처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한다는 김씨는 “처음엔 유튜브를 이용했는데 업로드하기가 복잡하고 비공개 수업을 할 수 없는 점도 신경 쓰였다”면서 “요즘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질문을 받아 놓친 문제를 바로바로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씨는 “다른 젊은 공부방 운영자들처럼 온라인 수업 병행을 바라는 학부모가 많아 장비를 새로 구입했는데, 사용 방법이 익숙지 않다 보니 매일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공부방 운영자들은 “온라인 수업 때는 수강생들이 대면 수업의 10~20%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사진=뉴스1]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사진=뉴스1]

공부방 운영자들은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마음고생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교에 다니면서 공부방을 이용하는 임모 군(3학년)은 “요즘은 학교에서나 공부방에서나 온라인 수업을 하니 모니터만 쳐다보는 것이 너무 힘들고 효과도 별로 없다”고 털어놓았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한 공부방 운영자는 “수험생이 많은 교습소는 하루도 쉬기가 힘들다”며 “요즘은 무증상자도 많다고 하니 언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수업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교습소들이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는지를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하여금 점검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1만여 곳의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감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지금은 신고가 들어온 곳에 한해 단속에 나서는데 아직 신고가 접수된 곳은 없다”고 말했다.

과외교습자 2만4000여 명

서울은 학생을 일대일로 가르치거나 그룹 지도를 하는 개인과외교습자도 2만4000명에 달한다. 일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대면 수업을 하는 개인과외교습자의 학습 활동이 자칫 코로나19 방역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전문가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조금만 방심해도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개인과외교습자에 대한 별도의 방역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인과외교습자에 대한 방역지침이 나오지 않았기에 달리 조치를 취하거나 점검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도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T 위원장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물 샐 틈 없는 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방역 당국의 지침이 나오지 않았어도 개인과외교습자 등 대면이 불가피한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는 손소독과 발열 체크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사방으로 1m 거리를 둬야 하며, 마스크를 항시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1257호 (p38~40)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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