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52

2020.08.14

8·4 대책 이후 내 집 마련 전략, 3기 신도시와 재개발지역 중심으로 짜라

  •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입력2020-08-16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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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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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 수도권 주택공급확대 방안’(이하 8·4 대책) 발표 이후 수도권 집값은 여전히 요지부동이고, 전셋값은 60주째 뛰고 있다. 서울권역에서 역대급 주택 공급이라는 야심 찬 공급 방안을 내놓았음에도 부동산 광풍은 멈추질 않는다. 이번 8·4 대책의 핵심은 군부지,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 신규 택지 발굴을 통한 3만3000호,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통한 2만4000호, 공공참여재건축 5만 호, 공공재개발 2만 호, 도심권 규제 완화 5000호 등 총 13만2000호를 공급한다는 것이 골자다. 당초 계획한 공공분양 물량 사전 청약을 9000호에서 6만 호로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공참여 고밀재건축과 태릉골프장, 상암동 DMC, 서초동 조달청 부지, 정부과천청사 개발 계획은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으로 평가된다. 특히 재건축 활성화 대책으로 용적률은 300%에서 최대 500%로, 층고는 35층에서 최대 50층까지 높이는 대신, 늘어나는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 형태로 공공임대와 분양을 각각 50%씩 총 5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새롭다. 

    하지만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빈틈이 너무 많고 허점투성이인 데다, 추진 조합과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사전 조율 및 협의 과정이 생략된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해 재건축 단지 밀집지역인 강남, 여의도, 목동지구에서는 공공재건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조합이 단 한 곳도 없다.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외에도 증가된 용적률의 70%, 기대이익의 90%까지 환수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조합 입장에서는 과도한 조치로, 경제적 실익이 전혀 없다는 계산이다. 

    주택 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가 한 달 넘게 가동됐음에도 사전에 정밀한 검토 없이 서둘러 8·4 대책을 내놓은 탓에 여당과 지자체의 반발, 주민 저항이 잇따르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며, 시장 혼란은 더욱 커지고 민심은 악화하는 모양새다. 전형적인 졸속 대책이자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미친 전세, 패닉바잉 행진

    하지만 정부는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1일 부동산종합대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불로소득 환수와 대출 규제 강화로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주택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과 함께 부동산 감독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지난 3년간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이 구조적·만성적 공급 부족과 제로(0) 금리 및 과잉유동성, 잘못된 정책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규제와 감독에 치중하는 정책 스탠스는 시장 체감 및 국민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은 정책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요컨대 부동산시장은 현재 전쟁 중이다. 패자만 있고 승자는 없는 게임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과연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어느 지역에 내 집을 장만해야 할지, 어떤 아파트를 사고팔아야 할지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시장은 피로도가 몹시 높은 상태로, 고위 공직자는 물론 국민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선택장애, 결정장애 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광풍, 미친 전세,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심에 따른 매수)이라는 소위 ‘시장 3종 세트’가 현 부동산시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8·4 대책의 신규 물량 공급은 정책 미비로 불확실해졌다. 빨라야 4~5년 뒤에야 입주가 이뤄진다는 공급 시차 문제, 당장 내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절반으로 급감하는 점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올해 약 4만2000호보다 반 토막 난 약 2만3000호가 입주 예정으로, 입주 절벽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패닉바잉에 나선 30, 40대가 청약으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또 다른 변수다. 2021~2022년 6만 호가 사전 분양되는 3기 신도시를 타깃으로 삼아 2021년발(發) 사전 청약 준비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청약 자격 요건을 유지하면서 재전세로 눌러앉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지역 우선 청약을 노리고 해당 지역의 전세를 찾는다. 

    집주인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도소득세(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채우려고 2년간 실거주하거나 재건축 조합원의 분양권 취득 거주 조건 때문에 자기 집으로 복귀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7월 31부터 시행에 들어간 임대차 3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전격 도입되면서 전세 계약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고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자 매물 품귀 속에서 집주인들이 서둘러 보증금을 올리고 있다. 한마디로 전세 매물은 품귀 현상을 보이고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 바람에 전셋값까지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은 지금 전쟁을 치르고 있다. 다주택자의 주택과 법인 보유 물량이 양도세 중과를 피해 내년 6월 1일 이전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동산 발언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실패했다는 비판과 더불어 “가격(집값)보다 숫자(다주택), 숫자보다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과세해야 한다”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 중심으로 서울 외곽, 수도권, 지방 잉여 아파트를 정리하고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여의도, 목동 등 인기 지역에 ‘똘똘한 한 채’만 갖겠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의 힘이다. 

    문제는 전세대란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전셋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집값 안정도 기대할 수 없는 법. 지금 30, 40대는 패닉바잉에서 언제 빠져나올지, 내 집 마련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할지 등 까다롭고 어려운 고차방정식을 마주하고 있다. 집 없는 50, 60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버블 가능성 살펴봐야

    2013년 이후 주택 가격이 7년째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 고공행진이 지속됨에 따라 부동산 자산버블 붕괴 우려에 대한 경고음도 들린다. 실물경제가 어렵고 일자리와 수출 감소, 가처분소득 및 소비 감소 등으로 경제성장률도 역성장을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비정상적으로 상당 부분 거품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서울지역만 놓고 보면 과열 양상은 더욱 선명해진다. 강남권과 마용성,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들썩이지 않는 곳이 없다. 재건축은 물론이고 34평형 신축 아파트를 기준으로 강남 30억 원, 강북 20억 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인기 아파트의 경우 강남은 3.3㎡당 1억 원, 강북은 7000만 원 수준으로 서울 중위권 아파트 가격도 채당 10억 원을 초과한다. 서울에 이어 풍선효과가 한바탕 휩쓸고 간 경기·인천지역도 몸값이 부쩍 높아졌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폭등함으로써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은 증가했고 내 집 마련 기회는 더욱 멀어졌다. 주택 구입 능력과 여력은 더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 거주하는 중산층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최근 3년 사이 3년 더 늘어났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기준으로 8.8배였던 서울의 PIR(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는 2020년 1분기 기준으로 11.7배가 됐다. 경기·인천지역 거주자의 주택 구매력에는 큰 변화가 없어 실수요자에게는 이곳 주택시장 접근이 더 유리해 보인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이 연구 조사한 결과 서울 집값은 어느 정도 버블 붕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간 집값 급등으로 버블을 측정하는 여러 경제적 주택 관련 지표들,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국제주택시장 동향, 주택담보대출 잔고 추이 등으로 볼 때 주택경기의 순환변동 사이클이 올해 하반기 고점 내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강남과 ‘마용성광’(마포·용산·성동·광진구)은 버블이 붕괴할 경우 폭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로 금리 기조와 2800조 원 넘는 과잉유동성이 받쳐주는 데다, 국제 주택 가격 대비 높지 않은 PIR 등을 감안하면 버블 정도가 심각하거나 붕괴할 정도는 아니고,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어깨 정도에 이르렀다고 추정된다. 향후 금리 인상, 돌발적인 경제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버블 붕괴 가능성은 적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투자한다면 머리 부분만 먹을 수 있을 뿐 하락 위험도 존재한다. 올해 하반기 추격 매수는 금물이며, 시세차익 목적의 투자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8·4 대책에서 굳이 희망을 찾는다면 도심권 신규 택지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및 사전 청약 물량 확대에 주목해 맞춤형 대응책을 다시 짤 수 있다는 점이다.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입장에서, 그리고 연령별로도 어떤 해법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서울 및 수도권 성장지역의 1주택자는 앞으로 10년간 전세보다 자가 보유 전략이 주거비 부담과 자산 관리 측면에서 유리해 보인다. 

    둘째,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폭탄에 규제도 더 강화되는 만큼 실거주하는 똘똘한 한 채만 보유하고 잉여 주택은 내년 6월 1일 전에 처분하는 방법을 권한다. 만일 아깝다면 부부 공동소유와 자녀 증여도 고려할 만하다.

    3기 신도시 청약 기회

    셋째, 재건축/재개발 주택 소유자는 공공참여 재건축/재개발의 환수 장치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하는 방안이 바람직해 보인다. 서울은 택지 고갈로 그린벨트 해제를 제외하고는 재건축/재개발 같은 재정비 사업 활성화 외에 대규모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8·4 대책으로 시간과 환수 조건이 문제일 뿐, 시간은 결국 조합원 편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 버티기의 승리다. 도심권 토지와 꼬마빌딩, 상가건물 소유자도 도시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용적률 증가와 고밀 복합개발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넷째, 여유 자금을 가진 장기투자자는 3기 신도시 인근과 GTX 및 지하철 2·3·4·5·6·7·8·9호선 연장선 등 신설 역세권 투자가 유망하다. 이들 지역 토지 소유자도 8·4 대책과 코로나19 사태로 새로운 수혜자가 됐다. 3기 신도시가 조성되고 교통 편익이 창출되면 인구 및 소득 증가, 인프라 증가, 행정계획 등으로 땅값과 집값, 부동산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섯째, 내 집 마련 갈증이 가장 큰 실수요자는 도심권과 재건축/재개발 분양 물량을 공략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낮은 가점과 부족한 자금력으로 지칠 대로 지친 30, 40대에게는 3기 신도시가 제격이다. 사전 청약 물량 증가는 가뭄 속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주거 문제와 자산 축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1석2조의 기회다. 

    최근 분양 당첨 커트라인을 보면 단지마다 다르지만 강남 70점, 강북 60점, 수도권 50점 이상이 돼야 당첨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3기 신도기는 2025년까지 총 23만 호 이상이 쏟아지고 2021~2022년 총 6만 호가 사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지도 참조). 하남 교산·남양주 왕숙·인천 계양·부천 대장·고양 창릉 지구는 잘만 고르면 30~40점 가점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등 ‘약속의 땅’으로 다가온다. 지역 우선 거주자와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등 젊은 층에 대한 특별 공급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점을 높이고 일반공급, 특별공급 등 자격 요건을 갖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여섯째, 3기 신도시는 50, 60대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호기가 된다. 은퇴주택과 노후주택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잘만 이용하면 금상첨화다. 서울을 완전히 떠나지 않고도 새로운 은퇴주택에서 거주 편리성을 만끽하고, 자녀와 소통도 원활히 하며, 노후의 자산 증식 및 주택연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부담이 없는 데다, ‘숲세권’과 광역교통망 개선 계획 등은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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