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4

2020.06.19

기분 좋은 손흥민의 레알마드리드 이적설 [풋볼인사이트]

에당 아자르, 킬리앙 음바페 등 실질적 경쟁자 다수 포진해 이적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 홍의택 축구칼럼니스트

    releasehong@naver.com

    입력2020-06-15 10: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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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진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최근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진 손흥민. [토트넘 홈페이지]

    ‘손흥민의 레알 마드리드행?’ 6월 첫째 주 스페인에서 시작된 보도가 세계로 퍼졌다. 유럽 전반을 거치더니 국내로 넘어와서도 이슈가 됐다. '손흥민의 위상이 이 정도'라고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이 선수가 더 큰 클럽으로 가길 바라는 국내 축구팬들의 행복한 상상은 물론이었고. 

    손흥민의 이적설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이 대표적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직후로 당시에도 레알이 행선지로 꼽혔다.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 소집 당시 취재진에 둘러싸인 손흥민은 관련 질문을 듣고는 웃어넘겼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할 말 없다'는 제스처를 취한 바 있다.

    다음 팀이 손흥민의 커리어 결정

    더 나은 팀으로 옮기리란 설 자체는 일리가 있다. 손흥민은 절정에 달했다. 지금 이 순간이 축구 선수로 최전성기란 평가도 심심찮게 나온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성장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를 수놓았는데, 치열하기로 소문난 잉글랜드에서 만 5년간 격침한 거함이 한둘이 아니다. 주력, 폭발력, 결정력 등에 노련미와 자신감까지 붙으니 거칠 게 없었다. 

    실제 빅클럽을 노릴 적기이기도 하다. 1992년 7월생 손흥민은 곧 만 28세. 축구 인생의 끝을 논하는 건 먼 이야기고, 현 수준의 퍼포먼스를 얼마나 끌고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플레이 유형과도 큰 연관이 있다. 손흥민이 제자리에서 볼 잡고 소유하며 연결하는 '축구 도사' 느낌은 아니다. 대신 빠르게 치고 달리며 마무리하는 데 특화돼 있다 보니 신체 능력 저하에 영향 받을 시기도 상대적으로 빨리 올 수는 있다. 물론 한창인 피지컬을 유지하고 스타일을 보완할 노하우를 버무린다면 향후 몇 년은 거뜬해 보인다. 이때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 즉, 토트넘 바로 다음 팀이 훗날 '손흥민이 어떤 선수였다'에 짙게 반영될 것이다. 

    커리어 욕심은 크다. 아직 목이 마른 것도 사실이다. 정확히 말해 '소속팀에서 일군 업적'. 한 시즌에 몇 골을 넣었다, 몇 십 m를 질주한 환상적인 득점으로 상을 받았다는 둥 개인 스탯과는 별개다. 단체 스포츠 축구에서는 팀 주축으로 이룬 우승이 곧 자신의 업적이 되기도 한다. 역대 최고 선수를 가릴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그래서 리오넬 메시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은 해봤어?" 아닌가. 차범근은 UEFA컵 석권의 주인공이었고,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 및 EPL 우승에 꽤 큰 지분을 보유했다. 현재 진행형인 손흥민도 레전드 반열에 오를 게 분명하나, 그 족적을 평가할 중대 척도에 굵직한 트로피 유무가 빠질 수 없다. 



    결론은 토트넘으론 아쉬운 감이 크고, 유니폼을 갈아입으려면 지금이 딱이란 것. 물론 선수 스스로 의중을 입 밖에 낸 적은 없다. '선수 최측근'이란 정보원으로 여러 얘기가 돌긴 했어도, 얼마나 믿어야 할지는 글쎄. 하물며 박지성에게도 토트넘 이적 과정을 숨겼던 손흥민의 신중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저 여러 조건을 체크하며 이번 마드리드행 확률을 견줘보는 게 최선 아닐까.

    감가 생각하면 지금이 이적 적기

    불 지핀 언론사부터 짚어보자. 스페인 '돈 발롱'이다. 많은 국내 팬들이 '에이, 또 소설 쓰네'라고 치부한 건 지금껏 지라시성 보도를 양산해온 이 매체의 행적 때문일 테다. 이를 인용한 이들 역시 무게감 있는 유력지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유럽 축구란 산업 자체가 워낙 커 이런 것 또한 하나의 가십거리가 되고, 결국엔 독자가 가려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간혹 2017년 네이마르의 파리 생제르맹행처럼 메가톤급 이적이 실현되기도 하나, 개인적 견해론 '숱하게 던진 미끼 중 우연의 일치로 얻어걸렸다'며 수용하는 쪽이 더 옳다고 본다. 

    이번엔 손흥민의 현 계약 관계다. 다니엘 레비가 회장으로 있는 토트넘이 어떤 팀인가.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요란한 손흥민을 내버려 뒀을까. 구단과 선수의 계약은 2023년 여름까지 유효하다. 즉, 토트넘이 거드름 피우며 어깃장 놓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가레스 베일, 루카 모드리치를 레알로 보내면서 거액을 챙긴 이들은 수지가 맞지 않는 거래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케이스도 볼 만하다. 고집 부리던 대로 수천억 원을 받아내진 못했어도, 미리 가격 낮춰 보낼 일은 웬만하면 없을 테다. 최대 3년이나 잡아둘 수 있는 손흥민 이적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 손흥민도 이 시기가 영원한 건 아니다. 한두 살씩 먹어갈수록 감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트랜스퍼마크트’ 등 이적 정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업체들은 선수 가치를 매길 때 이를 칼 같이 적용한다. 손흥민에게 수천억 원을 쏟아부을 빅클럽도 선수와 작별할 때 얼마를 보전할 수 있을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린다. 현재 최고점을 경신해가는 손흥민을 들였다가 떠나보낼 때를 비교해야 한다는 얘기다. 골 펑펑 넣어주고 매 시즌 우승 트로피를 보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럼에도 서른 줄이 됐을 선수를 더 비싼 값에 파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기엔 조금 더 면밀한 계산도 필요하다. 가령 스폰서십 체결에 적극적인 한국 기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까. 손흥민은 바이엘 레버쿠젠 시절 가슴에 'LG'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뛴 바 있다. 이는 세계 경제와 맞물린 국내 기업의 투자 의지를 따져볼 일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하는 유럽팀엔 상당히 중요한 수입원이다. 그밖에 손흥민을 앞장세운 한국(아시아) 투어, 선수 이름이 박힌 유니폼 수익 등은 어떻게 될까. 이 액수가 빅클럽의 스케일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의 최종 선택은?

    레알 마드리드도 쉽게 손흥민을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제공]

    레알 마드리드도 쉽게 손흥민을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제공]

    맞다. 여기까지는 '손흥민 빅클럽행'을 바라는 우리네 얘기였을 뿐이다. 상대방 속내로 들어가볼 필요도 있는데, '파는 사람(토트넘)'이 아닌 '살 사람(레알)' 마음도 헤아려 보자는 얘기다. 높디높은 현실의 벽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레알은 손흥민에게 목을 맬까. 거저 얻을 선수도 아니고, '돈 발롱'이 거론한 한화 약 2,000억 원을 과감히 투자하려고 할까. 

    레알이 보유한 선수들, 그리고 수년째 이적설이 났던 선수들도 있다. 동양인으로 축구 선진지에서 경쟁 중인 손흥민은 실로 대단하다. 이견이 없다. 단, 레알 주변엔 이를 대체할 선수들이 꽤 있다. 헌신적이었던 박지성이 현지 자원들이 해내지 못한 임무를 수행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걸 짚어봐야 한다. 냉정히 얘기해 레알이 지난해 영입한 에당 아자르, 그리고 새롭게 품으려 한다는 킬리앙 음바페 등이 손흥민의 실질적 경쟁자다. 또, 그들이 조금 더 앞서 보이는 것도 부인하긴 어렵다. 

    변수가 너무도 많다. 금전적 조건 포함 여러 상황이 맞물려 있고, 이런 것들이 맞아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현실로 다가올 일이다. 특히나 코로나 바이러스발 경기 침체가 세계 전반을 덮치리란 전망 또한 지배적이다. 선수를 보유한 팀은 코로나 사태 이전을 기준으로 잡아 높은 액수를 부를 테며, 반대로 선수를 데려갈 팀은 이후의 현실에 맞춘 금액을 제시하며 그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응원하는 우리들에겐 기분 좋은 이적설이었다.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다. 또, 한 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이 선수의 행보를 지켜보는 건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자들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어떤 전개가 나올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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