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후원금 파문에서 가장 아픈 대목은 수요집회 취지 더럽혀진 것”

나눔의 집 후원금 반환 소송에 나선 대학생 강민서 씨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후원금 파문에서 가장 아픈 대목은 수요집회 취지 더럽혀진 것”

“할머니가 도가니탕을 먹고 싶다고 하신 건 그저 음식 문제가 아니잖아요. 무릎이 아파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건데…. 종교에 뿌리를 둔 단체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 아닌가요?” 

강민서(25·한양대 철학과 4학년) 씨는 울컥했다. 지난 5월 나눔의 집 내부 구성원들은 후원금 유용 의혹을 폭로하며 “할머니들이 드시고 싶어 하시는 도가니탕도 사비로 사드려야 했다”고도 증언했다. 강씨는 지난 3월 성추행 사건 피해 조정합의금으로 받은 900만 원을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후원금은 자신의 계좌를 거치지도 않고,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계좌에서 바로 나눔의 집 후원계좌로 옮겨졌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및 나눔의 집 후원금 의혹 파문을 지켜보던 강씨는 기부금 반환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소송에는 강씨를 포함해 23명의 후원자가 참여했다. 그는 “대법원까지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이 이 사안에 큰 관심을 가져주는 만큼 후원금을 되돌려 받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성추행 소송하며 위안부 할머니께 부채감 느껴

- 나눔의 집·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할머니들이 이 일로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젊은 시절 일제에 의해 고초를 겪은 분들이다. 용기 내 위안부 사실을 밝힌 이후 처음에는 좋은 의도로 다가온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시면서 그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 

- 언제부터 위안부 문제에 관심 있었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이 위안부 관련 자료를 보여주셨다. 이후 위안부 문제 관련 영화를 보는 등 관련 자료를 꾸준히 찾아왔다. 그리고 성추행 사건으로 소송을 진행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 그러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기부를 결심한 건가.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지쳐갔다. 성추행을 당한 원인을 내게서 찾기도 했다. ‘내가 행동을 조신하지 않게 했나’, ‘옷을 잘못 입었나’ 등등. 할머니들도 분명 그러셨을 거다. ‘자의로 간 것 아니냐’, ‘돈 받지 않았냐’ 등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겪은 고통을 남들이 이해하지 않는 것에 맘 아파하셨을 거다.” 

- 900만원은 선뜻 기부하기에 적은 금액이 아니다. 

“소송 과정을 거치며 할머니들에게 부채감을 느꼈다. 전에는 위안부 문제에 피상적으로 공감했던 것 같다. 할머니들이 30년간 투쟁해온 역사가 있기에, 내가 성범죄 피해자임을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받은 게 많다. 드린 건 크지 않다. 또 가해자에게 함부로 대해진 성범죄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값어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기 쉽다. 기부를 통해 내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도 싶었다.” 

- 나눔의 집에 기부하면서 부탁한 게 있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나눔의 집에서 준 후원증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쓰겠다’고 적혀있다. 그게 자신들을 위한 토지 취득을 의미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명예회복은 어느 정도 행복한 삶을 갖춘 다음에 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정의연은 단체의 목적에 대해 ‘할머니들의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신의 뿌리를 잊고 할머니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변명이다. 최소한 지금 할머니들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이들에게 할머니들이 겪은 아픔을 알릴 자격이 있는 거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단체로서 자격이 없다.” 

- 두 단체 관련 의혹이 정치적 싸움으로도 번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에게 사과와 보상을 받아야 한다. 본질을 훼손하며 다른 것을 부풀리고 각색하는 사람들이 위안부 운동이나 할머니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수요집회의 본래 취지가 더렵혀진 것이 특히 마음 아프다. 부정을 저지른 이도 있겠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수요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까지 정치적 의도로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정의연과 나눔의 집은 의혹을 부인한다. 

“정의연이든, 나눔의 집이든 할머니들과 후원자들의 마음을 잘 살피지 못한 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너무 큰 돈이 들어오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다보니 초심을 잃었을 것이다. 부정이 밝혀진 관련자들을 퇴출하고 조직을 새롭게 개편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힘써주셨으면 한다.”

변호사 돼 위안부 운동 나설 것

- 후원금을 돌려받은 뒤의 계획은? 

“소송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세 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할머니들께 직접 현금을 드리거나, 투명하게 운영되는 단체를 찾거나 만들자고. 혹은 할머니들 생활에 도움 될 물품을 사드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 성범죄 피해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형사소송만큼은 끝까지 진행하라고 권하고 싶다. 소송을 하다보면 주변으로부터 ‘관심 종자다’, ‘돈을 노린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돈 빼내려 한다’ 등의 얘기를 듣게 된다. 소송에 지쳐 잠깐 여행을 갔다. 거기서 찍은 웃고 있는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가 ‘힘들다면서 웃고 있네?’ 하는 말도 들었다. 승소하고 나니 이러한 말들이 싹 사라졌다.” 

- 장래 계획은.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돼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위안부 관련 단체가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새롭게 달라진 단체에서 위안부 운동을 돕고 싶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악의적으로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지 못하도록 이들과 법적으로 싸우는 일을 하고 싶다.”





주간동아 1243호 (p22~2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