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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라이브와 레코딩 장벽 무너져 [음담악담]

‘원 월드: 투게더 앳 홈’를 지켜보며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코로나 시대 라이브와 레코딩 장벽 무너져 [음담악담]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레이디 가가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방송 갭처]

‘원 월드: 투게더 앳 홈’에서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레이디 가가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방송 갭처]

레이디 가가가 “우리를 위해 생명의 위험을 감수한 모든 의료 종사자를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피아노 연주와 함께 찰리 채플린이 작곡한 ‘Smile’을 불렀다. 넷 킹 콜의 목소리로 익숙한 이 노래는 '두려움과 슬픔도 딛고 웃는다면 너에게로 비치는 햇빛을 볼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폴 매카트니 역시 피아노앞에 앉아 2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로 참전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회상하며 비틀즈 시절 만든 ‘Lady Madonna’를 연주했다. 엘튼 존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최전방에서 일하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I'm Still Standing’을, 빌리 아일리시는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기분도 좋아지는 노래”라며 바비 헵의 ‘Sunny’를 친오빠와 함께 불렀다. 한국 시간 20일 오전 9시부터 열린 ‘원 월드 : 투게더 앳 홈’(하나의 세상: 집에서 함께·이하 ’원 월드‘)콘서트의 잊지 못할 순간이다.


크리스 마틴 영감 주고, 레이디 가가 기획

각자의 집에서 연주하고 노래한

각자의 집에서 연주하고 노래한 '롤링 스톤스' [GettyImages]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위한 기금 마련 차원으로 기획된 이 이벤트는 인터넷을 통해 중계된 6시간 분량의 사전 공연과 영미권 주요 방송국으로 중계된 2시간 분량의 본 공연으로 이뤄졌다. 롤링 스톤즈, 폴 매카트니, 스티비 원더, 엘튼 존, 샘 스미스, 존 레전드 등 초호화 라인업으로 100팀 넘게 참여했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이벤트였다. 콜드 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이 #TogetherAtHome이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진행한 인스타그램 라이브에서 착안, 시민단체인 글로벌 시티즌이 주최하고 레이디 가가가 기획 및 큐레이션을 맡았다. 시작부터 개최까지,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뮤지션이 각자의 집에서 공연했기에 별다른 준비가 필요하지 않았다. 인터넷과 개인 촬영 장비면 충분했다. 마지막에 합류를 결정한 롤링 스톤스 역시 믹 재거를 비롯한 네 명의 멤버가 서로의 집에서 ‘You Can Always Get What You Want’를 연주하고 노래했다. 드러머 찰리 와츠는 집에 드럼세트가 없어 여행용 가방과 소파 팔걸이를 대신 두드리며 반백년 밴드 역사상 한번도 본 적 없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행사를 주도한 레이디 가가는 애플 CEO 팀 쿡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120억원(1000만 달러)을 기부 받는 등 68개 기업으로부터 총 430억 원에 이르는 기금 조성에 성공했다. 팀 쿡과 영상통화는 소셜 미디어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녀는 “대중에게 기금을 모으려는 게 아니라 자가 격리 중인 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며 ”기금은 우리가 모을 테니 여러분은 그저 즐기세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렇게 모인 돈이 총 1억2790만 달러, 코로나19 앞에 인류가 느끼는 위기감과 문화예술의 힘을 동시에 확인하는 금액이다.




오프라인 흡수하는 온라인 라이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출연진 중 일부. 왼쪽 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레이디 가가, 스티비 원더, 케샤, 제니퍼 로페즈, 테일러 스위프트, 폴 매카트니, 엘턴 존, 빌리 아일리시.[원 월드 투게더 앳 홈 방송 캡쳐]

역사에 길이 남을 뮤지션들이 화려한 무대가 아닌 각자의 집에서 최소한의 장비로 노래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1985년 '라이브 에이드'를 시작으로 스타들이 뜻을 모아 세계를 구하기 위한 공연을 벌이는 전통을 넘어, '원 월드'는 몇 가지 화두를 우리에게 던졌다.

우선 오프라인 음악 산업의 마지막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공연이나 페스티벌이 온라인으로 흡수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이 빨아들인 음악 산업은 음반, 즉 레코딩의 영역이었다. CD플레이어대신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는 게 당연해졌고 수천 장에 달하는 CD컬렉션은 손바닥만한 하드 디스크로 대체됐다. 대중은 음반의 시대보다 더욱 쉽게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게 됐다.

이는 역으로 공연 산업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라디오헤드는 2007년 ‘In Rainbows’를 음반 발매 전에 인터넷에 먼저 올렸고 이 앨범의 월드 투어는 밴드 역사에서 가장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 프린스는 영국 투어를 앞두고 지역 신문에 자신의 새 앨범을 끼워 줬다. 투어의 전 일정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음악을 더 쉽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줌으로서 공연장으로 유도한 것이다. ‘진짜 음악’은 음반이 아니라 현장에 있으며, ‘이 음반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만으로도 가능했던 과시 효과는 이 시점에서 공연을 통해서만 가능해졌다.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악은 음반, mp3, 그리고 스트리밍을 거치며 온라인으로 흡수됐지만 공연은 인류가 음악을 발견한 이래 늘 오프라인에서 굳건히 존재했던 것이다. 라이브 영상은 오프라인 공연의 유사물일 뿐, 대체제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말미암아 이런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가십거리에 불과했던 스타 뮤지션의 소셜 미디어 라이브가 삽시간에 음악계 메인 뉴스가 되고 있다. 주요 음악단체가 과거의 공연 영상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면서 명공연의 디지털 라이브러리가 구축되고 있다.

핑크 플로이드는 1994년 투어를 담은 'Pulse'를 유튜브에 풀었고 라디오헤드는 주기적으로 미공개 라이브 풀 영상을 올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라이브 영상을 공개하며 응원도구인 '아미봉'의 색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기술을 적용, 팬들이 방에서 실제 공연을 보는듯한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뮤지션은 비행기를 탈 수 없고, 관객은 공연장에 모일 수 없는 지금 '라이브 콘서트의 경험'이 온라인으로 빨려 들고 있는 것이다. ‘원 월드’는 페스티벌 급의 블록버스터 이벤트마저 온라인 라이브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만 가능한, 그래서 오프라인일 수밖에 없었던 공연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해체되고 있다.


공연의 개념이 바뀐다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포스터 [글로벌 시티즌]

‘원 월드: 투게더 앳 홈’ 포스터 [글로벌 시티즌]

'원 월드'는 나아가, 레코딩과 라이브의 벽도 허물었다. 레코딩이란 특정한 시간의 영원한 기록이다. 뮤지션이 스튜디오에서 음악을 연주한 시간을 박제해 청자에게 전해주는 도구다. 하지만 라이브는 복제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편집도, 보정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음악이 휘발되며 실시간으로 현장의 관객에게 전해지는 행위다.

하지만 ‘원 월드’에서 보듯이 이제 공연은 실시간으로, 그리고 직후에도 서버에 저장된다. 즉, ‘레코딩’ 된다. 모바일 시대와 함께 시작된 ‘직촬 영상’이 공연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면 이제 뮤지션이 직접 자신의 연주를 촬영하고 녹음해 스트리밍하며 ‘직접’과 ‘간접’의 개념을 무력화시켰다. 공연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급변하는 음악산업, 음악철학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주간동아 2020.04.24 1236호 (p62~64)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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