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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로부터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에 신사업 전망이 ‘쑥’↑, 체질 개선은 ‘덤’

소통 장벽 허물고 조직 체질 개선, 부하의 멘토링 수용 못하는 조직엔 ‘역효과’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리버스 멘토링에 신사업 전망이 ‘쑥’↑, 체질 개선은 ‘덤’

CJ CGV의 리버스 멘토링 조별 활동 모습. 이들은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을 쇼핑한 후 인생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 CGV]

CJ CGV의 리버스 멘토링 조별 활동 모습. 이들은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을 쇼핑한 후 인생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제공 · CGV]

#1 CJ CGV는 지난해 7~9월 3개월에 걸쳐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는 선배가 후배에게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는 일반 멘토링과 반대되는 개념의 소통창구로, 최신 트렌드 등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를 돕고자 도입됐다. 경영진 1명과 사원 3~4명이 한 조가 돼 4개월간 자유롭게 소통하고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했다.

#2 소노호텔&리조트(옛 대명호텔앤리조트)는 2018년 12월부터 3개월 동안 밀레니얼 세대 직원 2명과 임원 1명이 한 조를 이뤄 리버스 멘토링을 실시했다. 이들은 나일리지(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 마상(마음의 상처), 개취(개인의 취향) 등 신조어를 배우는 것으로 워밍업을 하고 월별 미션을 수행했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스파 브랜드와 맛집 등을 함께 찾아다니며 M세대의 감각과 소비 성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 결과는 어땠을까. 멘토로 참가한 양가문 소노캄 여수 매니저는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사업 변화를 일구기도 했다. 프라이빗 꽃 클래스 개설, 호텔 잔여 공간의 전시장화 등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도입한 리버스 멘토링을 사업과 연계해 성과를 거두는 회사가 늘고 있다.


열린 경영으로 기업을 바꾼 구찌

소노호텔&리조트 리버스 멘토링 참가자들이 공유주방을 체험한 후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다(위). 멘티로 참가한 박종균 소노캄 총지배인의 달라진 헤어스타일. [사진 제공 · 소노호텔&리조트]

소노호텔&리조트 리버스 멘토링 참가자들이 공유주방을 체험한 후 만든 음식을 맛보고 있다(위). 멘티로 참가한 박종균 소노캄 총지배인의 달라진 헤어스타일. [사진 제공 · 소노호텔&리조트]

리버스 멘토링이란 멘토 위치를 뒤바꾼다는 의미. 부하가 상사, 후배가 선배의 멘토가 돼 젊은 세대의 감각과 취향을 머리, 몸,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역발상 소통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용어는 잭 웰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처음 사용했다. 웰치 회장은 1999년 영국 출장 도중 말단 직원의 설명으로 인터넷의 중요성을 알게 된 후 사내 임원들에게 젊은 후배를 멘토 삼아 인터넷 사용법을 배우게 했고, 자신도 20대 직원의 멘티가 됐다. 

2014년까지 매출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명품 브랜드 구찌는 리버스 멘토링으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2015년 마르코 비자리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도입한 리버스 멘토링 회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임원 회의 주제를 30세 이하 직원들로 하여금 다시 토론하게 하는 ‘그림자 위원회’와 경영진이 35세 이하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회사 문화 및 복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점심 회동’이다. 이를 통해 구찌는 모피 사용 금지,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독특한 문양과 디자인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했고 광고 모델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를 쓰는 등 파격적인 시도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17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 1위에 올랐다. 전년 대비 매출이 40% 급증했을 뿐 아니라, 35세 이하 소비층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의 55%에 달했다. 



구찌의 영향으로 발렌시아가, 생로랑, 루이비통, 에스티로더, 버버리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렌드에 민감한 정보기술(IT) 기업 대다수가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유수 기업들도 그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밀레니얼 ‘개취’ 익히니 신사업 속출

소노호텔&리조트가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리버스 멘토링 해시태그 이벤트(왼쪽).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이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소노호텔&리조트,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소노호텔&리조트가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한 리버스 멘토링 해시태그 이벤트(왼쪽). 롯데백화점 임직원들이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소노호텔&리조트,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CJ CGV는 주 고객층이 2030세대다. 임직원 역시 1980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비중이 78%에 달한다. 이에 CGV는 경영진과 젊은 세대 구성원 간 소통채널을 구축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리버스 멘토링을 시작했다. CGV 인력개발 담당자인 권한진 부장은 “조직문화 관점에서 수평적 소통이 활성화하고 유연성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CJ CGV는 올해도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 멘티를 팀장급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노호텔&리조트도 구성원의 연령대가 낮다. 밀레니얼 세대가 50%에 육박한다. 이에 회사 측은 조직문화를 유연하게 만들고 외부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했다. 창업자 2세인 40대 서준혁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조직문화를 바꿔보자고 바람을 일으켰다. 이정민 인력개발팀 매니저는 “조별로 매달 사업계획을 받아 마케팅 측면에서 활용 가능한 것을 추린다. 그 후 마케팅팀 쪽으로 넘겨 검토하고 어떤 것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본다”고 밝혔다. 현재 1기 아이디어인 공유주방 건은 사업적 가능성을 놓고 검토 단계에 있다. 남는 사업장 공간을 전시장으로 꾸미자는 제안도 검토 중이다. 이 매니저는 “리버스 멘토링이 조직문화의 유연화와 생산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소노호텔&리조트는 3월부터 실무 담당 팀장을 멘티로 하는 리버스 멘토링 2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한 데 이어 올해 3~8월 3기를 진행한다. 대상도 백화점으로 국한하지 않고 마트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인 만 24~39세 임직원 12명을 연구원으로 선발하고, 3개월간 경영진에게 ‘젊은 문화’를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illennials Trend Table·MTT) 제도가 이채롭다. MTT에 선발된 인원들은 경영진 뿐 아니라 그룹웨어(사내) 게시판을 통해 사내 전 구성원에게 밀레니얼 트렌드를 전파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역멘토링 제도도 눈에 띈다. 롯데마트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관심 분야가 같은 임원 1명과 신입사원 3명을 3개월간 매칭,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먹거리와 맛집, DIY(Do It Your Self), SNS 등을 함께 경험하며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서울 이태원 맥줏집이나 ‘옛날 감성을 그대로 살려낸 익선동 오락실’ 등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핫 플레이스’를 직접 방문하고, 현업 부서에 아이디어를 제안해 젊은 고객이 좋아하는 매장을 만드는 데 적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괄목할 만한 성과도 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로봇이 서빙하는 식당’과 같이 독특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을 선호한다는 것에 착안, 젊은 고객이 많이 찾는 점포 각 층에 장인의 작업실을 연상케 하는 공간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4월부터 ‘어반 포레스트’ 같은 고객 휴식형 공간을 조성해 고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롯데백화점 기획전략본부 리테일연구소의 최가영 팀장은 “리버스 멘토링의 목표대로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를 경영진은 물론, 사내 전체에 공유하고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해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곳 늘어

현대백화점그룹 신입사원들이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에서 교육과 방탈출 게임이 결합된 교육 콘텐츠 ‘셜록H’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 신입사원들이 강원 홍천군 비발디파크에서 교육과 방탈출 게임이 결합된 교육 콘텐츠 ‘셜록H’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사원과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직원 스스로 체험해보고 싶은 콘텐츠를 결정하고 자율적인 활동을 보장하는 ‘오피스 프리 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피스 프리 데이를 이용한 직원들은 ‘넛지(NUDGE)’라는 사내 게시판에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공유한다. 이 회사 HR 담당자인 김수아 경영지원본부 조직문화파트 대리는 “NUDGE를 통해 한 명의 멘티가 여러 명의 멘토를 둔 것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수평관계에서 나누는 아이디어가 상사를 자극시켜 생각과 태도가 달라지게 하는 선순환이 반복된다”고 분석했다. 

CJ ENM의 CJ오쇼핑 부문은 2010년 1월부터 리버스 멘토링을 시행했다. 현재는 ‘온보딩 멘토링’이라고 부른다. 신입사원 3~5명이 멘토, 경영진 1명이 멘티가 돼 매회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놀이문화, 핫 플레이스 방문, 소비문화 토론 등을 함께한다. CJ오쇼핑 인력개발 담당자는 “이를 통해 피겨, 게임기 등 마니아들을 위한 아이템을 심야에 판매하는 기획 프로그램 ‘오덕후의 밤’, 가수 루시드 폴의 콘서트를 진행하며 음악 앨범을 판매한 ‘귤이빛나는밤에’, 뉴미디어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 ‘다다 스튜디오’ 등 그동안 화제를 모은 신선한 콘텐츠들이 탄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조직에 리버스 멘토링이 맞는 건 아니다. 후배 멘토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조직에서는 오히려 리버스 멘토링이 세대 갈등을 촉발하거나 가중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주간동아 2020.02.14 1226호 (p30~33)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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