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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

‘The Joshua Tree Tour 2017’ 플로리다에서 공연 중인 U2. [AP=뉴시스, 사진 제공 · MBC]

‘The Joshua Tree Tour 2017’ 플로리다에서 공연 중인 U2. [AP=뉴시스, 사진 제공 · MBC]

U2가 온다. 드디어 온다. 12월 8일 오후 7시 서울 고척스카이돔. 일반 예매일이 6월 12일, 공식 팬클럽을 통한 사전 예매일은 10일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소셜미디어에는 아이돌 팬들에게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을 뜻하는 인터넷 은어) 방법을 묻고, 티케팅 대행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글이 등장했다.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의 내한 때 못지않은 흥분이 전해진다. 아니다. 어쩌면 그 이상이다. 공연산업에서 U2는 최종심급과 같은 존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콘서트계 부동의 1인자였던 롤링스톤스를 꺾고 2000년대 중반 최고 흥행을 기록한 이래 그들이 투어를 개시한다는 것은 곧 그해 투어 흥행 1위 예약과 같은 의미였다. 이번 투어 타이틀인 ‘The Joshua Tree Tour’를 시작한 2017년에도 당연히 1위를 차지했다.


U2 콘서트는 왜 세계 최고인가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
U2가 이 왕좌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뭘까. 첫 번째, 음악이다. 1976년 더블린의 고교 친구들로 결성, 1980년 ‘Boy’로 데뷔한 이래 그들은 늘 시대에 맞는 음악과 함께 상징성을 획득했다. 기타리스트 디 에지의 기타 사운드와 힘 있으면서도 직관적인 보노의 보컬이 이끄는 포스트 펑크 음악으로 ‘Sunday Bloody Sunday’ 같은 곡을 영국에서 히트시킨 후 그들은 향후 밴드의 방향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브라이언 이노를 프로듀서로 맞이한다. 

기술과 공학을 음악에 입히는 데 재능이 있던 이노는 U2의 사운드를 혁신시켰다. 4집 ‘The Unforgettable Fire’ 녹음 당시 칠판에 수학 공식을 써가며 에지에게 특유의 기타 딜레이 톤을 만들어줬다. 이 사운드에 힘입어 해당 앨범은 전에 들어보지 못한 영롱한 공간감으로 가득했고, 다음 앨범이자 U2의 최고 명반인 ‘The Joshua Tree’는 이 공간에 가스펠과 컨트리, 블루스가 채워지면서 1980년대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격상됐다. 

이 앨범은 당연하게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는 물론, 198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을 차지해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모두 받았다. 미국 음악전문지 ‘롤링스톤’이 꼽은 500대 명반에서 27위에 올랐다. 헤비메탈로 대변되던 1980년대 록을 지배한 정서인 자극과 향락과는 거리가 먼 U2의 음악과 가사는 록의 대안이자 근원적 혁신이었다. 당시 이들의 사운드는 영미는 물론 한국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는 밴드 결성 계기를 “에지의 기타 소리를 내보고 싶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너바나가 불을 붙인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시대 U2는 시대와 더불어 나아갔다. 1991년 ‘Achtung Baby’, 1993년 ‘Zooropa’는 얼터너티브 요소에 당시의 새로운 경향이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한 앨범이었다. ‘Zooropa’와 후속작 ‘POP’은 찬반도 갈리고 판매량도 상대적으로 저조했지만 고유의 소리로 한 시대를 제패한 밴드가 동시대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사운드를 넘어 비주얼까지

아일랜드 록 밴드 U2 멤버인 보노, 애덤 클레이튼, 래리 멀린 주니어, 디 에지(왼쪽부터). [사진 제공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아일랜드 록 밴드 U2 멤버인 보노, 애덤 클레이튼, 래리 멀린 주니어, 디 에지(왼쪽부터). [사진 제공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 시기는 그들이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 면에서도 큰 변화를 만들어낸 때이기도 하다. 1980년대 U2는 더블린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때로는 사막의 순례자를 연상케 하는 검박하고 소탈한 이미지였다. 프로필 사진은 대부분 흑백이었으며 무대에서도 화려함보다 본연의 음악을 들려주는 쪽에 집중했다.
 
‘Achtung Baby’에서 그들은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촉촉한 잿빛 안개의 세상에서 원색으로 빛나는 세상으로 나온 것이다. ‘The Fly’라는 또 하나의 자아를 만들어 무대에 서기 시작한 보노는 전에 볼 수 없던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베이시스트인 애덤 클레이튼은 모델 나오미 캠벨과 염문을 뿌리는 둥 록스타의 행보를 걸었다. 그리고 이즈음 U2가 공연계 최고 존엄 자리에 오르는 계기가 펼쳐졌다. 

‘Achtung Baby’ 발매와 함께 시작된 투어에는 ‘Zoo TV’라는 제목이 붙었다. 아직 무대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영상을 쏘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 당시, 그들은 발전된 그래픽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무대를 환상적인 영상으로 꾸몄다. 전례 없는 규모의 조명과 함께했다. 록 콘서트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것은 콘서트이자 멀티미디어 쇼였으며 스토리가 있는 퍼포밍 아트이기도 했다. 더 크고 더 화려한 무대에 대한 밴드의 욕망이 정점을 찍은 건 2009년부터 3년간 진행된 ‘360도 투어’다. 말 그대로 360도로 회전하는 무대를 바탕으로 더욱 화려해지고 거대해진 스케일로 선보인 이 투어는 콘서트계의 ‘아바타’가 됐다. 콘서트 역사상 가장 큰 흥행 수익을 올렸을 뿐 아니라 음악 공연과 기술의 결합이 얼마나 거대하면서도 세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번 내한의 시작이 된 ‘The Joshua Tree Tour 2017’도 블록버스터다.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4대 분량의 화물 전세기가 동원되고 여기에는 트럭 40대 분량의 장비가 실린다. 무대 위에 설치되는 가로 61m, 세로 14m 규모의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에는 8K급 영상이 흐른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단독 공연으로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무대장비가 투입되는 것이다.


보노는 무슨 메시지를 갖고 올까

‘The Joshua Tree Tour 2017’ 로마 콘서트 현장(왼쪽)과 미국 서부에서 자라는 용설란과의 조슈아 나무. [위키피디아]

‘The Joshua Tree Tour 2017’ 로마 콘서트 현장(왼쪽)과 미국 서부에서 자라는 용설란과의 조슈아 나무. [위키피디아]

물론 좋은 곡이 많고 무대가 화려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콘서트의 신’이라고 하는 건 아니다. 많은 관객 앞에서도 그들과 호흡하고 압도할 수 있는 장악력과 쇼맨십 때문이다. 1986년 ‘라이브 에이드’에서 U2는 예정된 시간을 넘겨 공연했다. 거대한 인파 탓에 호흡 곤란을 겪고 있던, 앞쪽의 한 여성을 본 보노가 무대에서 내려가 그녀를 구출하며 자연스럽게 함께 춤을 췄기 때문이다. 이 순간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이름을 영국을 넘어 세계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런 퍼포먼스를 U2는 자주 펼친다. 그동안 영상으로 체험했던 그 장면은 언제나 성스럽기까지 하다. 음악과 기술만으로는 자극할 수 없는, 사람의 심장을 그들은 공연으로 어루만져왔다. 

이런 면 때문에 많은 관계자가 그들을 한국 무대에 세우고 싶어 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한 음악기획자는 광주에서 민주화를 테마로 하는 페스티벌을 꿈꿨다. 민주화라는 테마에 대해 당시 세계은행 총재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 영향력을 높여가던 보노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한다는 구체적인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초기 한 방송 관계자 역시 비슷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 판문점 앞에 무대를 세워 마지막 분단지역에서 공연이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연출하고자 했다. 한국 시장의 부족한 상업성을 ‘록의 양심’이라면 솔깃할 만한 명분으로 메우고자 한 것이다. 그 염원이 결국 이뤄졌다. 10년 가까이 U2 관계자를 설득하고 신뢰 관계를 쌓은 결과라는 후문이다. 

U2가 온다. 드디어 온다. 그들이 공연만 하고 갈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과 회동까지는 아니더라도,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해 평화에 대한 메시지 정도는 남기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정치와 외교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문화적 메시지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U2의 내한을 기다려온 이유는 록스타의 공연뿐 아니라 행동하는 록의 양심이 건네는 손길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9.06.07 1192호 (p76~78)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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