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12

2015.11.09

3파전으로 좁혀진 제4이동통신사

망 빌려 쓰는 알뜰폰과 달라 초기 투자비용만 수조 원…7번째도 불발이면 아예 없던 일로?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5-11-09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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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파전으로 좁혀진 제4이동통신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할 제4이동통신사는 출범할 수 있을까. 10월 30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 허가 신청(주파수 할당 신청 포함) 접수를 마감한 결과 퀀텀모바일(대표 박성도), 세종텔레콤(대표 김신영), K모바일(대표 김용군) 총 3개 법인이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미래부는 이들 법인을 대상으로 기간통신사업 허가 및 주파수 할당 신청 자격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하고, 이를 통과한 법인의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이르면 내년 초 사업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 선정, 관건은 자금력

    휴대전화 사용자에게는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저렴한 통신비가 장점인 알뜰폰 정책과 출범 시 통신비 인하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제4이동통신사 정책이 일견 비슷해 보인다. “알뜰폰은 망을 임대해 쓰는 것이고, 제4이동통신사는 직접 망을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성격 자체가 다르다. 별도의 망을 갖춘 사업자가 있어야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고 통신비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미래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8년쯤부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 경쟁구도인 이동통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이동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고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6차례에 걸쳐 제4이동통신사 선정 작업을 벌여왔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여기에는 기존 사업자들의 견제도 한몫했겠지만, 무엇보다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기업들의 자금력이 문제였다.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등 일부 컨소시엄이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실패한 이유도 재무능력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사업은 전국망 구축, 휴대전화 유통망 확보 등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기간산업으로 초기 투자비용만 수조 원에 달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걸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뜻 신사업에 손을 대려는 대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도 케이블방송을 보유한 현대백화점그룹과 태광그룹, 알뜰폰과 케이블방송을 보유한 CJ그룹 등 연관 사업을 가진 대기업들이 후보군으로 언급됐으나, 모두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제4이동통신사업에 도전해온 KMI나 소프트뱅크·차이나모바일 등 외국 통신사와 제휴를 추진했던 코리아텔넷 등도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곧바로 수익이 나오지 않는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나 컨소시엄은 사업자로 선정이 되더라도 향후 운영에 들어갈 비용과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사를 찾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래부가 밝힌 심사 기준은 △사업수행 적정성(40점) △재무능력(25점) △기술능력(25점) △이용자보호계획 적정성(10점) 등이다. 각 심사항목별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 이상, 총점 70점 이상을 받아야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적격 법인 가운데 최고 득점을 받은 곳이 최종 허가 대상 법인으로 선정된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대가는 지난해 심사 때보다 40% 낮춰 이동통신용 1646억 원, 와이브로(휴대용 인터넷)용 228억 원을 기본으로 책정했다. 사업 초기에는 기존 사업자 망을 빌려 쓸 수 있게 했고, 출범 후 5년간 단계적으로 전국망을 구축하도록 해 부담을 줄였다. 미래부 통신정책기획과 관계자는 “이달까지 허가 신청 적격 여부를 검토하고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심사해 최종적으로 적격인 사업자가 있으면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사업자는 2017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 수익성 악화가 걸림돌

    이번에 가장 먼저 사업자 신청서를 낸 퀀텀모바일은 박성도 전 현대모비스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컨소시엄으로 초기 설립 자본금 규모는 1조 원대다. 주요 주주로 참여한 자동차센서 제조업체 트루윈은 주파수 할당 신청 보증금의 10%(164억6000만 원) 대체를 위한 채무보증을 섰다. 남용현 트루윈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자동차센서 기술을 이용해 사물인터넷이나 자동차용 통신 관련 시장에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자 컨소시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른 주주 구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전자·통신업체들의 주가가 사업자 신청 마감 이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일 법인으로 사업권을 신청했다. 알뜰폰 사업 등을 진행하던 온세텔레콤이 전신으로 초기 설립 자본금 규모는 4000억 원대다.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세종텔레콤의 주가 역시 연일 상한가 행진 중이다. 세종텔레콤 측은 사업권을 내지 않았거나 심사에서 탈락한 컨소시엄 등과 규합해 규모를 불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사업자로 선정되면 향후 주주 모집을 통해 자본금 규모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신청서를 낸 K모바일은 KMI 출신의 김용군 대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으로 사업 계획이나 주주 구성 등은 향후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직 고위 관료들로 이사진을 구성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동통신사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으나, 지금은 시장 포화로 성장이 멈춘 상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올해 3분기 시장 실적에서 비교적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 전인 지난해 3분기에 비해 SK텔레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4906억 원으로 8.6% 줄었고, 매출도 4조2614억 원으로 2.4% 줄었다. KT는 영업이익은 3433억 원으로 17.8% 늘었지만 매출이 5조4922억 원으로 2.9% 줄었고, LG유플러스는 매출이 2조7168억 원으로 2.1%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이 1721억 원으로 1.4% 줄었다. 비싼 통신비와 불법보조금 문제 등이 불거지며 기존 통신사업자들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눈 또한 곱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폭 문턱을 낮춘 지금에야말로 기존 3사를 견제할 제4이동통신사가 탄생할 적기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참여 소식이 들리지 않아 사업자 선정에 실패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도 사업자 선정이 불발된다면 제4이동통신사업 자체의 실효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청을 받으면서 알뜰폰처럼 기존 이동통신사 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여러 지원을 약속한 상태인데,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도 사업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제4이동통신사업자 탄생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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