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9

2015.10.19

진정한 학업역량은 배신하지 않는다

‘물수능’에선 실수 안 하는 것도 실력…철저한 이해와 반복학습이 정답

  • 김혜남 문일고 교사 hnakim@hanmail.net

    입력2015-10-19 13: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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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학업역량은 배신하지 않는다

    학교 도서관 문에 ‘정면 돌파!’ ‘하루에 1점씩 올린다는 마음으로’라는 각오를 써 붙이고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는 수험생들.

    수시와 정시 입시전쟁이 모두 끝난 후 합격자를 정리하다 보면 참으로 감탄스러우면서 숙연해질 때가 있다. 대부분 수험생의 학업역량 순으로 합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합격할 만한 녀석이 합격했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우연이 작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 점에서 대학의 우수인재 선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내신이 아무리 좋아도 종합적인 학업역량이 부족하면 중위권 대학밖에 가지 못한다. 반대로 내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학생은 논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경쟁력이 있는 학생은 정시를 통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다. 한두 문제 때문에 등급을 맞추지 못하고 재수를 선택한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제가 몇 점차로 떨어져서 억울했는데 재수를 하면서 그동안 허투루 공부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재학 중 공부를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해보니 개념이나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적당히 넘어간 부분이 많았음을 실토한 것이다.

    수시 교과면접에서 학업역량을 평가하지만 인성면접, 확인면접 위주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시사적인 문제가 출제된다. 평소 신문, 잡지를 보며 우리 사회 현안들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가치관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수능이 끝난 뒤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일관되고 조리 있는 논리력은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학 중 꾸준히 해야 한다. 내신이나 수능에 자신이 없는 학생은 ‘수시 대박’을 노리며 논술시험에 매달린다. 논술의 핵심은 제시문을 철저히 분석해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면 결국 자신이 아는 만큼, 쓰고 싶은 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으로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논술시험은 논리적 비판력을 갖춘 학생을 가려내는 데 목적이 있다.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시각을 형성하고 사고력을 키우는 게 정답이다. 단기간에 사교육의 도움을 빌리는 ‘속성재배’로는 꾸준히 준비해온 학생들을 넘어설 수 없다.

    학업역량이 부족할수록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을 많이 한다. ‘물수능’이란 말이 나올 만큼 100점을 맞아야 1등급이 보장되는 수능에서는 실수를 안 하는 것도 실력이다. 국어, 영어, 수학에서 한 문제씩 틀려 2등급이 되면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흔히 답을 고쳐서 틀렸다고 말한다. 중간에 답을 고칠 만큼 확신이 없었다는 건 곧 실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적당히 점수 따기 공부로 내신을 관리해온 학생들은 막상 수능에서 다음과 같은 상황에 빠지기 쉽다. 영어에서 까다로운 어휘가 나오거나 사고력을 요구하는 지문이 나오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학에서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대신 정답지를 보며 문제풀이만 해온 학생들은 문제를 약간만 비틀어 내도 계산 실수를 한다. 수능에서 만점을 받은 총수험생의 4% 넘는 학생들이 단순히 운으로 만점을 받은 게 아니다. 철저한 이해와 반복학습으로 쌓아온 학업역량이야말로 만점의 토대가 된다.



    결국 억울하다고 남 탓을 하기보다 자신의 학습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출제자가 ‘이 문제를 왜 출제했는가’ ‘나라면 어떻게 출제할 것인가’를 생각할 만큼 문제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면서 자신의 취약점을 보강해야 한다. 쉬운 문제 몇 개 더 푸는 것보다 고난도 문제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기본개념을 탄탄히 하는 동시에 응용력을 키우는 게 만점 전략이다. 충분히 점검하고 실력을 쌓아왔다면 어떤 유형의 시험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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