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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빛 좋은 개살구 청년 일자리 01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5조 원짜리 청년 일자리 나쁘거나 맹탕이거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9월 4일 서울 현대자동차 강남사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잡페어’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청년희망펀드, 청년희망 예산,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 한 달이 멀다 하고 발표되는 청년 일자리 정책 이름들이다. 정부는 201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첫째 목표로 ‘일자리를 늘려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을 꼽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경제 정책의 중심 지표를 성장률에서 고용률로 바꾸고, 청년고용 확대에 역점을 뒀다. 이후 케이무브(K-Move), 스펙초월 멘토스쿨, 청년강소기업체험, 고용디딤돌 등 갖가지 정책을 쏟아냈다.

국가기관도 총동원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청년고용촉진 일자리 사업’을 진행 중인 정부 부처는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교육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14개. 지난 3년간 이 분야에 투입한 예산도 5조 원이 넘는다. 정부는 2016년에도 2조1213억 원을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편성했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보다 3000억 원 이상 많은 액수다. 최근엔 민간 주도의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진행한다며 펀드 조성 카드까지 꺼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하고 1호 기부자로 나선 청년희망펀드에는 국무총리, 장관, 여당 지도부 등 정관계 인사가 동참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업 구상도 소개했다. 사실상 정책 펀드임을 보여주는 사례다(상자기사 참조).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

문제는 이 모든 노력에도 ‘백약이 무효’로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15~29세) 실업자(실업률)는 2012년 31만 명(7.5%)에서 올해 상반기 44만9000명(10.1%)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2월 11.1%로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청년실업률은 최근 다소 하락해 9월 현재 7.9% 수준.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일주일에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직장인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통계와 실질 사이 괴리가 발생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자체 조사를 통해 2015년 1분기 청년 실질실업률이 36.1%라고 밝혔다.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의 빈틈은 또 있다. 많은 청년이 아예 취업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 노력을 하지 않는 ‘구직 단념자’가 9월 현재 48만8000명에 이른다. 사상 최초로 50만 명을 돌파한 8월(53만9000명)보다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9월(46만3000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다. 실업자 통계에는 안 잡히지만 실질은 ‘백수’인 이들이다.



통계청이 매년 5월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에서도 대졸자·중퇴자 가운데 미취업자의 구직활동 비율이 지난해 15.4%에서 올해 13%로 2.4%p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학교나 직장에 다니지 않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2015년 8월 노동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20대 청년인구 가운데 21.8%(138만8000명)를 니트족으로 분류했다. 이렇다 보니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을 뜻하는 ‘삼포세대’, 부모 도움이 없으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담은 ‘금수저 흙수저론’,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묘사하는 ‘헬조선’ 같은 신조어가 유행한다. 전문가들이 “더 늦기 전에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 있다.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왼쪽부터 두 번째와 세 번째)가 10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 20만+ 창조일자리 박람회’에서 희망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정부-청년 미스매치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계속 청년취업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치열한 고민 없이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는 상황”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면 좀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지금 청년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건 일자리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선택할 만한 수준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라며 “무턱대고 취업하라고 할 게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청년층 일자리 가운데 시간제의 비중은 2007년 7.6%에서 올해 15.1%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층 노동력과 일자리 변화’에 따르면 3월 현재 청년층의 시간제 근로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5%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시간제 근로 증가 속도(0.1%)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청년층의 서비스업 취업 비중(79.7%) 역시 전체 취업자의 서비스업 비중(70%)보다 높다. 김 전문위원은 “최근 청년층 신규채용 규모는 국제금융 위기 때보다 못한 수준이며, 청년고용 증가를 주도하는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중에서도 임금 하위 일자리가 주로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취업시장에 나오는 청년층의 눈높이는 높다.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최고조(2009년 77.8%)에 이르렀을 때 대학에 진학한 이들로, ‘번듯’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바람이 크다. 5월 기준 취업준비생 63만3000명 가운데 34.9%가 공무원시험 준비생인 점이 이를 증명한다. 공인노무사시험 수험생인 숙명여대 졸업생 이경아(26·가명) 씨는 “주위에 아직 취업준비생인 친구가 많다. 대부분 대기업 공개채용 아니면 공무원시험 합격, 전문자격증 취득을 바란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라도 처음 취직할 때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게 요즘 20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런 세태의 배경에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뿌리 깊은 ‘이중구조’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은 2003년 58.7%에서 지난해 54.4%로 더 떨어졌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도 2003년 71.6%에서 지난해 65.5%로 격차가 더 커졌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기업 규모, 고용 형태, 노동조합 유무에 따라 근로 여건에 큰 차이가 나타나는 상황이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고착화되는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취업난에 몰려 ‘눈을 낮춘’ 청년 상당수가 오래지 않아 회사를 떠나는 것도 이런 실태를 반영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5월 발표한 ‘대졸 취업자의 노동 이동 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2009년 8월과 2010년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간 39만1708명 가운데 2년 후에도 같은 회사에 있는 사람은 40.4%에 불과했다. 특히 첫 일자리가 비정규직인 사람의 79.1%는 해당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자료를 봐도 한국에서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사람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11.1%에 불과하다. 3년 뒤 정규직 전환율 역시 22.4%에 그쳤다. 그사이 26.7%는 직장을 잃고, 나머지(50.9%)는 계속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습효과’는 청년들로 하여금 더욱 안정적인 일자리를 지향하게 만든다. 이현진 민주정책연구원 국민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이런 세태를 “청년들이 저임금 일자리에 대해 자발적으로 취업을 포기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하면서 “현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저임금 일자리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무용지물이다. 최소한 현재 임금은 다소 낮더라도 생애주기 전체를 볼 때 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표 개선보다 중요한 건 실질적 변화”

문제는 정부 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7월 ‘향후 3년간 청년 일자리 20만 개를 늘린다’며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도 상당 부분이 인턴 채용이나 직업훈련 기회 제공 등으로 채워졌다. 핵심 내용으로 발표한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의 경우 대기업이 청년 인턴을 선발해 3개월간 직무교육을 시키고, 이후 협력업체에서 3개월간 인턴 근무를 할 기회를 준 뒤, 협력사 또는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해당 청년이 3년 이상 그 회사에서 근무하면 향후 대기업 채용 시 우대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안정적 정규직’이 아닌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이번 ‘종합대책’을 ‘실체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현진 민주정책연구원 국민경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이 밖에도 “정부의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청년을 인턴으로 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정부가 급여의 일정액을 지원해주는 것이고, ‘창업인턴제’는 창업에 관심 있는 청년이 벤처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경우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해외취업지원’은 고용기간이 1년 이상이고 연봉이 1500만 원 이상인 일자리에 취업하면 장려금을 주는 제도로, 모두 장기적인 일자리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으로 일자리 수를 늘리고 통계상 실업률을 떨어뜨릴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청년 ‘고용절벽’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9월 ‘고용률 제고를 위한 일자리사업 방향의 모색’ 보고서에서 ‘정부가 직접 투입한 돈으로 조성된 일자리는 대부분 공공기관 인턴이나 비정규직에 집중돼 중·장기 고용률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역시 2월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추진실태’ 보고서에서 정부의 청년취업정책이 ‘일시적인 고용지표상 개선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청년의 장기적인 고용 유지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투입한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 7조361억 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9%가 직접 일자리 사업에 쓰였다. 그러나 ‘직접 일자리 사업의 재정 지출을 통해 청년층 고용률을 올리려고 했던 정책이 실질적으로 고용률을 높이거나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고용 촉진으로 연결되는 디딤돌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감사원 측 결론이다.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9월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경북 청년 20만+ 창조일자리 박람회’ 현장.

“청년들, 네 탓이 아니야”

전문가들은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일반적인 고용정책과 다르게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노년층에게 적합한 시간제·임시직 일자리로는 결코 고용률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게다가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자녀 세대로 1979~92년 출생한 이들이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대 인구는 2018년까지 약 10만 명 증가한다. 청년취업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해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근로시간 감축이다. 근로기준법상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지만, 일선 기업에서는 초과근무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19%에 달하는 357만 명의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다. 이 문제만 바로잡아도 질 좋은 일자리 62만 개가 생긴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노동시간 단축을 강제할 법안도 발의했다. 기업들이 실제 근로시간에 관계없이 매월 정액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하지 못하게 제한하고, 근로자의 출퇴근시간 기록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기업으로 하여금 청년을 5% 이상 의무고용하게 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의무고용 미이행 인원 1명당 하루 4만 원씩 청년고용증대세를 내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은 공공기관의 경우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제재 사항이 없어 상당수 공공기관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소장은 이를 고쳐 청년 의무고용 비율을 5%로 올리고, 민간기업에까지 확대하며, 벌칙조항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현재 우리나라 청년일자리 문제의 본질은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라며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면서 최저임금 인상,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주인공 동철(박중훈 분)은 취직이 안 돼 고민하는 세진(정유미 분)에게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착혀”라며 말을 붙인다. “테레비에서 보니까 그 프랑스 백수 애들은 일자리 달라고 다 때려 부수고 ○○○을 떨던데. 우리나라 백수 애들은 다 지 탓인 줄 알아요. 응? 지가 못나서 그런 줄 알고. 아유 ○○들,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다 정부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응?” 하던 동철이 마지막으로 건네는 건 따뜻한 위로다. “네 탓이 아니니까. 당당하게 살아. 힘내 ○○.”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단기 비정규직만 넘쳐나는 세상에 내몰린 오늘의 청년들에게 부모가, 기성세대가 건네야 할 한마디인지도 모른다.

청년희망펀드 50억 원 돌파…“정부 주도 민간 모금은 준조세” 비판

평생 인턴만 하란 말이냐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희망펀드 기부신청서. 박 대통령은 9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종료 직후 일시금 2000만 원과 매월 월급의 20%(340만 원)를 기부하기로 하고 서명했다.

청년희망펀드는 이름이 펀드일 뿐 가입자에게 수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기부금액의 15%, 3000만 원 초과분의 경우 25%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질 뿐이다. 그러나 9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제안하고 21일부터 가입이 시작된 이 펀드 기부액은 3주 만에 50억 원을 돌파했다. 누적 기부 건수도 10월 8일 현재 6만 건이 넘는다.

정부는 이 돈을 바탕으로 10월 중 (가칭)청년희망재단과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세워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을 도울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맞춤형 훈련 알선과 일자리 연계 △청년 해외 진출(청해진) 프로젝트 △직업체험 또는 단기취업 기회 제공 등의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정부 부처가 펼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정책과 유사한 것들이다.

이 때문에 왜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데 민간 모금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공개 기부에 앞장서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가입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청년희망펀드에 5만 원을 기부한 은행원 A씨는 “직원들이 모여 있을 때 지점장이 구두로 ‘다 같이 가입하자’고 했다”며 사실상 할당에 의한 가입이었음을 밝혔다. 은행권에 따르면 일반 행원은 1만 원, 지점장은 10만 원이 ‘공정가격’처럼 떠돌았다. 금융노동조합이 ‘청년희망펀드는 국민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한 순수한 기부로 추진돼야 한다. 강제로 할당해서 본연의 취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을 정도다.

일반 기업도 임원급을 중심으로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LG그룹 B씨는 “아직 가입은 안 했지만 조만간 (회사에서) 얘기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삼성생명 C씨는 가입 여부에 대한 답을 피하면서 그저 “준조세 좀 그만 걷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예로 들며 “요즘 정부가 스스로 할 일을 자꾸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스로 경기를 부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일선 기업에 할인행사를 강요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마찬가지로 청년희망펀드 역시 ‘외화내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고용문제 전문가는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한 해 10조 원이 넘고, 이 중 청년 일자리 사업에 투입되는 돈만 매년 2조 원 가까이 된다. 겨우 50억 원 모아 무슨 새로운 사업을 하겠느냐”며 “괜히 구설만 만들고 유야무야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간동아 2015.10.19 1009호 (p22~25)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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