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9

2015.10.19

미친 분양가 평당 최고 7200만 원 기록

분양가상한제 폐지 반년 만에 3.3㎡당 4000만 원도 훌쩍…“앞으로 더 오른다”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10-19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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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분양가 평당 최고 7200만 원 기록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서울 서초구 반포 삼호아파트 4차 재건축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본보기집(작은 사진)과 공사 현장.

    아파트 분양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10월 14일 분양한 부산 해운대구 주상복합아파트 ‘엘시티더샵’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730만 원, 320㎡(97평형)인 펜트하우스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7200만 원으로 대한민국 아파트 분양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재건축아파트가 분양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같은 날 대우건설에서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 삼호아파트 4차 재건축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3600만~4300만 원에 책정됐다. 이는 두 달 전 분양한 대치동 국제아파트 재건축 ‘대치 SK뷰’의 3.3㎡당 평균 3902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8년 주기 규제와 폐지 반복의 역사

    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급등한 원인으로 올해 초부터 부동산경기가 풀리고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한 것 등이 거론되지만, 무엇보다 4월부터 민간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정해진 기본형건축비와 건축비 가산비용에 땅값을 합친 가격 이하로 분양가를 산정하는 제도다. 이는 1977년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처음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정부에서 분양가를 획일적으로 규제하자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전셋값이 폭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후 노태우 대통령 집권 당시인 88년 정부가 ‘주택 200만 호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이듬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그 대신 분양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계액으로 하되 택지비는 감정평가 가격 또는 법인 장부상 가격으로 하고, 건축비는 사업시행자의 적정 이윤을 포함하는 분양가원가연동제를 시행했다. 이는 사실상 분양가상한제와 다름없었다. 이후 97년 연말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주택 공급 급증, 집값 하락, 미분양 속출, 건설사 부도 등 각종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정부는 99년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는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신규 건설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다.



    그러자 아파트 분양가는 점점 오르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절정에 달했다.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평균 1000만 원을 넘기기 시작한 것. 인터넷 부동산 정보 포털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005년 859만 원, 2006년 1062만 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매매가도 덩달아 상승해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값이 몇천만 원씩 뛰는 곳이 늘었다.

    규제 목소리가 커지자 노무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05년 공공택지에 건설되는 아파트부터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고, 2007년 9월부터는 모든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다. 그런데 그해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면서 부동산경기도 주저앉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해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전셋값보다 낮은 이른바 ‘깡통전세’까지 나왔다. 분양시장에도 한파가 불어 미분양이 넘쳤고, 건설사들은 줄도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는 2010년 이후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고자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펼쳤고, 지난해 12월 민간택지에 건설하는 아파트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급등할 것을 우려했다. 조합원들이 자기 분담금을 낮추고자 일반 분양가를 높이는 데 합의할 가능성이 크고, 건설사 또한 부동산경기 침체 당시 발생한 적자를 미분양 우려가 적은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건설을 통해 메우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반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다가왔다.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소장은 “고분양가라는 지적을 받지만 인근 아파트 반포자이의 평균 매매가인 3.3㎡당 3800만 원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 우리는 서초구에 예정된 재건축아파트 가운데 비교적 초기 분양 물량으로, 향후 인근에서 분양하는 다른 재건축아파트는 우리 분양가보다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면 도입 어렵다면 부분 적용 시행해야

    미친 분양가 평당 최고 7200만 원 기록

    부산 해운대구 중동 주상복합아파트 ‘엘시티더샵’의 조감도. 펜트하우스 분양가가 3.3㎡당 평균 7200만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장 11월 분양 예정인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단지인 강남구 삼성동 상아3차(삼성동 센트럴 아이파크),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신반포자이),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송파 헬리오시티), 성동구 행당동 행당6구역(서울숲리버뷰자이) 등의 분양가도 10월 분양가에 비해 높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고분양가 후유증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장은 “경기가 나빠지고,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나오거나 고금리로 돌아서면 고분양가 지역은 거품이 빠지면서 폭락할 수 있다. 대출받아 분양받은 사람은 폭탄을 안고 무너져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또한 강남권 분양가는 이미 고점에 올라 있기 때문에 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이의 경우 손해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다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부산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불거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지금도 미분양이 나오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전통적으로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들의 분양은 호조세지만 그동안 사업이 지연됐던 지역들 위주로 미분양이 나오는 실정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양주, 파주, 시흥, 김포, 의정부 등 주로 외곽지역에서 청약 경쟁률이 저조하다. 분양가상한제가 없어지면서 분양가가 치솟고 있지만 지역별로 양극화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면밀한 분석과 함께 간접규제 방식 등 부수적인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민간택지 물량은 공공택지 물량에 비해 적은 편이다. 현재 주택 공급은 대부분 공공택지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들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 따라서 일부 지역의 고분양가 논란이 과연 분양가상한제 폐지 때문인지, 대출금리 하락 혹은 부동산경기 활황 때문인지 등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뒤 그에 맞는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종완 원장은 “민간택지에 한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지 반년 만에 전면 통제로 돌아가는 것이 무리라면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논란이 된 지역에 분양가상한제를 부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함께 없어질 예정인 시·군·구에 설치된 분양가심의위원회를 없애지 말고 분양가 책정 전 심사를 통해 건설사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검토한 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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