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60

2018.10.19

캣닥터 김명철의 세·모·고(세상의 모든 고양이)

물 싫어하는 고양이, 마시지도 않는다면 큰일!

  • 입력2018-10-22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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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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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막 출신인 고양이는 태생적 습성 때문에 물과 친하지 않은 것이다. 물을 마시는 것조차 꺼린다. 고양이 건강검진을 하다 보면 방광에 찌꺼기가 많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심지어 신장에서 결석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호자는 “우리 고양이는 물을 많이 마신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1일 권장 음수량을 채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통상적으로 1일 권장 음수량은 1일 에너지 요구량(DER)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몸무게 kg당 50㎖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의 음수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고양이의 동선에 따라 물 마시는 장소를 다양한 형태로 제공한다. 음수 장소는 기본적으로 고양이 개체수의 n+1개 정도가 필요하며, 그릇 모양이 다른 것이 좋다. 입구가 넓고 스테인리스나 사기 재질의 그릇을 추천한다. 플라스틱의 경우 흠집이 나면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 

    또 고양이는 흐르는 물(움직임이 있고 산소포화도가 높은 신선한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양이 전용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 모터 소리가 큰 정수기는 피할 것을 권한다. 청각이 발달한 고양이는 작은 소리에도 불쾌감을 느껴 근처에도 가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낯선 소리에 거부감을 보이다 일주일가량 적응 기간을 거치면 괜찮아질 수 있으므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정수기 근처에서 사냥놀이를 하거나 간식을 주면 적응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이미 물 마시는 장소와 급수 형태를 다양하게 준비해놓았는데도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다면 습식사료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습식사료는 수분 함량이 70~80%라 하루에 한 끼를 습식사료로 대체하면 음수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습식사료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습식사료에 물을 10~20㎖ 추가해 배식하는 방법을 권한다. 단, 물을 섞어 배식할 계획이라면 물을 섞지 않은 채로 습식사료를 주는 것은 중단한다. 물을 섞지 않은 습식사료가 아무래도 더 맛있기 때문에 물이 추가되면 먹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고양이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물을 너무 많이 추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료 자체를 먹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했는데도 음수량이 부족한 경우 강제 급수를 고려하는 보호자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음수 자체에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고, 심한 경우 스트레스에 의한 식욕 부진까지 유발할 수 있으니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음수량 관리는 고양이 보호자의 평생 숙제이지, 하루이틀만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이 방법을 선택할 경우 적응 기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며, 거부감이 심하다면 바로 중단할 필요가 있다. 만약 심한 병증 상태로 1일 권장 음수량 추가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면 피하수액 관리를 해야 하며, 이때 담당 수의사와 상담은 필수다. 



    반대로 물을 잘 마시지 않던 고양이가 사흘 이상 물 섭취량이 많아지고 오줌양도 늘었다면 신부전, 당뇨병 등이 발병한 것일 수 있으니 동물병원에 들러 상태를 확인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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