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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에 프랑스 보르도와 어깨 나란히

미국 나파 밸리 대표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

50년 만에 프랑스 보르도와 어깨 나란히

생전의 로버트 몬다비(위)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상징인 삼각형 아치. [사진 제공 · 신동와인㈜, 김상미]

생전의 로버트 몬다비(위)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상징인 삼각형 아치. [사진 제공 · 신동와인㈜, 김상미]

미국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리면 미국 최고 와인산지인 나파 밸리(Napa Valley)에 도착한다. 나파 밸리 한가운데 위치한 마을 오크빌(Oakville). 그곳에는 나파 밸리를 대표하는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와이너리가 있다. 

와이너리 정문을 지나 150m쯤 들어가면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상징인 삼각형 아치가 나타난다. 아치를 지나면 푸른 잔디 광장이 눈에 들어오고, 와이너리 건물이 V자를 그리며 좌우로 서 있다. 스페인풍의 나지막한 건물이다. 나파 밸리에 맨 처음 정착한 스페인 선교사들을 기리는 건축 디자인이라고 한다. 잔디 광장 너머에는 나파 밸리 최고 포도밭인 투 칼론(To Kalon)이 서쪽 산기슭까지 펼쳐져 있다. 

로버트 몬다비의 부모는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였다. 1906년 미네소타주 광산 마을에 정착한 이들은 1919년 금주령이 선포되자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금주령 아래에서 미국 가정은 가내 소비를 위해 가구당 연간 700ℓ의 와인 양조가 가능했다. 몬다비 가족은 캘리포니아에서 구매한 포도를 미네소타로 가져다 팔았고, 이를 계기로 와인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금주령 당시 와인 사업 입문

1933년 금주령이 폐지됐다. 36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로버트는 미국 와인 산업의 미래를 믿고 나파 밸리 한 와이너리에 취직했다. 7년 뒤 아버지를 설득해 도산 위기에 처한 와이너리를 매입했다. 이후 23년간 동생 피터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했지만, 와인에 대한 철학이 달랐던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섰다. 로버트는 66년 독립을 선택했고, 나파 밸리 오크빌에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나파 밸리 도약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금주령이 폐지된 뒤 나파 밸리에 새로 들어선 첫 와이너리였다. 그만큼 1960년대 미국 와인 산업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와이너리들은 박리다매를 목적으로 싸구려 와인 생산에만 매달렸다. 나파 밸리 와인의 저력을 믿은 사람은 로버트가 유일했다. 



쉰이 넘은 나이에 와이너리를 설립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는 투 칼론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일 수 있었다. 투 칼론은 그리스어로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뜻으로, 나파 밸리 최고 포도밭이다. 지금은 투 칼론에서 수확한 포도가 톤당 6000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당시는 누구도 와인에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을 때였다. 덕분에 로버트는 총 290만㎡의 투 칼론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2만㎡를 매입할 수 있었고, 이는 몬다비 와인의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투 칼론은 나파 밸리 서쪽에 위치한 마야카마스(Mayacamas) 산맥의 기슭에서 시작된다. 계곡이 실어 나른 충적토로 이뤄진 투 칼론은 물빠짐이 좋은 자갈과 부드러운 토사가 섞여 포도를 기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땅이다. 나파 밸리는 겨울에만 비가 내리고, 4~10월에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날씨가 건조해 봄부터 가을 사이에 나파 밸리를 방문한다면 수분크림과 립밤이 필수일 정도다. 하지만 투 칼론은 겨울에 내린 빗물을 땅속 깊숙이 저장해두는 능력이 탁월하다. 덕분에 물을 대지 않아도 포도가 잘 자라고, 포도나무가 물을 찾아 뿌리를 깊이 내리니 포도 알마다 나파 밸리의 테루아르(terroir · 포도 재배 환경) 맛이 진하게 농축된다. 

몬다비의 리저브(Reserve) 시리즈는 투 칼론에서도 가장 좋은 구획인 서쪽 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다. 마야카마스 산맥에 가깝게 위치한 이곳은 오후의 작열하는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 때 산그늘이 일찍 드리워져 다른 곳보다 서늘하다. 그래서 리저브 와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우아함을 품고 있다.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맛보면 타닌이 실크처럼 매끄럽고 탄탄하며, 잘 익은 검은 베리류의 달콤한 향이 미네랄, 연기, 마른 허브 등 다양한 향미와 어울려 복합미가 뛰어나다. 힘과 우아함의 완벽한 조화다. 몬다비를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 퓌메 블랑(Fume Blanc)도 투 칼론에서 생산한 것은 남다르다. 퓌메 블랑은 소비뇽 블랑을 배럴 숙성시켜 만든 와인이다. 리저브 퓌메 블랑은 수령이 50년 이상인 고목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맛을 보면 배, 사과, 레몬 등 상큼한 과일향에 허브, 들꽃, 오크향이 은은하게 어우러져 있다. 숙성잠재력도 좋아 병 숙성이 오래될수록 과일향이 진하고 견과류향이 발달해 맛이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일생을 바쳐 이룬 나파 밸리의 신화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 퓌메 블랑,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과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배럴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신동와인㈜]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리저브 퓌메 블랑,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과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배럴룸(왼쪽부터). [사진 제공 · 신동와인㈜]

우아함보다 묵직함을 선호한다면 오크빌 시리즈도 좋다. 오크빌 시리즈는 투 칼론 중심부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다. 이곳에는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오래 머물기 때문에 포도가 농익어 와인에서 보디감이 더 느껴진다.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을 맛보면 달콤한 과일향이 진하고 타닌의 질감도 강건하다.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이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연주하는 화려한 독주곡이라면, 오크빌 카베르네 소비뇽은 웅장한 관현악 같다. 오크빌 퓌메 블랑도 무게감이 묵직하고 흰 복숭아와 자몽 등 과일향이 풍부하다. 은은한 생크림 향은 와인을 둥글게 감싸며 와인에 매력을 더한다. 

몬다비 와인의 우수함은 단순히 밭에서 나온 것만이 아니다. 아무도 와인에 투자하지 않던 1960년대에 로버트는 프랑스산 오크 배럴을 수입했고 최첨단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설치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웃 와이너리와 공유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나파 밸리 전체가 명품 산지로 인정받아야 몬다비 와인도 빛을 발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파 밸리는 프랑스 보르도(Bordeaux)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 와인산지다. 50년 만에 이룬 신화다. 로버트 몬다비가 없었다면 나파 밸리가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자녀들이 물려받지 않았다. 그의 자녀들은 각자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로버트가 2008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뒤에도 그와 함께했던 직원들은 지금까지 일하며 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 곳곳에는 여전히 로버트의 숨결이 가득하다. 

몬다비 와인은 마트, 백화점, 와인숍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가볍게 즐기는 와인으로는 3만~4만 원대인 우드브리지와 프라이빗 셀렉션 시리즈가 있다. 고급 와인으로는 나파 밸리 시리즈 6만~7만 원대, 오크빌 시리즈 10만 원대, 리저브 시리즈 15만~30만 원대다.






주간동아 2018.05.30 1140호 (p76~77)

  •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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