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15

2017.11.29

특집 | 한국판 골드만삭스 시대 개막

“초대형 IB, 우리가 남이가?”

은행 ·  IB 간 중소기업대출 경쟁 예고, 초대형 IB와 시너지 효과 노려볼 만

  • 입력2017-11-28 15:53:04

  • 글자크기 설정 닫기
      [shutterstock]

      [shutterstock]

      국내 대형증권사 5곳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되자 시중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1월 9일 전국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에 앞서 ‘초대형 IB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 보류 필요’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은행권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증권사의 발행어음 및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다. 불특정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기업에 대출하는 것은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 업무에 해당한다는 것. 따라서 초대형 IB에 발행어음 및 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업권 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 공백, 금산분리원칙 무력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반발 이면에는 ‘중소기업대출’(중기대출)이 있다. 올해 들어 은행권은 중기대출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여기며 적극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을 주 수익원으로 삼았으나, 최근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가계대출 축소를 유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기대출로 눈을 돌린 터였다.


      대기업대출 줄고 중소기업대출 증가

      시중은행들은 초대형 IB와 연계해 기업 대출 업무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뉴시스,뉴스1]

      시중은행들은 초대형 IB와 연계해 기업 대출 업무에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뉴시스,뉴스1]

      실제로 10월 말 국내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62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성장했다. 7월에는 4조7000억 원, 9월에는 5조9000억 원을 늘리는 등 삼사분기에만 14조 원가량 확대됐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모두 중기대출 영업에 적극적이다. 증가액이 가장 컸던 곳은 국민은행으로 올해만 약 7조3000억 원(9.1%)을 확대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중기대출은 대기업대출보다 위험가중치(RWA)가 커 금리가 높다. 4대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평균 금리는 보증서담보대출 기준 3%대 중반이고, 신용대출 기준 4~5%대다. 대기업대출 대비 1%p가량 높다. 반면 충당금 부담은 적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삼사분기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성장한 5조6870억 원이며 순이자마진(NIM)도 1.74%로 지난해 말 대비 0.13% 개선됐다. 

      반면 지난해 10월 말 164조 원에 달하던 대기업대출 규모는 올해 같은 기간 155조200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은행은 8월과 9월 각각 9000억 원씩 줄어 삼사분기에는 대기업대출이 1112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부실 사태로 건전성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기업 여신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10월 말 우리은행은 삼사분기 누적 기준 대기업대출금은 37조193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기대출은 5.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가계부채 이슈 때문에 증가가 어렵고 대기업 여신은 변동성이 커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쟁한다. 대기업 여신은 부실이 한번 발생하면 영향이 크고 마진도 중기대출보다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초대형 IB가 중소기업 대상 금융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서자 은행권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증권사는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아 대기업대출의 낮은 금리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증자 참여·기업공개(IPO) 등 당초 취지에 맞는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서라도 성장 초기 중소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편 초대형 IB에 각각 그룹 증권사(KB증권·NH투자증권)가 선정된 KB금융과 NH농협금융은 오히려 증권사와 다른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KB금융그룹은 증권을 주축으로 은행, KB손해보험, 신용카드사가 주요 고객을 공유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강화한다. 국민은행에서 대출 받은 기업 고객이 자금 조달을 원하면 KB증권을 연결해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게 하는 식이다. 

      지난해 1월 국민은행은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IB사업본부 안에 기존의 투자금융부, 구조화금융부 외 인프라금융부를 추가 신설한 것. 

      NH농협 역시 투자은행 경험이 풍부한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자사운용이 투자상품을 만들면 은행과 생명, 상호금융(중앙회)이 직접 투자에 참여하거나 투자자를 유치하는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를 키운다는 방침이다.


      은행  ·  증권사  ·  자산운용  등 … 자회사끼리 뭉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업무로 자기자본을 늘린다 해도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기업대출 규모에 비하면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또한 국민은행은 KB증권, 손해보험, 신용카드사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투자는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지주사를 중심으로 각 자회사의 협업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한국투자증권과 직접적인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우리은행과 협업이 가능하다. 장충식 우리은행 팀장은 “증권사와 파이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초대형 IB의 등장으로 기존 은행권 CIB 시장이 오히려 활성화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든다. 저금리일 때는 기업들이 자기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점 금리가 올라가면 어쩔 수 없이 금융기관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우리은행은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체제가 아니지만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과점주주사와 협업을 통해 비은행 시너지 효과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글로벌투자금융(GIB) 조직에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고 최근 출범한 자회사인 신한리츠운용을 통해 국내외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앞서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의 IB 조직을 한데 모은 CIB 조직에 신한생명과 신한캐피탈의 IB 인력까지 추가해 그룹 전체 투자업무를 총괄하는 GIB 조직을 만들었다. 또한 내년부터는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내부 인력을 키워 초대형 IB 못지않은 ‘신한 IB’를 만든다는 목표다. 

      하나금융그룹도 기존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 인력만으로 구성된 그룹 내 IB사업단을 꾸렸다. 향후 이 조직은 은행 내 신탁 조직은 물론 하나자산운용, 하나생명, 하나캐피탈 등 전 계열사 IB 기능까지 합쳐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