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4

2017.09.06

마감有感

버핏의 수난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9-01 14:4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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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은 주식투자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이른바 ‘가치투자’의 신봉자다. 기업의 가치와 성장 속도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해 50여 년 동안 연평균 20%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2000년대 초반 성장성만 높고 실적은 없는 인터넷 주식 광풍이 불 때도 그는 가치투자의 원칙을 버리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버핏처럼 우량주 위주의 가치투자를 통해 400억 원을 벌었다는 박철상 씨에게 ‘청년 버핏’이란 별명이 붙었다. 투자 방식은 물론 기부에 열심인 점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의 거짓은 가치투자로 단기간에 400억 원을 벌 수 없다는 의문을 가진 이들의 집요한 계좌 공개 요구로 탄로 났다. 박씨는 수익이 실제로는 26억 원이라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1억~3억 원가량일 것이라며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엔 ‘유정 버핏’이 화제다.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1년 반 만에 주식투자로 10억 원 넘게 벌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붙은 별명이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미래컴퍼니 주식을 사들여 5억여 원을 벌었고, 2013년 비상장주식 내츄럴엔도텍을 매입한 뒤 그해 10월 상장되자 2015년 매도해 역시 5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주식을 좀 해본 직장인은 알겠지만, 이 후보자처럼 주가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타이밍을 딱딱 맞춰 매매하기란 정말 어렵다. 특히 변호사가 주식투자 공부를 ‘투잡’ 수준으로 하지 않으면 이런 변방의 주식이 있다는 것조차 알기 힘들다. 물론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내츄럴엔도텍 사건을 수임했다고 해서 ‘내부정보를 이용했네’ ‘주식 투기네’라고 성급히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러나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출신으로 여성과 약자를 응원한다던 변호사가 단기간에 주식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렸다는 게 씁쓸할 따름이다.
     
    분명한 건 이 후보자가 버핏과는 딴판인 투자자라는 것이다. 굉장히 공격적이고 모험적 성향이라 버핏의 가치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유정 버핏’은 적절치 않다. 버핏이란 이름이 한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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