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2012.01.09

수년간 어떤 성향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2-01-06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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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노무현 정부 동안 햇볕정책을 과도하게 수용했다는 보수층의 비난을 받아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은 지난 6개월간 주요 인사와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으로 일한 원세훈 원장은 국정원을 정책생산기관이 아니라 정보 및 안보기관으로 돌려놓으라는 청와대의 명확한 지침을 받았다. 이번 사이버공격 사건 이전부터 많은 비판자는 국정원이 이러한 새 지침을 (특히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중앙정보부의 험악했던 옛 시절로 돌아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한 최근 들어 국정원이 북한 위협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과장한다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남북대화 교착(특히 개성공단에서 열린 최근의 접촉)의 진짜 이유가 남측의 지나치게 강경한 대북정책 때문이라는 북측 주장은 국정원의 이러한 오도된 주장으로 인해 현 정부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이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길게 인용한 문구는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09년 7월 10일자 주한 미국대사관의 전문입니다. ‘사이버 공격 - 국정원의 설익은 북한 비난’이라는 제목의 이 전문은 그해 7월 7일 청와대와 국방부 등을 상대로 이뤄진 디도스 공격에 대해 국정원이 제기한 ‘북한 배후설’을 다루고 있습니다. 작성자인 대사관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이버 공격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합니다. 앞서 인용한 문구는 이 전문 결론 부분인 ‘논평(comment)’ 항목 전체입니다.

    수년간 어떤 성향
    어느새 한풀 꺾인 분위기입니다만, 김정일 사망 이후 정보기관의 무능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습니다. 문제의 전문은 미국 측 역시 최근 수년간 원세훈 국정원이 드러낸 어떤 ‘성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중앙정보부의 험악했던 옛 시절(the old bad days of the KCIA)’이나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과장(the NIS overstated the threat for its own political gain)’ 같은 문구는 아무리 본국에 보내는 기밀전문이라 해도 현지 주재 외교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표현 수위가 높습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서울도, 워싱턴도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통령만 몰랐던 거겠지요. 쏟아진 비판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온 청와대가 미국 측의 이러한 속내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할지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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