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2012.01.02

북한을 읽는 사람들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12-01-02 09: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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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죽고 두 번의 마감을 끝내면서, 문득 무섭다고 느끼는 것은 ‘시간의 힘’입니다. 그간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 전문가들이 그의 유고와 이후 상황 전개에 대한 예측 및 분석을 축적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2006년 북한 핵실험 직후 ‘신동아’에 다양한 전문가들의 시나리오를 실은 적이 있는데, 무려 5년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의 분석 상당수는 실제로 일이 벌어진 지금 살펴봐도 고스란히 유효합니다.

    특히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상황수습과 권력승계의 다리 구실을 할 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분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습니다(필명으로 글을 쓴 그의 신분을 아직도 밝힐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 수년의 인사변동을 후계체제 준비작업의 맥락에서 해석해온 분석들도 장의위원회 명단과 영결식장에서 드러난 권력지도와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습니다. 북한 내부사정에 관해 이처럼 깔끔하게 명중한 경우는,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많은 이가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공식발표 이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합니다. 저 역시 정보기관의 무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그간 충분히 쌓아놓은 예측과 분석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누군가 공연한 공포감 조성이나 극단적 가정으로 비판했을지 모를 많은 시도 덕분에 오늘날 한국 사회가 비교적 수월하게 상황을 타넘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훨씬 강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테고, 경제는 더 많은 불안정성에 휘둘려 끙끙댔을 겁니다.

    북한을 읽는 사람들
    흔히 북한을 예측 못할 집단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폐쇄적인 집단도 꾸준히 관찰하고 읽어내면 특정 패턴이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입니다. ‘북한 문제의 국제화’라는 명분으로 평양의 디테일을 해석하는 데 무심했던 현 정부의 일부 정책결정자나 ‘북한 들여다보기’를 철 지난 유행처럼 취급했던 이들에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긴 시간 묵묵히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을 쳐다보며 사진 한 장의 의미와 행간을 읽어내온 숨은 전문가들에게 새삼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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