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2011.11.21

자기를 버려야 산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11-11-18 18: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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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이 물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낙엽이 흩날립니다. 입동(立冬)이 지나면 나무는 어김없이 걸치고 있던 잎을 하나 둘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월동 준비에 들어갑니다.

    낙엽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영어 단어 forget이 떠오릅니다. ‘잊다’라는 뜻으로 익숙한 forget은 단어를 분철해보면 for+get으로 이뤄졌습니다. ‘얻으려면 잊어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여권에선 ‘쇄신’ 요구가, 야권에선 ‘통합’ 논의가 한창입니다. 그렇지만 여야 정치권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크게 성공하진 못한 모양새죠. 다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재산 사회 환원 소식은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대권을 향한 ‘꼼수’이든, ‘진정성’이 담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든 외견상으로 안 원장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민심을 얻은 듯합니다.

    그런데 여권의 쇄신 요구와 야권의 통합 논의는 왜 안 원장의 경우처럼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걸까요. 혹 국민의 귀에는 정치권의 쇄신과 통합 주장이 처서가 지나 울기 시작하는 귀뚜라미 소리쯤으로밖에 들리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때가 돼서 제 살려고 목소리를 내는 ‘꼼수’로 여겨지는 것이죠.

    자기를 버려야 산다
    쇄신이나 통합 같은 구두선(口頭禪)만으로 국민 신뢰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등 돌린 민심을 되찾고 싸늘해진 민심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면 쇄신을 입에 올리기에 앞서 스스로 몸을 던져 더 치열하게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때야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또 통합을 주장하기에 앞서 먼저 제 몫을 덜어내는 희생을 감내해야 합니다. 자신보다 남이 먼저 바뀌길 요구하고, 제 밥그릇은 그대로 둔 채 남의 밥그릇이나 빼앗아 합치려 해서는 결코 국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는 실천 없이 신록을 뽐낼 수 없는 것처럼, 자기희생과 헌신 없는 쇄신 요구와 통합 주장은 국민에게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낙엽을 보며, 여야 정치권에게 ‘버려서 다시 사는 지혜’를 곱씹어볼 것을 권합니다. 그래야 내년 4월 총선 이후 신록이 물들 때쯤 가슴에 달린 금배지를 한 번 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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