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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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게임인가 파워 게임인가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5-06-16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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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게임인가 파워 게임인가
    러브 게임인가 파워 게임인가
    포스터와 예고편만 본다면 ‘연애의 목적’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처럼 충분히 일반화할 수 있는, 이성애자 커플의 밀고 당기는 연애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인다. 제목 역시 마찬가지. ‘연애의 목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영화라면, 마땅히 우리에게 공감과 보편적인 연애의 파워 게임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연애의 목적’은 그런 기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의식적으로 저버린다. 이 영화는 안전한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관객들이 등장 인물들에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편한 연애 영화도 아니다. ‘연애의 목적’이라는 제목도 관객들을 오도(?)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여기에 대해 특별한 해답을 얻은 사람들은 없을 테니.

    영화는 두 고등학교 교사의 로맨스처럼 시작한다. 모 고등학교의 영어 교사인 이유림은 교생 최홍에게 접근한다. 최홍에게 남자친구가 있고, 자기 역시 6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최홍은 영화 중간까지 소극적으로 방어만 하는데, 중반 이후 관객들은 이 캐릭터에게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므로 밝히지 않겠지만 멜로드라마 장르에서 이른바 ‘사랑에 소극적인 여자’들에게 나눠주는 기성품 핑계라는 건 알려줘도 될 듯하다.

    이 정도면 다소 괴팍한 연애 영화의 줄거리가 될 법한데, 그게 보기만큼 만만치가 않다. 일단 이유림은 단순히 귀찮은 괴짜가 아니라, 작정하고 접근하는 성추행범이고 성희롱범이다. 이유림이 학교 안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을 요약 정리하면, 직장 내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한 비디오 가이드 하나가 만들어진다.

    러브 게임인가 파워 게임인가
    이유림의 행동은 지나치게 솔직한 남자의 사랑 고백이 아니라, 상대보다 조금 높은 위치를 이용한 착취다.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연애의 목적’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두 주인공의 성적 긴장감이 넘치는 파워 게임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한 수준의 독기를 품고 있으며, 그 독기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에는 없는 독특한 맛을 이 영화에 부여한다. 결코 자기합리화를 시도하지 않는 박해일과 강혜정의 연기도 좋고.

    문제는 독기가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다.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인 감상을 말하라고 한다면, 난 이 이야기를 결코 편한 오락용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겠다. 몇 가지 이유로 난 이유림의 캐릭터가 (박해일의 개인적 매력이나 연기를 제외한다면) 희귀한 괴짜로 밀어붙일 수 있는 괴물이 아니라, 충분히 일반화할 수 있는 하나의 타입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어떤 사람들에겐 이유림 같은 작자들이 단순한 감상용 예술품이 아니라, 역겨움을 참으며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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