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아침, 동료 칼럼니스트와 함께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날 저녁 ‘국가대극원’에서 진행될 베르디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공연을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 공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스페인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를 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한때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더불어 ‘스리 테너(The Three Tenors)’로 불리던 도밍고는 2007년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전향했다. 테너는 대개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무거워져 더는 기존 배역을 소화할 수 없게 되면 은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도밍고는 다른 선택을 했고 리골레토, 포스카리, 제르몽, 루나 백작, 나부코 등 베르디 오페라의 주요 바리톤 배역에 차례로 도전해 성공을 거둠으로써 ‘테너와 바리톤 사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밍고는 과거 테너 시절 이미 드물게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페라를 두루 섭렵하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바 있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놀라운 경력을 추가함으로써 전무후무한 업적을 쌓은 위대한 가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그 위대한 행보의 시발점이었고, 더구나 이번 국가대극원 공연은 호주 출신 연출가 일라이자 모신스키가 무대를,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를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밍고는 역시 관록의 가창과 연기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비록 음성에 탄력이 떨어져 리듬 처리에는 애를 먹었지만, 음색은 예상보다 생생했고 표현은 더욱 노련해져 있었다. 특히 1막2장의 유명한 대회의실 장면에서 펼쳐 보인 감동적인 ‘시몬의 연설’은 명불허전이었다.
모신스키의 연출도 놀라웠다. 중국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자본 및 물량을 아낌없이 투입한 무대는 웅장하고 정교한 세트와 아름답고 절묘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출연자들의 의상도 화려함과 세밀함의 극치를 달렸다.
극장 전속 오케스트라도 선전했다. 1부에서는 연주가 다소 산만했지만, 극적 포인트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끈기 있게 앙상블을 다지며 이끌어간 정명훈의 노련한 리드 덕에 2부에서는 제법 견실하고 임팩트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아직 앙상블의 체계가 덜 잡혀서 그렇지, 단원 개개인의 기량은 충실해 보이는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춘 지휘자를 만나면 금세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 지휘자가 정명훈은 아니기를 바란다. 요즘 같아선 그를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한편 중국 공연장의 객석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상당히 어수선했다. 기침소리, 휴대전화 벨소리는 기본이고 잡담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공연 도중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번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베이징까지 가서 오페라 공연을 보라고 추천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국가대극원에는 꼭 한 번쯤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한때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더불어 ‘스리 테너(The Three Tenors)’로 불리던 도밍고는 2007년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전향했다. 테너는 대개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가 무거워져 더는 기존 배역을 소화할 수 없게 되면 은퇴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도밍고는 다른 선택을 했고 리골레토, 포스카리, 제르몽, 루나 백작, 나부코 등 베르디 오페라의 주요 바리톤 배역에 차례로 도전해 성공을 거둠으로써 ‘테너와 바리톤 사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밍고는 과거 테너 시절 이미 드물게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오페라를 두루 섭렵하며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바 있다. 그리고 노년에 이르러 놀라운 경력을 추가함으로써 전무후무한 업적을 쌓은 위대한 가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시몬 보카네그라’는 그 위대한 행보의 시발점이었고, 더구나 이번 국가대극원 공연은 호주 출신 연출가 일라이자 모신스키가 무대를,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를 맡아 더욱 화제를 모았다.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밍고는 역시 관록의 가창과 연기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비록 음성에 탄력이 떨어져 리듬 처리에는 애를 먹었지만, 음색은 예상보다 생생했고 표현은 더욱 노련해져 있었다. 특히 1막2장의 유명한 대회의실 장면에서 펼쳐 보인 감동적인 ‘시몬의 연설’은 명불허전이었다.
모신스키의 연출도 놀라웠다. 중국 정부의 후원에 힘입어 자본 및 물량을 아낌없이 투입한 무대는 웅장하고 정교한 세트와 아름답고 절묘한 컴퓨터그래픽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출연자들의 의상도 화려함과 세밀함의 극치를 달렸다.
극장 전속 오케스트라도 선전했다. 1부에서는 연주가 다소 산만했지만, 극적 포인트에 대한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끈기 있게 앙상블을 다지며 이끌어간 정명훈의 노련한 리드 덕에 2부에서는 제법 견실하고 임팩트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아직 앙상블의 체계가 덜 잡혀서 그렇지, 단원 개개인의 기량은 충실해 보이는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춘 지휘자를 만나면 금세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만 그 지휘자가 정명훈은 아니기를 바란다. 요즘 같아선 그를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한편 중국 공연장의 객석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상당히 어수선했다. 기침소리, 휴대전화 벨소리는 기본이고 잡담소리도 심심찮게 들렸다. 공연 도중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번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베이징까지 가서 오페라 공연을 보라고 추천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국가대극원에는 꼭 한 번쯤 가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도록 하겠다.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왼쪽). ‘스리 테너’ 가운데 한 명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관록의 가창과 연기로 국가대극원 무대를 휘어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