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메콩강 유역의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5개국.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해 윈난(雲南)성과 이들 5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간다. 총길이 4880km, 유역 면적 81만km2로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강이지만, 이들 5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이 지역이 동아시아 패권을 차지하는 데 필요한 전략 요충지이기 때문. 더욱이 이들 5개국은 브릭스(BRICS)에 이어 신흥경제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메콩강 유역 5개국은 중국에 이어 글로벌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풍부한 노동력이 최대 장점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임금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까닭에 이들 나라의 낮은 임금은 한층 더 매력적이다. 노동의 질도 우수하다.
인도차이나반도는 메콩강과 더불어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일종의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는 데다 육상과 해상교통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제조업에 필요한 천연자원도 충분히 매장돼 있다.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도 있다. 지금 당장은 구매력이 낮지만 경제성장률이 높은 만큼 장차 세계 경제의 주요 소비시장으로 떠오를 개연성이 높다.
이들 5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교역 증가와 외국인 투자 확대 등으로 연평균 6%대 경제성장률을 보여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들 국가의 1인당 GDP가 2017년 3500달러(약 397만 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개국 인구를 모두 합하면 2015년 현재 2억3500만 명. 2020년에는 2억43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 기업들도 진출 러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월 4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일본-메콩강 유역 5개국 정상회의를 갖고 앞으로 3년간 7500억 엔(약 6조9000억 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로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메콩강 유역을 선점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중국은 올 연말 출범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메콩강 유역을 비롯해 동남아 각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간 홍콩과 대만, 마카오, 동남아 지역을 하나로 묶어 ‘대중화(大中華)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에 맞서 일본도 이른바 ‘대동아(大東亞)경제권’을 만들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대동아란 동아시아에 동남아를 추가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동아시아와 동남아를 침략하면서 사용했다. 메콩강 유역의 5개국 역시 과거 일본이 점령했던 지역이다. 아베 총리는 5월 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에 1100억 달러(약 120조8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세기에는 총칼로 이 지역을 점령했다면 이제는 돈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내다.
일본의 두 번째 의도는 이 지역을 새로운 수출과 생산기지로 만들어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이 지역으로 대거 공장을 옮기고 있다. 미쓰비시, 마루베니, 스미토모 상사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은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인근에 티라와 공업단지와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에 공업단지 등을 대대적으로 신설 또는 증설하고 있다. 히타치 제작소도 내년까지 미얀마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정보기술(IT) 연구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말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총 205개로, 2011년 군부에서 민간정부로 정권이 이양된 후 3년 만에 4배로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정부에 260억 엔(약 2415억 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고, 베트남 노이바이 국제공항(하노이 공항) 터미널과 고속도로 건설 등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도 일본 기업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4월엔 메콩강을 횡단하는 캄보디아의 최대 교량 쓰바사 다리가 일본의 ODA 자금으로 완공돼 개통되기도 했다.
일본은 또 태국, 미얀마와 공동으로 동남아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가 될 다웨이 경제특별구역(SEZ·특구)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7월 5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다웨이 특구 개발 의향서를 체결했다. 총면적 2억㎡(약 6060만 평)인 다웨이 특구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진 미얀마 서남쪽 인도양 해안 지역에 조성된다. 이 특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인도 등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손쉽게 운송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웨이 특구 조성에 8000억 엔(약 7조4000억 원)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웨이 특구는 앞으로 태국에 진출한 1600여 개 일본 기업의 판로 확대와 물류비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또 다웨이 특구와 태국 국경을 잇는 130km의 도로도 정비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 도로가 갖춰지면 동남아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육로가 탄생한다. 현재 태국에서 인도양 방면으로 향하는 물자는 주로 해로인 믈라카 해협을 거친다. 도로가 정비되면 운송시간은 크게 단축될 수밖에 없다.
치열해지는 주도권 경쟁
메콩강 유역 5개국 가운데 일본이 가장 신경 쓰는 대상은 이들 나라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 태국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짠오차 총리를 일본에 두 차례나 초청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그 덕분일까. 일본은 5월 태국 북서부 치앙마이와 수도 방콕을 연결하는 총길이 670km 고속철 공사를 수주했다. 일본은 이 구간에 자국 고속철인 신칸센을 도입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4300억 바트(약 14조3000억 원)로 일본이 기술과 건설자금을 모두 지원한다.
안보 협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이 자국 바다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일본이 적극 개입하려는 것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다. 물론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일본이 이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할수록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메콩강 유역 5개국은 중국에 이어 글로벌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무엇보다 풍부한 노동력이 최대 장점이다. 더욱 중요한 포인트는 임금이 낮다는 것이다. 중국의 임금 수준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까닭에 이들 나라의 낮은 임금은 한층 더 매력적이다. 노동의 질도 우수하다.
인도차이나반도는 메콩강과 더불어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일종의 허브 기능을 할 수 있는 데다 육상과 해상교통로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제조업에 필요한 천연자원도 충분히 매장돼 있다.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도 있다. 지금 당장은 구매력이 낮지만 경제성장률이 높은 만큼 장차 세계 경제의 주요 소비시장으로 떠오를 개연성이 높다.
이들 5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교역 증가와 외국인 투자 확대 등으로 연평균 6%대 경제성장률을 보여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들 국가의 1인당 GDP가 2017년 3500달러(약 397만 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개국 인구를 모두 합하면 2015년 현재 2억3500만 명. 2020년에는 2억43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대표 기업들도 진출 러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월 4일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일본-메콩강 유역 5개국 정상회의를 갖고 앞으로 3년간 7500억 엔(약 6조9000억 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로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메콩강 유역을 선점하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게 그 첫 번째다. 중국은 올 연말 출범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메콩강 유역을 비롯해 동남아 각국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간 홍콩과 대만, 마카오, 동남아 지역을 하나로 묶어 ‘대중화(大中華)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에 맞서 일본도 이른바 ‘대동아(大東亞)경제권’을 만들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다. 대동아란 동아시아에 동남아를 추가한 지역을 가리키는 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동아시아와 동남아를 침략하면서 사용했다. 메콩강 유역의 5개국 역시 과거 일본이 점령했던 지역이다. 아베 총리는 5월 일본 정부가 향후 5년간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에 1100억 달러(약 120조8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세기에는 총칼로 이 지역을 점령했다면 이제는 돈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내다.
일본의 두 번째 의도는 이 지역을 새로운 수출과 생산기지로 만들어 경제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은 최근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이 지역으로 대거 공장을 옮기고 있다. 미쓰비시, 마루베니, 스미토모 상사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은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인근에 티라와 공업단지와 베트남 수도 하노이 인근에 공업단지 등을 대대적으로 신설 또는 증설하고 있다. 히타치 제작소도 내년까지 미얀마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정보기술(IT) 연구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말 미얀마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총 205개로, 2011년 군부에서 민간정부로 정권이 이양된 후 3년 만에 4배로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얀마 정부에 260억 엔(약 2415억 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고, 베트남 노이바이 국제공항(하노이 공항) 터미널과 고속도로 건설 등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도 일본 기업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4월엔 메콩강을 횡단하는 캄보디아의 최대 교량 쓰바사 다리가 일본의 ODA 자금으로 완공돼 개통되기도 했다.
일본은 또 태국, 미얀마와 공동으로 동남아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가 될 다웨이 경제특별구역(SEZ·특구)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7월 5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다웨이 특구 개발 의향서를 체결했다. 총면적 2억㎡(약 6060만 평)인 다웨이 특구는 태국 수도 방콕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진 미얀마 서남쪽 인도양 해안 지역에 조성된다. 이 특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인도 등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손쉽게 운송될 수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웨이 특구 조성에 8000억 엔(약 7조4000억 원)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웨이 특구는 앞으로 태국에 진출한 1600여 개 일본 기업의 판로 확대와 물류비 절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또 다웨이 특구와 태국 국경을 잇는 130km의 도로도 정비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 도로가 갖춰지면 동남아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육로가 탄생한다. 현재 태국에서 인도양 방면으로 향하는 물자는 주로 해로인 믈라카 해협을 거친다. 도로가 정비되면 운송시간은 크게 단축될 수밖에 없다.
치열해지는 주도권 경쟁
메콩강 유역 5개국 가운데 일본이 가장 신경 쓰는 대상은 이들 나라의 구심점 노릇을 하는 태국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5월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짠오차 총리를 일본에 두 차례나 초청하는 등 극진하게 예우했다. 그 덕분일까. 일본은 5월 태국 북서부 치앙마이와 수도 방콕을 연결하는 총길이 670km 고속철 공사를 수주했다. 일본은 이 구간에 자국 고속철인 신칸센을 도입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4300억 바트(약 14조3000억 원)로 일본이 기술과 건설자금을 모두 지원한다.
안보 협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이 자국 바다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에 일본이 적극 개입하려는 것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를 고려해서다. 물론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중국 측 반응은 날카롭기 짝이 없다. 일본이 이 지역 진출에 박차를 가할수록 중국과의 주도권 경쟁 역시 치열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