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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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 세계 1위 신약 개발 성적은…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빛 좋은 개살구’ 안 되려면 BT 핵심 역량 길러야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5-07-13 13: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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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시험 세계 1위 신약 개발 성적은…
    직장인 김영철(가명) 씨는 6월 말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고지혈증 치료제 임상시험에 참여하세요’라고 적힌 광고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막 신문에서 ‘고혈압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광고를 보고 눈을 든 참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상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요즘엔 어디를 가나 관련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지난해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해 유난히 그런 내용이 잘 보이는 건지, 아니면 실제로 임상시험 시행 건수가 늘어난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

    정답을 말하자면 후자에 가깝다. 서울은 2014년 한 해 동안 세계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시행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운영하는 세계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https://clinicaltrials.gov) 자료를 재단법인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임상시험 점유율(1.06)은 미국 휴스턴(0.91), 뉴욕(0.81), 영국 런던(0.79) 등 해외 다른 도시를 앞서는 세계 1위였다. 정부가 다국가 임상시험을 허용한 2000년 당시 33건에 불과하던 우리나라 임상시험 승인 건수도 지난해 652건으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임상시험은 신약의 안전성과 효과 등을 인간을 대상으로 검증하는 시험연구를 가리키는 말(상자기사1 참조). 그동안 제약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시행되던 임상시험이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역시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를 재단법인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중국, 대만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의 임상시험 점유율은 2006년부터 2012년 사이 127%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의 점유율은 5%, 미국은 2.4% 감소했다.

    임상시험이란…

    자원자 대상으로 1상부터 4상까지




    신약 개발은 크게 약물 발굴,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인허가 등 4단계로 구성된다. 약품에 사용할 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전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 뒤 실시하는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다.

    일반적인 임상시험은 다시 1상부터 4상까지 4단계로 나누는데, 1상은 주로 건강한 성인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는 △1상 임상의 주요 목적이 약물의 안전성 평가이고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효과가 불분명한 약물을 시험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임상시험 중 이상 반응이 생길 경우 건강한 성인 자원자가 이에 대응할 능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추론 등에 기인한다.

    임상시험 2상은 1상을 통해 안정성이 확인된 약물을 환자에게 투입해 적정 용량과 약의 효과 등을 평가하는 단계다. 3상 임상시험은 신약과 기존 치료제를 비교해 신약의 유용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를 신약군과 표준치료군(비교군)에 무작위로 배정한 뒤 결과를 비교하는 게 보통이다. 임상시험을 3상까지 통과해 안전성과 유효성, 유용성 등이 인정되면 제품 출시가 가능하다. 이후 진행하는 4상 임상시험은 ‘시판 후 조사’로, 약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살피는 방식이다.

    임상시험은 이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혹은 실험이다 보니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수형자나 포로, 빈민 등 취약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주로 피험자가 됐다. 하지만 1964년 ‘헬싱키선언’을 통해 피험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면서 변화가 시작됐고, 최근에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 등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


    지역임상시험센터 선정 후 가파른 상승세

    지난해를 기준으로 할 때 여전히 세계 임상시험 점유율 1위는 미국이지만 우리나라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9위, 중국이 11위에 올랐다. 2000년부터 2015년 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누적 임상시험 건수는 5930건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건수가 크게 늘어난 배경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04년 시작된 지역임상시험센터 선정 사업이 결정적인 계기로 꼽힌다. 당시 정부는 전국 15개 병원에 각각 40억 원씩 모두 600억 원을 지원해 전국적인 임상시험 인프라를 구축했다.

    △2004년 서울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2005년 연세대의료원, 전남대병원, 아주대의료원, 경북대병원 △2006년 가톨릭중앙의료원, 전북대병원, 서울아산병원 △2008년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충남대병원 △2009년 고려대안암병원, 동아대병원 △2010년 부산대병원 등이 지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서울대병원(240건, 8.4%), 삼성서울병원(214건, 7.5%), 서울아산병원(194건, 6.8%), 연세대 의과대학 신촌세브란스병원(192건, 6.7%),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136건, 4.7%) 등 5개 병원은 2014년 현재 국내 임상시험의 34%를 점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인 임상시험 인프라가 구축된 뒤부터 국내 임상시험 승인 건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다.

    정부가 대형병원에 임상시험센터 설립을 지원한 배경에는 임상시험이 신약 개발의 필수 단계라는 계산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했던 한 대학교수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정부 내에는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때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 바이오기술(BT)이다. 특히 혁신적인 신약을 정보기술(IT)의 뒤를 잇는 차세대 먹을거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약 개발의 길목에 있는 게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이쪽에 정책 지원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정부는 2007년 국가임상시험사업단(현 재단법인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을 발족해 임상시험 수행에 필요한 의료 인력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2011년 ‘세계 5위의 임상선도국가 진입’을 목표로 한 ‘임상미래창조2020 기획단’을 구성했으며, 2012년 ‘임상시험 글로벌선도센터’ 사업을 시작하는 등 관련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고가영 보건산업정보통계센터 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 제약 CRO 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 유치에 우위를 차지하게 된 이유’를 분석하며 그 배경으로 ‘세금 우대와 빠른 허가·승인 제도’ 등을 꼽았다. 정책적 지원이 아시아 국가의 임상시험 산업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힌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고 연구원은 ‘임상 참가자 모집의 용이성, 우수한 연구인력, 저렴한 인건비’ 등도 글로벌 제약사가 느끼는 아시아 국가의 ‘매력’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특히 한국이 부각되는 이유에 대해 중국과 인도 등은 우리나라에 비해 의료 수준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일본은 관련 규제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일자리 13만 개 생긴다” 제약사 큰소리

    이러한 임상시험의 확대는 병원 수익 증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측면에서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상시험을 수행하려면 연구간호사, 모니터 전문가, 임상약리학자 등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2012년 한 연구소는 ‘제약산업이 매출 10조 원을 달성할 때마다 일자리 13만 개가 생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또 임상시험은 국내 병원에 좋은 수익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연구센터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하대병원 임상시험센터는 2010년 157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51억1600만 원의 수익을 냈다.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간호사는 이에 대해 “요즘 병원 사이의 경쟁이 워낙 치열한 데다 건강보험 수가가 왜곡돼 있어 대형병원이라 해도 일반적인 의료행위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런데 임상시험을 하면 참여 의료진의 용역비를 글로벌 제약사가 부담하고 임상시험에 사용하는 약품도 제공한다. 병원은 임상시험 피험자의 진료비도 받을 수 있어 경영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관건은 여러 정책적 지원을 통해 성장한 임상시험 산업이 이러한 차원을 넘어 국내 BT 발전과도 연결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발전한 임상시험 인프라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주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상당수 임상시험에서 우리나라 연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크게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과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으로 구별된다. 전자는 약품 인허가와 판매 등 영리목적으로 진행되는 반면, 후자는 학술적 의미가 크다.

    2009년 유방암 진단을 박은경(가명) 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마치고, 예정된 방사선 치료를 끝낼 무렵 주치의로부터 임상시험 참여를 제안받았다. 종양조직을 제거한 뒤에도 암세포가 일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절반은 항암제를 먹게 하고 절반은 항암제를 먹지 않게 한 뒤 암 재발률 차이를 보는 임상시험이었다. 이에 참여한 박씨는 무작위 배정 결과 항암제를 복용하지 않는 그룹에 배정돼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임상시험이 반복되면 의사들은 박씨 같은 환자에게 추가로 항암제를 처방하지 않게 된다. 새로운 암치료법을 찾는 데 유용한 임상시험인 셈이다. 그러나 제약사 처지에서 보면 오히려 약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시험은 연구자가 주도하지 않는 한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의사는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연구자다. 의사가 임상시험을 주도하면 서로 다른 항암제의 효능을 비교해 좀 더 우월한 것을 찾아내거나, 기존 약물을 혼합해 새로운 처방을 시도해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혁신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연구자가 임상을 주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환경”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국내 임상시험 652건 가운데 505건(약 77%)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 자료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 등록된 임상시험 가운데 제약사가 주도한 시험 비율은 약 63%이다.

    임상시험 세계 1위 신약 개발 성적은…
    제약선진국 공약 실현 멀어

    이에 대해 신채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사는 “외국의 경우 국가의 의료수준을 향상시키고 국민에게 더욱 효과적인 의료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구자 주도의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한다. 미국은 이 분야에 지난해 보건의료 연구개발(R·D)비의 10%인 33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지원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도 연구자가 직접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이라도 진행 단계에 국내 인력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임상시험 성장을 글로벌 제약사와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CRO는 제약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을 설계, 컨설팅, 모니터링하고 데이터 관리, 허가 등도 대행하는 업체를 뜻한다. ‘글로벌제약 CRO 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CRO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 제약업계의 R·D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신약 개발 성공률이 감소하자 글로벌 제약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당시 해고된 인력이 아웃소싱 업체를 세우면서 새로운 산업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제약사의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및 통계분석 등의 서비스를 담당하던 CRO는 점차 영역을 확대해 최근에는 약물 발굴, 임상시험 인허가, 상품화에 이르는 전 단계를 수행한다. 임상시험을 후원하는 제약사와 이를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의료기관 사이의 가교 구실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2개에 불과하던 국내 활동 글로벌 CRO는 현재 약 20개 수준으로 늘었다.

    글로벌 CRO의 증가는 우리나라에서 다국적 제약사가 주도하는 임상시험이 증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을 가장 많이 승인받은 기관은 글로벌 CRO 퀸타일즈트랜스내셔널코리아㈜였다. 이 외에도 피피디디벨럽먼트피티이엘티디, 파머수티컬리서치어소시에이츠코리아 등의 CRO가 공동 8위로 임상시험 승인 상위 10위 기관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영작 한국임상CRO협회장은 “이처럼 글로벌 CRO가 임상시험의 전 과정을 주도할 경우 우리나라에는 어떤 노하우도 남지 않는다. 국내 임상시험 산업의 성장이 신약 개발로 이어지게 하려면 국내 CRO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상자기사2 참조).

    ‘2017년까지 세계 10대 제약 강국 도약, 글로벌 신약 4개 개발, 수출 11조 원 달성.’

    정부가 2013년 7월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내놓은 청사진이다. 꼭 2년이 흘렀고, 2년이 남았다. 막 반환점을 돈 지금 정부의 ‘제약선진국’ 공약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우리나라가 임상시험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해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 많은 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뷰 | 이영작 한국임상CRO협회장

    “지금 한국은 조립공장, 바이오산업 선도하려면 핵심 기술 길러야”


    임상시험 세계 1위 신약 개발 성적은…
    이영작(73·사진)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는 요즘 각종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정치평론가로 명성을 얻고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만년 야당 정치인이던 김대중 당시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한 선거 전략가이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에 대해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통계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일해온 통계 전문가’라는 설명이 따라다녔다.

    그런 그가 5월 설립된 한국임상CRO협회 회장을 맡았다. 알고 보니 그는 NIH 근무 시절부터 임상시험 기획과 설계관리를 했고, 2000년 귀국 후에도 줄곧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을 설립, 운영해온 관련 분야 베테랑이다. 통계와 의약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내외 임상시험을 수행해왔다. 그는 “최근 한국 임상시험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관련 시장이 커졌지만, 국내 CRO들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CRO가 성장해야 한국 임상시험과 제약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협회를 구성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제약사의 임상시험은 대부분 글로벌 CRO가 맡아 하고 있다. 20개 안팎으로 알려진 국내 CRO가 국내 제약사가 주도하는 일부 임상시험을 놓고 경쟁을 벌이면서 가격 덤핑과 질 하락 등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이 배경에는 국내 CRO에 대한 제약사들의 불신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4년 발표한 ‘의약품 연구개발 수탁전문기업 활성화를 위한 전략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27개 제약사는 대부분 임상시험 위탁업체로 글로벌 CRO를 선호했고, 그 이유로 해외 인허가 성공 경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 등을 들었다. 반면 한국 CRO에 대해서는 경험 부족으로 실패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국내 CRO에도 우수한 인재가 많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가진 곳도 많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국내 CRO와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해 동반 성장하려는 자세를 갖는 게 오히려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글로벌 CRO가 파트너가 될 경우, 커뮤니케이션 등에 취약한 국내 제약사가 주요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고, 신약 개발과 해외 판매 등의 노하우를 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지금 한국 임상시험 산업은 조립공장 수준이다. 우리 제약업계가 신약을 개발해 바이오산업을 선도하려면 핵심 기술을 길러야 하고, 그러려면 한국 CRO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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