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설’(원제 ‘War! What Is It Good For?’: ‘전쟁! 도대체 무엇에 이롭단 말인가’) 한국어판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냉전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이언 모리스는 이 책에서 전쟁의 ‘쓸모 있음’에 대해 말한다. 즉 역사적으로 전쟁은 더 큰 사회를 만들어냈고, 그 사회는 더 강력한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이것이 평화를 가져왔고 번영의 기반이 됐다는 것. 전쟁은 더 크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악의 방법이지만,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파괴적인 무기, 효율적인 전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갖게 될수록 전쟁 비용은 커지고 대가는 줄어든다. 저자는 향후 4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이 외교·경제·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70년 전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배로부터 막 벗어난 한반도로 가보자. 미국과 소련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38선은 1950년 6월 25일 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무너진다. 속수무책으로 후퇴하는 국군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킨 이는 5000 대 1의 도박이라 불린 인천상륙작전을 단행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었다. 리처드 B. 프랭크는 20세기 아메리칸 시저, 미국의 슈퍼 영웅이라는 찬사와 전쟁광,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은 더글러스 맥아더를 재조명했다. 맥아더를 열렬하게 추종하는 이들은 그의 위대한 재능이 파멸적인 단점과 밀접하게 결합되는 지점에서 혼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군인 맥아더와 인간 맥아더의 진짜 모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아메리카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라파엘 움베르토 모레노 두란이 쓴 소설 ‘맘브루’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 병사 7명이 자신의 기억 속 전쟁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콜롬비아 병사에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죠. 전방 아니면 후방. 후방으로 가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전방으로 가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요. 죽든지 살아남든지….” 작가는 말장난처럼 되풀이되는 문장을 통해 영문도 모르고 낯선 나라 전쟁에 휘말린 병사들의 고통을 대변한다.
끝으로 평화 시대에 벌어지는 ‘별들의 전쟁’이다. 군사안보 전문가가 쓴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은 배제, 배신, 반란, 기만, 욕망 같은 키워드로 권력과 진급에 목매는 장교들의 낯 뜨거운 경쟁을 활극처럼 묘사했다. “함장이 폭발 충격으로 실신한 그 시간, 합창의장은 술에 취해 실신했다”(2010년 천안함 사건)에 이르면 전쟁 없는 시대에 군인이 군인다움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것도 전쟁의 쓸모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까.
인문정신으로 동양 예술을 탐하다
주량즈 지음/ 서진희 옮김/ 알마/ 528쪽/ 2만8000원
중국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직관적 관조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의 특성을 토대로 동양예술을 관통하는 10가지 개념을 형신(形神), 동정(動靜), 함축(含蓄), 이소견대(以小見大), 평담(平淡), 허실(虛實), 황한랭적(荒寒冷寂), 조화(調和), 묘오(妙悟), 사의(寫意)로 정리했다. 또 추상적 개념을 ‘향기를 듣다’ ‘춤을 보다’ ‘굽이진 길’ ‘작은 꽃’ ‘마른 나무’ ‘텅 빈 산’ ‘차가운 달’ ‘부드러운 바람’ ‘지혜의 검’ ‘조각배’ 등과 같이 물상화해 설명한 것이 특징.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박지훈 옮김/ 더좋은책/ 368쪽/ 1만5000원
국제정치, 신용평가, 기후변화, 대자연, 대외원조를 이야기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통계와 숫자는 과연 진실만을 말하고 있을까. 정부는 통계를 이용해 세금과 수수료를 걷고, 무디스는 신용평가를 무기로 전 세계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 기후학자들과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서로 다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수치를 들이댄다. 국제정치와 비즈니스의 이면을 꿰뚫는 숫자의 비밀.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문학동네/ 320쪽/ 1만6000원
최근 화제가 됐던 드레스 색깔 논쟁에서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1명의 ‘참수’는 충격적이지만 100명, 1000명의 참수는 ‘지루해지는’ 까닭 등 뇌과학이란 프레임을 통해 비논리적인 사람과 비상식적인 세상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
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
조정육 지음/ 아트북스/ 420쪽/ 2만2000원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책. 부처의 가르침인 ‘법(法)’을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사군자, 병풍화 등 옛 그림을 통해 설명했다. 김홍도가 그린 ‘노승염송도’를 ‘사람 몸 받는 일은 바다 한가운데 눈 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밀어 나무토막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라고 한 ‘잡아함경’(초기 불교 경전)의 가르침과 연결 짓는 식의 독특한 해석에 개인적 체험이 녹아든 미술 에세이.
유시민의 논술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168쪽/ 1만1000원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을 표방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이어 시험용 글쓰기를 잘하는 법이 나왔다. ‘논술’은 경쟁을 통해 당락이나 성패를 가리는 것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 어렵다. 시간, 정보, 방법 등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제시문과 논제를 독해하고 답안을 작성하며 첨삭까지 마칠 수 있을까.
정의는 이긴다
배금자 지음/ 책넝쿨/ 320쪽/ 1만4000원
‘군산 성매매 화재 참사’ 소송에서 국가 배상을 이끌어냈고,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주요 공익소송에 참여해온 저자가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통해 발표해온 칼럼들을 엮은 책. 고결성(integrity)이 중시되는 사회, 인권과 여성권익 디딤돌, 사법정의를 위하여, 담배소송 결국 이길 것 등 4부로 나눠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았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
후지이에 요이치 지음/ 이형 옮김/ 글마당/ 340쪽/ 1만7000원
일본원자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과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원자력을 신이 준 최고 선물이자 문명 이기로 보고, 원자력과 현대문명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용보다 조화’라는 원자력 연구개발 이념에 따라 먼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분석하고 원자력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에너지, 물질, 기술,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기술했다.
하루의 발견
최은숙 지음/ 조선앤북/ 412쪽/ 1만5000원
7월 첫날 무엇을 할까. 만화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만화책 보기. 추천 장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즐거운 작당’. 그다음 날엔? 비 내리는 날 해야 할 50가지 목록 써보기. 세계 30여 개국을 다녀온 저자가 ‘일상 여행가’가 돼 찾아낸 365일 버킷리스트가 담겨 있다. 지금을 기록하는 누드사진 찍기처럼 때론 용기가 필요한 대목도 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냉전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 역시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탠퍼드대 역사학과 교수인 이언 모리스는 이 책에서 전쟁의 ‘쓸모 있음’에 대해 말한다. 즉 역사적으로 전쟁은 더 큰 사회를 만들어냈고, 그 사회는 더 강력한 정부에 의해 통제되며, 이것이 평화를 가져왔고 번영의 기반이 됐다는 것. 전쟁은 더 크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악의 방법이지만, 현재까지 인류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더 파괴적인 무기, 효율적인 전술, 고도로 조직화된 사회를 갖게 될수록 전쟁 비용은 커지고 대가는 줄어든다. 저자는 향후 4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찰국가로서 미국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이 외교·경제·군사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70년 전 일본의 가혹한 식민지배로부터 막 벗어난 한반도로 가보자. 미국과 소련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38선은 1950년 6월 25일 인민군의 기습공격으로 무너진다. 속수무책으로 후퇴하는 국군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킨 이는 5000 대 1의 도박이라 불린 인천상륙작전을 단행한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었다. 리처드 B. 프랭크는 20세기 아메리칸 시저, 미국의 슈퍼 영웅이라는 찬사와 전쟁광, 과대망상증 환자라는 비난을 동시에 받은 더글러스 맥아더를 재조명했다. 맥아더를 열렬하게 추종하는 이들은 그의 위대한 재능이 파멸적인 단점과 밀접하게 결합되는 지점에서 혼란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군인 맥아더와 인간 맥아더의 진짜 모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라틴아메리카 포스트모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라파엘 움베르토 모레노 두란이 쓴 소설 ‘맘브루’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콜롬비아 병사 7명이 자신의 기억 속 전쟁을 들려주는 형식이다. “콜롬비아 병사에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죠. 전방 아니면 후방. 후방으로 가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러나 전방으로 가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요. 죽든지 살아남든지….” 작가는 말장난처럼 되풀이되는 문장을 통해 영문도 모르고 낯선 나라 전쟁에 휘말린 병사들의 고통을 대변한다.
끝으로 평화 시대에 벌어지는 ‘별들의 전쟁’이다. 군사안보 전문가가 쓴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은 배제, 배신, 반란, 기만, 욕망 같은 키워드로 권력과 진급에 목매는 장교들의 낯 뜨거운 경쟁을 활극처럼 묘사했다. “함장이 폭발 충격으로 실신한 그 시간, 합창의장은 술에 취해 실신했다”(2010년 천안함 사건)에 이르면 전쟁 없는 시대에 군인이 군인다움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돌아보게 된다. 이것도 전쟁의 쓸모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까.
인문정신으로 동양 예술을 탐하다
주량즈 지음/ 서진희 옮김/ 알마/ 528쪽/ 2만8000원
중국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직관적 관조를 중시하는 동양사상의 특성을 토대로 동양예술을 관통하는 10가지 개념을 형신(形神), 동정(動靜), 함축(含蓄), 이소견대(以小見大), 평담(平淡), 허실(虛實), 황한랭적(荒寒冷寂), 조화(調和), 묘오(妙悟), 사의(寫意)로 정리했다. 또 추상적 개념을 ‘향기를 듣다’ ‘춤을 보다’ ‘굽이진 길’ ‘작은 꽃’ ‘마른 나무’ ‘텅 빈 산’ ‘차가운 달’ ‘부드러운 바람’ ‘지혜의 검’ ‘조각배’ 등과 같이 물상화해 설명한 것이 특징.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로렌조 피오라몬티 지음/ 박지훈 옮김/ 더좋은책/ 368쪽/ 1만5000원
국제정치, 신용평가, 기후변화, 대자연, 대외원조를 이야기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통계와 숫자는 과연 진실만을 말하고 있을까. 정부는 통계를 이용해 세금과 수수료를 걷고, 무디스는 신용평가를 무기로 전 세계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다. 기후학자들과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서로 다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각종 수치를 들이댄다. 국제정치와 비즈니스의 이면을 꿰뚫는 숫자의 비밀.
이상한 나라의 뇌과학
김대식 지음/ 문학동네/ 320쪽/ 1만6000원
최근 화제가 됐던 드레스 색깔 논쟁에서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1명의 ‘참수’는 충격적이지만 100명, 1000명의 참수는 ‘지루해지는’ 까닭 등 뇌과학이란 프레임을 통해 비논리적인 사람과 비상식적인 세상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했다. 같은 드레스가 다르게 보이는 것이 신기한 게 아니라 서로 다르게 보는 세상을 같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신기할 뿐.
옛 그림, 불법에 빠지다
조정육 지음/ 아트북스/ 420쪽/ 2만2000원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 이야기’ 시리즈 두 번째 책. 부처의 가르침인 ‘법(法)’을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사군자, 병풍화 등 옛 그림을 통해 설명했다. 김홍도가 그린 ‘노승염송도’를 ‘사람 몸 받는 일은 바다 한가운데 눈 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밀어 나무토막 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라고 한 ‘잡아함경’(초기 불교 경전)의 가르침과 연결 짓는 식의 독특한 해석에 개인적 체험이 녹아든 미술 에세이.
유시민의 논술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168쪽/ 1만1000원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을 표방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이어 시험용 글쓰기를 잘하는 법이 나왔다. ‘논술’은 경쟁을 통해 당락이나 성패를 가리는 것인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 어렵다. 시간, 정보, 방법 등 제한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제시문과 논제를 독해하고 답안을 작성하며 첨삭까지 마칠 수 있을까.
정의는 이긴다
배금자 지음/ 책넝쿨/ 320쪽/ 1만4000원
‘군산 성매매 화재 참사’ 소송에서 국가 배상을 이끌어냈고,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주요 공익소송에 참여해온 저자가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통해 발표해온 칼럼들을 엮은 책. 고결성(integrity)이 중시되는 사회, 인권과 여성권익 디딤돌, 사법정의를 위하여, 담배소송 결국 이길 것 등 4부로 나눠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를 담았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
후지이에 요이치 지음/ 이형 옮김/ 글마당/ 340쪽/ 1만7000원
일본원자력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저자는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과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원자력을 신이 준 최고 선물이자 문명 이기로 보고, 원자력과 현대문명의 공존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용보다 조화’라는 원자력 연구개발 이념에 따라 먼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분석하고 원자력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에너지, 물질, 기술,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기술했다.
하루의 발견
최은숙 지음/ 조선앤북/ 412쪽/ 1만5000원
7월 첫날 무엇을 할까. 만화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만화책 보기. 추천 장소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즐거운 작당’. 그다음 날엔? 비 내리는 날 해야 할 50가지 목록 써보기. 세계 30여 개국을 다녀온 저자가 ‘일상 여행가’가 돼 찾아낸 365일 버킷리스트가 담겨 있다. 지금을 기록하는 누드사진 찍기처럼 때론 용기가 필요한 대목도 있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