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변 택시들을 검색하고 택시를 호출하는 화면.
한편 ‘우버(Uber)’는 지난해 8월 국내 서비스 개시 후 서울시가 ‘불법영업’으로 규정한 상태이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인천으로 운행 지역을 확장했다. 경기 고양시는 1월 19일부터 지역 택시를 기반으로 한 앱택시 ‘고양e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앱택시의 주요 이용자는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20, 30대. 술자리가 많은 목, 금요일 밤이나 클럽이 성행하는 토요일 밤에 가장 많이 이용한다. 우버도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점은 일반 앱택시와 똑같지만 공인 택시운전자격증을 소지한 택시운전사가 아닌, 일반인이 개인 소유 차량 또는 렌터카를 운행한다는 면이 다르다. 겉으로 보면 택시가 아닌 일반 자동차이며 외벽에 ‘우버’라는 표시를 따로 하지 않는다.
앱택시는 기존 전화 콜택시 이용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콜택시를 사용하면 기사와 연결될 때까지 하염없이 휴대전화만 쳐다봐야 한다. 10~15분 동안 연결이 안 되면 회사로부터 ‘주변에 빈차가 없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만 달랑 날아올 뿐이다. 반면 앱택시를 이용하면 주위 어디에 빈차가 몇 대나 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앱택시와 콜택시, 우버택시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현장에서 직접 비교해봤다.
‘532m, 예상 소요시간 1분’ 앱의 위력
1월 30일 금요일 밤 11시 45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좁은 골목길에서 콜택시를 요청했다. 전화하고 상담원에게 주소지를 말했다. 3번 반복해 신청했으나 돌아온 답은 “고객님 주위에 빈차가 없습니다”였다. 이번에는 앱으로 택시를 요청했다. 앱을 켜자 휴대전화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작동했고 현재 위치에서 약간 벗어난 주소가 찍혔다. 주소를 수정하고 목적지를 입력하자 근처에 있는 빈 앱택시들의 위치가 떴다. 곧이어 ‘콜’을 받은 택시기사의 전화번호와 차량번호가 나타났다. ‘532m, 예상 소요시간 1분.’
“택시 신청하신 분이죠? 건물 앞에 와 있습니다.”
전화를 받고 탑승하러 나가니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이미 내비게이터에 입력해놓았다. 탑승 후 기사에게 목적지를 다시 일러줄 필요가 없다. 앱을 켜자 ‘안심서비스’라는 아이콘이 눈에 띄었다. 자신이 탄 차량 정보와 실시간 위치를 부모나 지인에게 전송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기사는 “젊은 여성 고객이 남자친구에게 위치를 알릴 때 주로 쓴다. 조수석 뒷자리에 붙은 NFC 태그(휴대전화로 차량 정보를 인식)는 이용 방법을 몰라 오히려 안 쓰더라”고 말했다. 아직 앱으로 택시를 신청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기사는 “앱을 통한 신청은 하루에 5건 미만”이라고 말했다.
목적지에 다다를 즈음 앱을 켜니 ‘탑승하셨습니까?’라는 문구가 떴다. ‘예’를 누르자 ‘기사는 친절했나요? 평점을 매겨주세요’라는 문구 밑에 별 다섯 개가 나타났다. 기사가 “평점을 잘 좀 달라”고 말했다.
“손님에게 함부로 못해요. 앱 회사가 수시로 점수를 모니터링하거든요. 평점이 나쁘면 다음 승객한테 콜을 못 받으니까.”
별 네 개를 눌렀다. 이 점수는 평균 점수에 반영돼 다른 승객에게 참고사항이 된다. 요금은 일반 택시와 같이 미터기로 계산했지만 콜택시에 부과되는 ‘콜비’ 1000원은 없었다.
주말 밤 홍대 앞에선 ‘우버’가 유리
앱택시가 콜택시보다 항상 잘 잡힐까. 1월 31일 토요일 밤 11시 30분 각각 콜택시, 앱택시를 신청했다. ‘홍대 앞’이라 부르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부근이었다. 승객이 몰려든 탓에 빈 택시를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취객들은 승차 거부로 택시를 잡지 못해 추운 날씨에 발만 동동 굴렀다.
앱택시도 웬만해선 오지 않았다. ‘메모’에 ‘2000원 추가하겠다’고 기입해도 ‘주위에 빈차가 없으니 다시 신청하라’는 문자메시지가 떴다. 앱택시 부르기를 여섯 번, 그사이 콜택시가 세 번 만에 잡혔다. 택시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는 앱택시나 콜택시 중 어느 쪽이 잡기 쉬운지 예측할 도리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우버’를 신청했다. 다른 앱택시에 비해 요금이 비싸 잡기가 쉽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니 2분 후 운전기사 사진이 뜨고 ‘르노 삼성’이라는 차종이 떴다. 차량번호는 없었는데 우버의 불법영업을 신고하는 ‘우파라치’를 의식한 조치로 보였다. 사진 옆에는 ‘윤호’라는 가명이 떴다. 기사에게 ‘너무 추우니 옆 카페에서 기다리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알았다’는 대답이 즉시 돌아왔다.
5분 후 차가 도착했다. 일반 택시보다 넓고 쾌적했으며 30대로 보이는 기사의 말솜씨는 능숙했다. “어떻게 빨리 올 수 있었느냐”고 묻자 “우버는 승객 요청이 왔을 때 거부하면 기사에게 벌점을 준다. 벌점이 쌓이면 우버 기사 일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택시보다 배차율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 영업을 신고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걱정은 안 되느냐”고 묻자 “나도 신고를 당했는데 서울시로부터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회사(우버) 대표가 검찰에 기소된 상태라는데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는 마음 편하게 영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사가 조수석을 미리 앞으로 당긴 덕에 발을 쭉 뻗었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하차할 때까지 요금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탑승 전 우버 앱에 요금 견적(1만1900~1만5800원)이 나왔지만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목적지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내리고 30초 정도 지나자 우버 앱으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1만5200원 결제, 감사합니다.’ 일반 택시를 탔을 때보다 2000~3000원가량 높은 편이었다.
현재 서울시에서 우버 영업은 불법이다. 기사 대부분은 택시운전자격증 미소지자이며 차량도 개인 소유 승용차나 렌터카다. 우버택시기사가 종합보험에 들었다고 해도 불법영업 중 사고가 나면 보험 처리가 안 된다. 만약 운전기사가 “승객이 아니라 지인이다. 영업이 아니라 그냥 함께 동행한 것”이라고 발뺌하면 보험 사기죄가 적용된다.
앨런 펜 우버아시아 총괄대표가 지난해 8월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은 우버 한국법인을 ‘불법 영업’으로 기소했고 우버는 2월 4일 한국 정부에 ‘기사등록제’를 제안했다.
앱택시는 콜택시에 비해 승객과 기사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편리했다. 하지만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과 남용의 위험이 있다. 기사와 승객이 한 번 연결되면 서로의 연락처가 휴대전화에 남는다. 앱택시를 이용한 한 소비자는 “어제 공항에 가려고 택시를 신청했다 취소했는데, 택시기사가 ‘언제 공항 갈 거냐’고 자꾸 전화를 해서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사전에 방지한 사례도 있다. 고양시의 ‘고양e택시’는 승객과 기사의 전화번호를 ‘0505’로 시작하는 가상번호로 변경해 탑승 후 3시간이 지나면 가상번호를 없앤다. 일종의 일회성 연락처다. 고양시청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시 정책으로 시민들이 피해보지 않도록 이동통신사와 협약해 가상번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의 이용 기록을 앱 회사가 관리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일부 앱택시 회사에는 기사가 승객 태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다. 또한 택시 신청을 했다 승차를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 그 승객은 회사의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기사의 영업을 방해했다는 이유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승객은 다시는 그 회사의 앱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우버의 경우 승객이 회원가입을 할 때 신용카드 정보 기입이 필수다. 카드 번호, 유효 기간, 뒷면에 있는 숫자 마지막 세 자리까지 모두 입력해야 한다. 해외에서도 결제 가능한 비자, 마스터 카드 등만 등록할 수 있다. 기자가 소유한 체크카드는 일반 택시에서는 사용 가능한 반면, 우버 가입 시에는 등록이 불가능했다. 결제 시스템이 해외 우버 본사와 연결된다는 의미다. 결국 앱택시의 성패는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가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앱택시 시장은 앞으로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다음카카오, SK플래닛 등 대기업들이 올봄 앱택시 서비스를 개시하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는 3월 중 ‘카카오택시’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는 1월 13일 택시기사용 앱을 출시하고 기사 모집에 나섰으며, 곧이어 한국스마트카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택시업계와 손잡고 우버의 불법영업과는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SK플래닛 역시 길 안내 서비스인 T맵을 활용한 앱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우버 역시 국내 영업을 확장할 모양새다. 2월 4일에는 우버 본사의 데이비드 플루프 수석 부사장이 방한해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에 우버 기사의 등록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기사의 신원 파악을 강화하고 공인된 운전기사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우버 한국법인을 기소한 상태이고, 국내 우버 영업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불법’으로 나면 우버택시 운행은 곧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청 택시물류과 관계자는 “기자회견 전 서울시와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 우버 영업 합법화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버는 곧 퇴출되고 국내법을 지키는 택시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