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차남의 병역 문제와 관련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차남(34)의 군 면제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되자 “아무런 의혹이 있을 수 없다”며 자신 있게 답했다. 이 후보자 측이 밝힌 차남의 군 면제 이유는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이었다. 이 후보자 측의 주장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차남은 2001년 미국으로 출국해 2006년까지 5년 동안 미국에서 학업 생활을 했다. 2004년 10월 축구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입었고 2005년 2월 미시간대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 진단을 받았다. 5개월 뒤 입국해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같은 진단을 받았고 징병신체검사 결과 4급(공익근무요원) 판정이 났다. 그해 12월 미시간대 병원에서 ‘전방십자인대 재건술 및 연골 수술’을 받은 뒤 2006년 6월 징병신체검사에서 ‘불안전성 대관절’을 사유로 병역 면제(5급) 판정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조기 전역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징병신체검사에서 ‘부주상골(Accessory Navicular Bone)’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1976년 5월 보충역으로 입영해 77년 4월 만기 제대했다. 당시 보충역 복무 기간은 1년이었다.”
각종 의혹에 대한 의학적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일단 전방십자인대와 부주상골이라 부르는 장기 및 그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의 중심에 위치하는 구조물로 전방과 후방에 2개가 있으며, 전방과 후방 인대가 서로 십(十) 자 형태를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개의 십자인대는 넓적다리뼈와 정강이뼈를 연결하며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이 앞으로 빠지거나 관절각이 180도를 넘어가 꺾이는 것을 막아준다. 특히 무릎을 굽히거나 돌릴 때 뼈와 뼈 사이를 단단하게 고정해 각을 만들어 지탱한다. 후방십자인대는 무릎이 뒤로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운동선수에겐 흔한 십자인대 파열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대부분 운동 중 외상에 의해 발생하며,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해 무릎 관절이 뒤틀리면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현상이다. 급작스러운 동작 변환이나 충돌이 발생할 때 주로 일어난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갑자기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때, 다른 사람과 충돌했을 때, 점프 후 착지할 때, 교통사고 시 흔히 발생한다. 프로축구계의 ‘라이온 킹’ 이동국 선수도 드리블 도중 급작스럽게 동작을 변환하다 인대가 파열됐다. 2006 독일월드컵 출전을 막은 주범이 바로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이었다.
축구, 농구, 테니스, 배드민턴은 급작스러운 동작 변환이 많은 운동이고 축구와 스키, 하키 등은 충돌 가능성이 높은 운동이다. 축구선수 가운데 십자인대 완전 파열이 유독 많은 이유도 축구가 양측 모두에 속하는 격렬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김성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정형외과)는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 관절 안에서 ‘뚝’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무릎이 부어오르고 심한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워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종이 가라앉고 통증도 호전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운동을 하거나 보행 중 방향을 틀 때 무릎이 어긋나는 증상이 올 수 있다. 파열이 반복되거나 심해질 경우 반월상 연골(무릎 위아래 관절 사이에 있는 반달 모양의 연골) 등의 관절 내 여러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부종과 통증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파열된 정확한 위치와 정도를 알려면 MRI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를 통해 무릎 내 관절연골이나 연골판의 동반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부분 파열이 있는데 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면 완전 파열이 될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고 파열된 부분이 작다면 근력 강화 훈련이나 보조기 착용, 석고 고정 등의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완전 파열된 경우에는 인대를 제거하고 자신의 힘줄이나 다른 이의 사체에서 떼어낸 인대(동종건)로 새로운 인대를 만들어주는 재건술을 받아야 한다. 본인의 힘줄을 사용하면 거부반응이 없지만 통증과 기능저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반면, 동종건을 사용하면 드물게 거부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수술받은 후에는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6주 정도는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고 무릎에 실리는 힘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방법으로 체중부하 훈련을 한 후 근력운동을 시작한다. 재건된 인대는 정상 인대보다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극복하려면 운동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 후보자 본인의 질병인 부주상골은 한마디로 ‘인체에 필요 없는 뼈’가 생긴 것을 가리킨다. 대표적인 부주상골이 ‘평발’이다. 주상골은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발 안쪽에 위치한 뼈로, 부주상골은 선천적인 이유 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상적으로 생성돼야 할 뼈가 잘못 자라난 것이다. 정상인의 10명 중 1명꼴로 부주상골을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부주상골은 평소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외상을 입거나 무리한 운동 등 강한 자극을 받는 경우, 불편한 신발을 지속적으로 착용하는 등 발목에 큰 부담이 가해질 경우 문제가 된다.
후유증·합병증 없으면 군 생활 지장 없어
부주상골이 주변 조직과 충돌해 염증을 일으키면 심한 통증이 생기고 발목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 심한 경우 발바닥의 아치 형태를 유지해주는 후경골건이 기능을 상실하고 발 모양이 변형되기도 한다. 운동을 많이 한 후 복사뼈 아래쪽이 붉게 부어오르고 살짝만 눌러도 압통이 심하다면 부주상골을 의심해야 한다. 엑스(X)레이로 손쉽게 진단 가능하다. 통증이 지속될 경우 약물치료를 2∼3주간 진행하면 쉽게 해결되며, 약물로 진정되지 않으면 돌출된 뼈 부위에 깁스를 해야 한다. 평소 발바닥 중앙에 아치 모양을 맞춰주는 특수 깔창을 신고 생활하는 것도 통증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 총리 후보자와 차남의 병역 의혹과 관련해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정형외과 전문의인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에게 의학적 자문을 구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 총리 후보자 차남의 경우 전방십자인대 파열 발생 시점으로부터 4개월 후 완전 파열 진단을 받았다. 굉장한 통증이 따랐을 수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전방십자인대 파열 후 부종과 통증이 가라앉으면 불안정함을 느껴도 별문제 없이 지낼 수 있다. 이후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기면서 뒤늦게 MRI 검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 재건술과 연골 수술을 함께 받았다는데 그 이유가 뭔가.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진 줄 모른 채 계속 무릎을 쓰게 되면 반월상 연골판 손상이나 연골 손상 등의 합병증이 오게 된다. 진단과 수술이 늦어질 경우 흔히 오는 합병증이다.”
▼ 이동국 선수는 전방십자인대 완전 파열 후 재건수술을 받고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질환이 군 면제 사유가 되는 것인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2000년대 이후 재건술을 받은 사람이라면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없는 한 군 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병무청 징병신체검사 기준으로는 재건술을 받으면 무조건 5급(면제) 판정을 받게 돼 있다. 실제 운동능력을 평가하는 식으로 징병신체검사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 최근에는 평발(부주상골)의 경우 심하지 않으면 현역 판정을 받는다. 이 총리 후보자의 경우를 어떻게 보나.
“부주상골 환자 중에는 심한 운동을 해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일부의 경우 지속적인 발 통증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 또한 족부클리닉에서 제대로 치료받고 특수 깔창이나 특수 군화를 제작해 신으면 군 복무에 지장이 없다. 이 총리 후보자가 군대를 갈 당시엔 치료법이 발전하지 못해 정상적인 군 복무가 어려웠을 수 있다.”
도움말 l 김성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